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20년-나노기술(2)

 ■他기술과 융합 산업전반 혁신 ■

나노기술 연구의 목적은 혁신적인 방법론 모색과 이를 통한 기술적 돌파구 제시, 그리고 새로운 소재 개발 등이다. 물론 나노기술을 채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제품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나노기술은 오히려 다른 산업분야의 제품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수단적 성격을 갖고 있으며 특정 분야에 대한 기술적 대안 내지는 비전을 제시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즉 그 자체로서 산업을 견인한다기보다는 역할과 파급효과를 통해 전체를 성장·발전시킨다는 역할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적 파급효과에서 보면 나노기술의 절실성과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미국 국회도서관 정보를 하나의 칩에 담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할 경우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 산업과 정보기술 산업, 정보처리산업 분야의 기술이 주변기술로 지원돼야 한다.

 나노기술은 이처럼 정보기술(IT)·생명기술(BT)·환경기술(ET)·우주항공(ST) 등 다른 분야와 융합 또는 접목돼 그 핵심기술이나 핵심 공정·핵심 소재 등을 개발하는 데 사용된다. 결국 나노기술은 철저하게 다른 기술과 융해될 때 그 효율성을 제대로 나타낼 수 있다.

 ◇나노메카트로닉스=나노제품이 실제 인류생활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값싸고 대량, 고속으로 제조할 수 있는 제조공정과 각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장비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런 공정의 결합이 바로 나노메카트로닉스 개발영역에 해당한다.

 나노메카트로닉스는 이미 컴퓨터 내의 자기저장장치(GMR), 정유화학업계의 촉매(zeolite), 때가 타지 않고 주름이 잡히지 않는 옷, 먼지와 때가 끼지 않는 유리 코팅재, 자외선 차단재 등은 상업화에 성공해 큰 성과를 거두며 시장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나노메카트로닉스는 이와 함께 100나노미터에서 10나노미터에 이르는 극미세 산업용 부품을 제조하기 위한 기존 공정기술의 고도화와 신공정기술의 개발 및 공정관련 장비 개발, 생명과학·광전자기술·전자공학·마이크로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부품 적용기술 개발과도 밀접하다.

 ◇나노바이오=실리콘으로 대표되는 전자공학기술과 접목돼 재료·화학·생명공학 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며 학제간 및 산업분야의 공동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분야다.

 나노와 바이오공학이 접목될 경우 질병의 조기진단이 가능해진다. 또 나노가공기술은 마이크로 이하 단위의 도구를 제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생체분자의 마이크로 분석기술은 단위세포와 생명활동 및 생화학적 행태를 분석할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한다. 이를 이용해 현재 과학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확하고 신속한 질병의 진단이 가능해진다.

 분자인식형 나노입자를 이용하면 암세포를 조기에 발견하고 분석하며 암치료용 약물이나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약물전달체계를 제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간 사망질병 1위를 차지하는 암 정복도 가능해진다.

 혈액·유전자 등의 분리·정제·분석도 가능해진다. 나노기술은 이때 정확한 세포의 정확한 분리를 위해 필요한 정밀기공성을 확보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또 혈액내 헤모글로빈만을 분리, 수혈할 경우 수혈에 의한 AIDS의 발병 등 질병확산도 막을 수 있다.

 생체와 완벽하게 조화되는 인공장기의 개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나노파브리케이시요, 유기·무기 복합기술 등을 이용하면 인체에 삽입돼 장기간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생체친화적 인공장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밖에 분자모터를 이용해 분자단위에서 벌어지는 회전운동이나 직선운동을 규명할 수 있으며 이와 관련되는 생명체의 활동을 규명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세포내 분자단위의 활동체를 합성함으로써 인공생명의 창조도 가능해진다.

 ◇나노환경에너지기술=이 기술은 향후 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 차원을 떠나 지구와 인류와의 관계를 재정립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크게 보면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측면으로 인해 점점 위기에 몰리고 있는 인류의 생존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인 것이다. 현재 궁극의 예너지로 간주되고 있는 무공해·무한정의 수소에너지 활용을 나노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나노기술의 활용을 통해 수소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사용될 경우 이는 발전·주택·운송 등 모든 분야에 접목될 전망이다.

 이처럼 나노기술은 그 특성상 기본 원리만을 제공할 뿐 실제 분야에 적용될 때는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산업적 결실로 나타난다. 즉 융합기술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논리만을 앞세워 연구개발 및 투자와 등한시 한다면 나노기술이 갖는 진짜 가치를 얻는 데 실패하고 말 것이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정부의 나노기술 개발정책 및 나노팹 설치에 따른 영향 ■

 정부의 나노기술 육성에 대한 애정은 그 어느 것보다 각별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나노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과학적·경제적 열매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의 국회상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조차 입법 검토단계에 있는 분야를 한발 앞서 법제화할 정도로 나노기술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우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나노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견고히 구축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는 전략산업의 기반 및 미래 신산업 창출의 토양을 제공할 나노소재, 경제적 부가가치가 큰 신기술 융합분야인 전자소자, 단기산업화의 가능성이 큰 기술 및 독자적 원천기술, 기반분야인 분자논리소자 등의 분야가 선정돼 세부 개발기술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한다는 방침이 세워져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나노종합팹센터 구축, 차세대 자기공명장치 설치, 나노기술산업화지원센터에 대한 지원금 확대, 산·학·연 장비 공동활용, 정보기술-나노기술 융합특화센터 설립 등에 대해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2002년도 나노기술 분야 투자금액은 작년보다 93.1% 증가하고 발전계획상의 정부부문 투자계획보다도 1000억원 가량 늘어난 2031억원에 달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이같은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출범한 것이 나노팹센터다. 이 센터에는 현재 기업·대학·연구소 등이 공동입주해 연구개발 주체간의 연계 및 정보공유용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계획의 의도대로 나노기술의 연구개발이 진행될 경우 정보전자기기의 대용량화, 다기능화, 초소형화, 초고속화 등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또 나노와 바이오와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생명연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길이·질량·화학조성·전기·자성 등 기타 물성을 원자크기의 수준에서 측정할 수 있게 돼 기존 표준화·측정·도량화 개념과 체계에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뷰-테라급 나노소자 개발 사업단 이조원 단장(사진) ■

 “나노기술은 비록 긴 시간과 막대한 자금의 투자라는 거름에 의해 성장하는 과일나무이지만 한번 결실을 맺기 시작하면 파급효과와 응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반드시 육성해야만 하는 첨단 분야입니다.”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조원 박사는 단순한 트렌드로 나노기술이 인식돼서는 안된다며 과학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나노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노기술에는 크게 세가지 흐름이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첫번째가 ‘아톰테크놀로지’로 원자나 분자를 레고블록 쌓듯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을 말하며, 두번째는 자기 조합에 의해 나노 단위의 세계를 제어하려는 방향, 마지막으로는 최근 반도체기술의 발전흐름인 극한까지 회로를 미세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박사는 그러나 개별적인 나노기술의 흐름보다는 세가지 흐름이 하나의 본류로 합쳐질 때 ‘상승작용’의 효과에 의해 나노기술이 효용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리학·화학·전자공학·생명공학·재료공학 등 각 과학기술이 제각기의 독자적인 분야별로 발전됨에 따라 학문적·기술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 분야의 한계는 나노 스케일에서의 이해와 응용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으며 결국 ‘나노’라는 영역을 기점으로 퓨전화하고 통일되면서 각 부문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 효과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그는 나노기술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건으로 학문간의 벽을 허물고 학제간 공동연구개발 활성화를 제안했다. 한가지 예로 마치 보건학이나 의학이 의대나 약대 출신의 독점분야가 아닌 것처럼 물리·재료·화학·전자공학 등이 서로 유기적인 공조속에서 나노기술을 구사해야 우리가 꿈꾸는 의료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박사는 “아직까지 나노기술을 활용한 대량 소비상품이 나오지 않았지만 10∼20년 후에는 정보·의료·환경·군사·재료·농업 등 모든 분야에서 나노기술이 고갱이의 자리를 점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적으로 나노기술의 발전을 통해 국가경제의 쌀인 초고집적 반도체도 제작 가능하고 미시적으로 개인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이 박사는 나노기술 없이는 반도체도 바이오도 영원한 후진기술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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