<창간20주년특집>새로운20년-플랫폼(1)

 ■변천사와 기술 전망 ■

 ‘웹을 통한 무한(無限) 컴퓨팅 시대로’

 21세기 컴퓨팅 플랫폼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인터넷이다.

 지난 69년 10월 미 국방부 산하 첨단연구프로젝트국(ARPA)의 지원 아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UCLA)과 스탠퍼드대학이 상호간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탄생한 인터넷은 90년대 이후부터 정보기술(IT)의 발전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전세계 IT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온 인터넷은 컴퓨팅 플랫폼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고 앞으로도 지금에 못지않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의 컴퓨팅 플랫폼은 지난 50년대 등장한 ‘메인프레임’이 장악하고 있었다. 육중한 무게와 엄청난 크기로도 유명했던 메인프레임은 그 크기에 어울리게 컴퓨팅 파워도 독점하고 있었다. 기업의 모든 전산업무는 메인프레임을 통해야만 이뤄질 수 있었으며 이용자들은 이른바 ‘더미터미널’로 불리는 단말기를 이용해 단순작업만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메인프레임 환경은 80년대 들어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됐다. 한번 설치하면 사실상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부피, 막대한 전력소비량, 응용프로그램 탑재의 어려움 등 메인프레임이 안고 있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클라이언트서버(Client Server)’ 환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메인프레임이 독점하고 있는 컴퓨팅 파워를 여러대의 유닉스 서버를 중심으로 구성된 클라이언트 서버단으로 내림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컴퓨팅 환경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은 기존 메인프레임 환경과 달리 각 부서별로 독자적인 전산시스템 운영이 가능하고 보다 적은 비용으로 메인프레임에 맞먹는 컴퓨팅 파워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후 메인프레임과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서로의 이점을 수용하며 20세기 컴퓨팅 플랫폼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인터넷의 본격적인 개화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인터넷이 네트워크 환경의 혁신을 넘어 컴퓨팅 플랫폼으로까지 그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이에 기반한 몇가지 주목할 만한 새로운 컴퓨팅 기술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P2P(Peer to Peer)=미국 냅스터와 한국의 소리바다를 둘러싼 저작권 침해소송으로 널리 알려진 P2P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 서버를 거치지 않고 컴퓨터간의 직접적인 데이터 교환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모델이다. 기존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은 타인과 정보를 교환하려면 콘텐츠를 서버에 저장하고 서버가 이를 개별 사용자에게 전달해야만 정보의 공유 및 전송이 가능했다.

 반면 P2P는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에서 서버가 아예 없어지거나 클라이언트의 역할이 강화됐다. 인터넷에 접속한 유저들은 서버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PC에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를 공유한다.

 P2P는 중앙 서버가 필요없기 때문에 과거 대기업만이 구성할 수 있었던 대규모 컴퓨팅 환경을 중소기업, 심지어는 일반 개인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컴퓨팅 플랫폼의 일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드(GRID)컴퓨팅=진공관의 음극과 양극 중간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격자(格子)’에서 유래된 그리드는 90년대말 미국 시카고대학의 이안 포스터 교수에 의해 제시됐다. 그리드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를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묶어 전산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기술은 인터넷망을 통해 연결된 그리드 커뮤니티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IT자원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상위계층의 서버를 통해 수직적인 경로로 자원을 내려받는 메인프레임, 클라이언트서버 환경과 구별된다.

 그리드는 그 규모와 구성 형태에 따라 단위부서 사용자들의 컴퓨터를 연결해 구성하는 클러스터 그리드, 2개 이상의 클러스터 그리드를 묶어 구성하는 캠퍼스 그리드, 멀리 떨어져 있는 캠퍼스 그리드를 연결한 글로벌 그리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컴퓨팅 파워의 극대화를 목적으로 생겨난 그리드 컴퓨팅은 컴퓨팅 환경에서 특히 협업(collaborative) 모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모든 컴퓨팅 작업은 대학그리드, 기업그리드, 연구그리드, 공동체그리드 등 그리드를 기반으로 한 협업컴퓨팅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웹서비스(web services)=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파상적 공세로 널리 알려지게 된 웹서비스는 기존 컴퓨팅 시스템 프로그램을 통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상에서 모든 비즈니스 활동을 가능케하는 기술이다. 웹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성과 개방성이다. 과거 메인프레임,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이 페쇄적인 소프트웨어 구조를 택한 것과는 다르게 이질적인 환경까지도 연결해주는 유연한 소프트웨어 구조를 지녔다.

 특히 웹서비스는 또하나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시스템을 인터넷이라는 수단을 통해 통합·운영함으로써 비용 및 관리 측면에서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웹서비스는 IBM의 루 거스너 회장이 e비즈니스 개념을 주창하는 공식석상에서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은 실패했다’고 밝힌 것처럼 기존 컴퓨팅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컴퓨팅 시대를 열어갈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들 기술은 결코 완성단계가 아니며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5년후, 길게는 20년후 이들 기술이 어떠한 모습으로 변해있을지를 추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기술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고 과거에 사장됐던 컴퓨팅 플랫폼이 재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미래 컴퓨팅 플랫폼의 변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든 과거 도입됐던 기술과 이제 막 논의 대상에 오른 기술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환경이 대세를 이룰 것만은 분명하다.

 P2P, 그리드, 웹서비스는 분산컴퓨팅이라는 기술적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선은 자사의 웹서비스 프로그램과 그리드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MS도 웹서비스 인증제도인 패스포트가 그리드와 연동될 수 있을지를 검토하는 등 IT업계는 이미 이들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20년 후 주도권을 거머쥘 미지의 컴퓨팅 플랫폼 ‘X’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은 쉽사리 그 모습을 예측할 수는 없더라도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기고: 이용우 서울그리드센터장(사진) ■

월드와이드웹(WWW)으로 널리 알려진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날이 그 영향력을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IT의 눈부신 발전은 미래상을 예측하는 미래학자들을 즐겁게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그 상상 이상의 잠재력에 예측불허의 당혹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현 기술만으로도 인류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함에도 IT전문가들은 벌써 WWW을 넘어선 차세대 컴퓨팅 환경을 탐구하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은 ‘쥬라기공원’과 더불어 컴퓨터그래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경우다. 바로 이 영화의 정교한 그래픽 화면을 만드는데 초기 그리드 기술이 사용된 것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당시 타이타닉 제작진은 100여대의 리눅스 PC를 서로 묶어서 하나의 가상 그래픽시스템처럼 사용해 정해진 기한 내에 훌륭한 화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사실 가상 클러스터시스템은 그리드의 영역을 이루는데 있어서는 원시적인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드의 목표는 마치 전선에 연결하여 전기를 공급받듯이 인터넷에 연결하여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공급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앞으로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컴퓨터는 발전을 거듭하여 점점 강력해질 것이고 소형화될 것이라는 데에 이론이 없다. 통신망은 유무선 가릴 것 없이 점점 더 속도가 빨라지고 생활 깊숙이 자리할 것이라는 예상 또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추세에서 위와 같이 전기처럼 컴퓨팅 파워를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받을 수 있고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는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고 상상 불허의 영향력을 과학기술 연구와 일상생활에 미칠 것이다.

 그리드 컴퓨팅 환경에 대해 선진국들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인터넷 서비스의 편리함과 그 다양한 응용가능성, 일상생활과 사회조직에 대한 파급효과 등을 직시하고 인터넷과 각종 응용서비스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놀라울 정도의 동원력을 발휘하여 그리드 등 새로운 IT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움직임과 상호협력에 대한 진행 상황은 전문가들을 어지럽게 만들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컴퓨팅 기술 분야의 역량은 다음 세대의 국가 경쟁력과 국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현재 그리드 기술개발 경쟁은 미국의 주도속에 유럽도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으려고 매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아시아의 맏형자리를 고수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그리드만큼은 적시에 노력한 덕에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KISTI의 슈퍼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그리드 선각자들이 관련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 그리드 사업을 도출하고 실력있는 연구그룹들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은 수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국가그리드센터를 설립하는 대형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투자규모 측면에서는 일본이 우리를 일거에 능가하게 된다. 하지만 투자규모가 역전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발전할 수 있게 됐으며 일본을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동반자로 여기고 더욱 발분하여야 할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미래 IT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 ywlee@uos.ac.kr>월드와이드웹(WWW)으로 널리 알려진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날이 그 영향력을 증대시켜 나가고 있다. IT의 눈부신 발전은 미래상을 예측하는 미래학자들을 즐겁게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그 상상 이상의 잠재력에 예측불허의 당혹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현 기술만으로도 인류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함에도 IT전문가들은 벌써 WWW을 넘어선 차세대 컴퓨팅 환경을 탐구하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은 ‘쥬라기공원’과 더불어 컴퓨터그래픽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흥행에 크게 성공한 경우다. 바로 이 영화의 정교한 그래픽 화면을 만드는데 초기 그리드 기술이 사용된 것을 아는 이는 드물 것이다. 당시 타이타닉 제작진은 100여대의 리눅스 PC를 서로 묶어서 하나의 가상 그래픽시스템처럼 사용해 정해진 기한 내에 훌륭한 화면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사실 가상 클러스터시스템은 그리드의 영역을 이루는데 있어서는 원시적인 기술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드의 목표는 마치 전선에 연결하여 전기를 공급받듯이 인터넷에 연결하여 고성능 컴퓨팅 파워를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공급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앞으로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컴퓨터는 발전을 거듭하여 점점 강력해질 것이고 소형화될 것이라는 데에 이론이 없다. 통신망은 유무선 가릴 것 없이 점점 더 속도가 빨라지고 생활 깊숙이 자리할 것이라는 예상 또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런 추세에서 위와 같이 전기처럼 컴퓨팅 파워를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받을 수 있고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는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 될 것이고 상상 불허의 영향력을 과학기술 연구와 일상생활에 미칠 것이다.

 그리드 컴퓨팅 환경에 대해 선진국들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인터넷 서비스의 편리함과 그 다양한 응용가능성, 일상생활과 사회조직에 대한 파급효과 등을 직시하고 인터넷과 각종 응용서비스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놀라울 정도의 동원력을 발휘하여 그리드 등 새로운 IT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움직임과 상호협력에 대한 진행 상황은 전문가들을 어지럽게 만들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컴퓨팅 기술 분야의 역량은 다음 세대의 국가 경쟁력과 국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현재 그리드 기술개발 경쟁은 미국의 주도속에 유럽도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으려고 매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아시아의 맏형자리를 고수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그리드만큼은 적시에 노력한 덕에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KISTI의 슈퍼컴퓨팅센터를 중심으로 그리드 선각자들이 관련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 그리드 사업을 도출하고 실력있는 연구그룹들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은 수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국가그리드센터를 설립하는 대형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투자규모 측면에서는 일본이 우리를 일거에 능가하게 된다. 하지만 투자규모가 역전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로서는 일본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발전할 수 있게 됐으며 일본을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동반자로 여기고 더욱 발분하여야 할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미래 IT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 ywle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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