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기술연구의 산실:한국전자통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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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CDMA를 찾아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오길록)이 CDMA에 버금가는 ‘제2의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수천억원이 투입되는 5대 대형국책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세계 IT산업을 주도할 미래기술의 탄생을 예고하는 이 과제는 △초고속 광가입자망 기술 △4세대 이동통신 기술 △차세대 인터넷 서버 기술 △차세대 능동형 네트워크 정보보호시스템 △지능형 통합정보방송(스마TV) 기술 등이다. ETRI는 이들 과제가 5년 내 모두 마무리되면 초고속인터넷이나 스스로 알아서 해킹을 차단하고 방송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이용자 편의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본격적인 첨단사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초고속 광가입자망 기술= 21세기 IT 환경은 음성데이터·영상서비스의 복합다양화 추세에 따라 인터넷 통신 트래픽이 2000년 250 에서 2005년께에는 250Tbps급으로 1000배 정도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의 ADSL 등은 전화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10Mbps급 이상의 속도 제공은 어렵다. 통신사업자 시스템 또한 음성·인터넷 등 각각의 서비스를 처리하기 위해 개별적인 집선장치와 교환 및 라우터망을 사용하는 고비용구조인 데다 인터넷의 경우 최선형(best-effort) 서비스여서 다양한 품질보장은 사실상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ETRI는 5년간 총 1900억원(정부 950억원, 민간 950억원)이 투입되는 초고속 광가입자망 기술 연구를 통해 지금보다 1000배 정도 빠른 속도의 고품질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가입자당 10Mbps∼10 급 접속 속도를 제공하는 고품질 광가입자망 기술과 트래픽에 따라 시스템당 최대 1.2Tbps급까지 신축적인 용량 확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에는 KT를 비롯해 삼성전자·삼우통신·LG전자·이스텔시스템즈·텔리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제4세대 이동통신 기술=언제, 어디서나 패킷·음성·영상 등의 다양한 미디어가 결합된 정보서비스를 Mbps급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4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은 고정무선통신·이동무선통신 및 멀티미디어 무선통신 기술을 통합하는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IMT2000 기술은 전송 속도 및 주파수 이용 효율의 한계로 고속의 이동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곤란하다. 이의 해결을 위해 ETRI의 이동통신연구소는 오는 2005년까지 총 1354억원을 투입, ‘초고속 패킷 무선전송 기술’을 중심으로 ‘고정무선통신 기술’ 및 ‘모바일 소프트네트워크 기술’ 개발을 병행추진하고 있다.

 초고속 패킷 무선전송 기술이 개발되면 전국은 최대 15Mbps, 일부 특정지역에는 100Mbps급 전송 속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무선LAN 핵심 기술과 무선LAN사업자간, IMT2000망과의 연동기술을 개발하고 다양한 무선접속 환경에서 이동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 등 CDMA 이동통신시스템으로 견고해진 국내 이동통신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능형 통합정보방송(스마TV) 기술=스마TV(SmarTV:Super-intelligent Multimedia Anytime-anywhere Realistic TV)는 향후 도래할 고도화된 방송망 및 방송·통신 연동망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이용자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맞춤형 방송서비스를 능동적으로 실감있게 이용할 수 있는 지능형 방송이다.

 2006년까지 5년간 총 900억원이 들어가는 스마TV 기술 개발 프로젝트는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방송서비스와 이용자가 콘텐츠의 중요 부분(핫스폿)과 연결된 추가정보를 얻거나 콘텐츠의 관심있는 부분을 취향에 맞게 변형해 볼 수 있는 콘텐츠 대화형 서비스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또 온라인 퀴즈나 선호도 조사 등 시청자의 반응이 프로그램에 반영되는 시청자 참여형 서비스, 음악·뮤직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나 상품구매·유통서비스(전자상거래), 현장감과 생동감 있는 실감방송 서비스(양안식 3차원 AV)도 가능해진다.

 ETRI는 이를 위해 1차 목표로 지능형 방송시스템 및 단말 실용시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며 오는 2004년 이전에 HDTV와 멀티미디어데이터방송이 결합된 정보선택형 방송서비스, 2006년 이후에는 개인정보맞춤형 방송과 이동멀티미디어 DAB방송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 서버 기술=인터넷서비스의 성장과 더불어 고품질 멀티미디어, 영상 애니메이션 같은 신산업서비스가 차세대 인터넷서비스로 급부상함에 따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대용량·고성능의 차세대 인터넷 서버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폭주하는 정보의 원활한 저장 및 분배와 다양한 고품질의 인터넷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네트워킹 기능과 확장성이 강화된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 서버가 절실해진 것.

 ETRI는 고품질의 차세대 인터넷 서버를 네트워킹 기능이 강화된 계층적 구조의 광역서버와 아파트나 빌딩 등 지역망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서버로 구성할 계획이며, 2∼20Mbps급 속도로 최대 1만명에게 HDTV급 고품질, 실시간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차세대 시스템 연결망인 인피니밴드 기술, 클러스터링 리눅스 운용체계 기술, SAN 기반 스토리지 시스템 기술, 멀티미디어 처리를 위한 스트리밍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는 ETRI는 제품 상용화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3년 내 시범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개발을 완료하고 즉시 수출까지 가능한 상품화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인터넷 사용률, 초고속통신망 환경, 아파트 인구 밀집 환경을 최대한 이용해 사이버아파트 커뮤니티, 사이버대학 커뮤니티 등을 1차 공략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차세대 능동형 네트워크 정보보호 시스템=차세대 능동형 네트워크 정보보호시스템은 초고속정보통신망과 차세대 인터넷 기반의 글로벌 정보보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사용자 중심의 시큐어 네트워킹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정보보호 기술이다.

 올해부터 정보통신부가 ‘빅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을 내건 5대 대형국책사업 중 하나로 2006년까지 62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2004년까지 1단계 사업에서는 국제 공통평가기준(CC)에 만족하는 ‘세계 최고 수준(EAL5급 이상)의 안전한 정보보호시스템’ ‘정보보호 기능이 내재된 시큐어 엔진’ ‘능동형 보안관리시스템’ 등 3대 핵심 기술이 개발된다.

 사이버테러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안 네트워킹을 구축하기 위한 차세대 보안 관리 프레임워크를 정립하고 통신망 접속점에 설치되는 네트워크 노드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로 구현되는 시큐어 엔진과 시큐어 노드의 침입에 대한 탐지·역추적·복구 등 능동적인 보안기능을 지시하거나 제어하는 능동형 보안관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정보보호업체·네트워크장비업체·통신사업자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인터뷰: 오길록 ETRI 원장 ■

 “기술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성 제품 개발이 절실한 민간기업의 경우 원천기술을 확보할 만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2001년부터 ETRI를 이끌고 있는 오길록 원장. 그는 박사 학위 소지자의 40%가 기업에 있는 선진국이라면 몰라도 불과 10%의 박사급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원천기술 개발에 장애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IT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선진 외국 기술 수준을 따라잡고 부분적으로는 외국을 선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의 밑거름에는 대형과제를 수행해온 출연연구기관들의 고충이 있었다”고 말했다.

 “출연연구기관은 원천기술을 개발해 기술적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기업은 그 위에서 상용화 기술을 꽃피우는 상호협동 관계야말로 앨빈 토플러가 말한 ‘한국형 모델’일 것입니다.”

 그는 앨빈 토플러가 ‘한국이 좇아갈 검증된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미래 번영을 위해 한국 실정에 맞는 전략적 모형을 구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이미 IT 강국이 돼버린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기획하고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고 나름대로의 자긍심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5대 대형과제를 기획하게 됐다는 오 원장은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면서 첨단기술의 발전 추세를 분석해 국가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기술, IT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IT 자립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산업화·상용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분야의 기술이 주요 검토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과제들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한다는 관점에서 기획·진행됐습니다. 그러나 5대 대형과제는 미래의 인류생활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스스로 정해 그런 세상을 첨단기술로 구현하는 작업입니다.”

 30%의 박사급을 포함해 90%가 석사급 이상 연구원으로 구성된 ETRI는 TDX·CDMA·D램 등의 굵직굵직한 대형과제들을 기획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수행해 5대 대형과제의 바탕을 이루는 거의 모든 기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T산업의 밑바탕인 초고속인터넷·멀티미디어 이동통신산업 등이 이미 발달한 데다 신기술에 대해 신속하게 창의적 반응을 보이는 국민성 역시 다른 나라가 흉내낼 수 없는 장점입니다.”

 5대 과제와 동시에 국제표준화 작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그는 중간결과물의 특허 확보, 상용화 상황 등에 많은 애착을 갖고 있다. 중간결과물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기술의 효용을 극대화하고 연구원들의 사기도 충전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신설한 ‘품질경영위원회’를 통해 과제별 특성에 맞는 연구수행 관리체계를 수립·시행하고 외부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술개발에 신속히 반영하는 등 최적의 품질경영 활동을 수행해 출연처 및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 등 고객의 불만족을 줄여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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