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초일류기업의 선택

■`똘똘한 기업`이 강국을 만든다 ■ 

독일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벤츠’ ‘BMW’ 등으로 대변되는 자동차 왕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초일류 기업은 기업 자체를 떠나 전세계 소비자에게 해당기업이 속한 국가 이미지를 상상하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일본은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64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했다. 도쿄올림픽을 개최한 후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지만 전세계에 ‘메이드 인 재팬’ 프리미엄을 심어준 것은 도쿄올림픽이 아니라 도요타자동차·소니 등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초일류 기업들이었다.

 도요타·소니로 시작된 일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일본의 모든 중소기업에 하나의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결국 일본의 일부 초일류 기업이 일본 경제를 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제조업을 좌지우지하는 위치로 끌어올린 셈이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어떠할까. 한국무역협회가 조사한 국가이미지 자료에 따르면 월드컵 이전에는 가장 먼저 분단국가를 떠올렸으나 월드컵 이후 월드컵 개최국(35%), 경제성장(25%), 분단국가(22%)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국가 이미지 평점은 월드컵 이후에도 겨우 1.2% 상승한 78.4점으로 중국(70.6)과 일본(86.8)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월드컵 4강 진출국이라는 이미지 상승을 실질적인 호감도로 이끌어내는 데는 큰 소득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인식과는 달리 전문가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평가는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국내 대기업들이 IMF를 계기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경영의 불투명성을 개선한 것을 반영하는 결과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적인 기업들은 전세계 경기 불황에도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경영 실적뿐 아니라 내용도 양호하다.

 국내 대기업들은 그동안 저가 수출에서 탈피, 고가·브랜드 수출 위주로 탈바꿈하고 있다.

 8월 5일자 비즈니스위크는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약 10조원(83억 1000만달러)에 이르러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전세계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나이키, 폴크스바겐, 루이비통, 구치, 필립스, AOL보다 더 높은 순위로 지난해 42위에서 8단계 오른 34위다. 비즈니스위크는 소비가전, 메모리반도체, 휴대폰 부문에서 선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효과적인 광고전략과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통해 첨단기술 기업으로의 변신을 효과적으로 이뤄내 브랜드 가치 향상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매년 선정하는 정보기술(IT) 100대 기업 1위에 한국의 삼성전자를 올려놓았다. 특히 10위권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외에도 KT프리텔이 4위, SK텔레콤은 9위를 각각 차지해 국내 기업들을 부각시켰다.

 이 주간지는 IT에 관한 한 아시아 기업들이 빛을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데스크톱에서 초고속인터넷에 이르는 모든 기술제품에 대해 아시아 기업제품 수요가 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한국이나 국내 기업들에는 한 계단 상승할 수 있는 기회다. 월드컵 당시 국가 대표팀의 불굴의 투혼, 거리에서 수많은 군중들의 정연하면서도 질서 있는 응원 등은 아직도 전세계인의 뇌리에 박혀 있다.

 이제 이러한 이미지를 실체로 이루어낼 수 있도록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그것은 예전처럼 저가 제품을 수출하고 해외 제품을 모방하는 예전의 한국 기업이 아니라 초일류 제품을 수출하고 초일류 서비스를 판매하는 초일류 기업들의 몫인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초일류기업의 흥망 ■

‘삼성과 LG의 공통점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라고 하면 50점짜리 답안이다. 60년대부터 현재까지 10대 그룹의 위치를 지켜온 기업이라는 답안이 100점짜리가 될 듯하다.

 현재를 흔히 디지털 경제시대, 광속 경제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경영이나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잘못된 판단 하나가 초우량 기업을 한순간에 부실기업으로 몰락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에 무너진 기업만 해도 미국의 2위 에너지 기업인 엔론, 2위의 통신회사인 월드컴 등 자산규모만 5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기업들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노텔네트웍스 등 그동안 초우량 기업으로 분류됐던 대형 통신장비업체들도 천문학적인 적자를 2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후지쯔, 도시바, NEC, 마쓰시타 등 그동안 초우량 기업으로 분류돼온 전자업체들이 지난해 전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영원히 승자로 남아 있을 것 같은 일본 기업의 몰락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89년 이후 10년간 시가 기준으로 상위 25대 기업 중 60%가 탈락했다. 국내에서도 99년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77%가 89년에는 30위권 밖에 있었거나 당시 설립되지 않았던 기업들로 채워졌다.

 특히 90년대에는 정보통신 산업의 고성장에 따라 이 분야 기업들이 급성장했으나 최근에는 정보통신 거품이 빠짐에 따라 대거 순위에서 탈락하는 모습이다. 국내에도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 99년에서 2000년 사이 인터넷 붐과 벤처열풍에 따라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중견 그룹을 초월하기도 했지만 벤처열풍이 진정된 최근에서는 다시 순위가 뒤집혔다.

 대우와 현대의 몰락에서 보듯이 대마불사의 신화가 붕괴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어느 누구도 10년 후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따라서 현재의 위치를 더욱 발전시키거나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시대 흐름에 맞춰 적절한 M&A를 통해 변신을 시도하거나 IBM처럼 PC에서 IT서비스사업으로 사업구조를 변화시키는 등 끊없는 변화를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엑손모바일처럼 M&A를 통해 독과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거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경쟁사를 제거함으로써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것도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10년 후 삼성을 먹여살릴 품목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미래 수종사업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해 투자하는 기업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인재 확보 경쟁 ■

현대사회는 천재 1명이 100만명을 먹여살리는 사회다. 그만큼 인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치열한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인재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M의 경우 미국뿐 아니라 스위스, 이스라엘, 일본, 인도 등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현지의 우수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IBM은 독보적인 도청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군수산업이 발달한 이스라엘에 연구거점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기업들도 인재 확보에 전에 없는 열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1만1000명인 석·박사급 인력을 매년 1000명씩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재 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애써 확보한 핵심 인력들이 조기에 그만둘 경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로 하는 등 사후 인재 관리도 철저히 해나갈 방침이다.

 LG그룹도 ‘일등 LG’ 실현을 위해 ‘일등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LG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지난 97년부터 ‘글로벌 E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최근까지 모두 135명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했다.

 LG는 이같은 사내 육성은 물론 ‘해외 우수인력 유치단’을 파견해 올들어 100여명의 해외 MBA 및 석·박사 인재를 확보하는 등 해외 우수인력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해외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해외 우수인재 선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지역에서는 연간 5∼6회의 유치 활동을 통해 핵심 연구개발(R&D) 인력과 MBA 인력을 선발하고 있다. LG전자 구자홍 부회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방문길에 스탠퍼드대 전자공학과 교수들을 만나 회사의 미래 비전을 설명하면서 우수인재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SK는 현재 1200여명 수준인 연구개발 인력을 매년 10% 이상 늘려나가기로 했다. 손길승 회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분야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또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 정보통신과 에너지 화학 부문 연구소를 설립해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는 데에도 나설 예정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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