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공룡들 "지금은 전쟁중" ■
미래 컴퓨팅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국적 IT기업들의 경쟁은 이제 ‘전쟁’이라고 불러도 어색지 않을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IT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최근 컴팩컴퓨터 인수를 통해 지존의 자리를 노리는 휴렛패커드, 제2의 자바 돌풍을 꿈꾸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비롯해 오라클·BEA 등도 21세기 새로운 컴퓨팅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 강공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전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역시 웹서비스 분야다. 웹서비스 시장은 닷넷(.net)을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와 선원(Sun One;Open Network Environment) 전략을 구사하는 선의 양자 구도에 최근 기존 IT시장에서의 강세를 기반으로 한 IBM의 가세로 여느 IT분야에서보다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은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개방형 플랫폼으로 향후 2∼3년 내 웹과 사용자 경험의 모든 부분을 변형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개발자에게 제공, 혁신적인 방식으로 컴퓨팅과 통신이 결합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윈도 기반의 새 프로그램 언어인 ‘C#’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 닷넷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컴퓨팅 장비를 서로 연동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장비를 통해서도 원하는 정보와 서비스를 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싱글사인온(SSO) 인증제도인 패스포트와 웹서비스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헤일스톰 프로젝트를 통해 닷넷 확산에 나서고 있다. 현재 패스포트 서비스에 가입한 기업은 70여개사에 이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강력한 견제자인 선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자바를 기반으로 웹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선의 웹서비스 전략인 선원은 유닉스 운용체계인 솔라리스와 자바 언어를 기본으로 하며, 선이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최근 인수한 아이플래닛의 웹 애플리케이션 등 방대한 IT자원을 무기로 세확산을 꾀하고 있다.
특히 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패스포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9월 AOL·GE·소니·NTT 등 38개 기업이 가입한 ‘자유연합(Liberty Alliance)’을 결성해 웹서비스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전통의 강호 IBM도 웹서비스용 플랫폼인 ‘웹스피어’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IBM은 운용체계는 유닉스보다 더 개방적인 리눅스를, 개발언어는 자바를 사용하면서 닷넷과 선원의 장점을 통합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BM도 전세계 150여 개발도구 공급업체가 속해있는 ‘이클립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선에 맞서고 있다.
컴팩과의 인수합병을 마무리짓고 웹서비스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휴렛패커드와 ‘오라클 9i’의 웹서비스 기능 보완에 주력하고 있는 오라클, 웹애플리케이션 ‘웹로직’ 제품군을 통해 웹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BEA 등 당분간 웹서비스 시장은 이들 업체간의 한치 양보없는 격전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직까지는 서비스 윤곽이 가시화되지 않은 그리드 컴퓨팅 시장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8월 그리드 사업 총책임자에 e비즈니스의 창시자로 유명한 블라드우스키 버거를 임명한 IBM은 공개소스 그리드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글로버스(globus)’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그리드 사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미 이 회사는 작년 하반기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생명공학용 대형 그리드 컴퓨팅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미국 에너지청 산하 국립 에너지연구 과학컴퓨팅센터의 그리드망을 구성하는 작업에 참가하는 등 그리드 컴퓨팅의 현실화에 앞장서고 있다.
IBM 외에 선이 일반 기업과 조직이 쉽게 그리드 컴퓨팅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리드 소프트웨어 제품군를 출시한 것을 비롯해 여러 IT기업들이 그리드 컴퓨팅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P2P 시장에서는 선이 P2P 전략을 담은 ‘적스타(JXTA)’를 발표하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P2P가 대중화되면 PC 성능에 대한 요구치가 높아져 자연스레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인텔이 P2P 표준화를 위한 위킹그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수많은 업체가 새로운 컴퓨팅 환경의 도래로 생겨날 신규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국내 업계 및 정부의 노력 ■
그동안 CDMA 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동통신 분야와는 달리 컴퓨팅 분야에서는 변방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에서도 21세기 새로운 컴퓨팅 시대에 동참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P2P 분야에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주도로 결성된 P2P워킹그룹이 올해 말부터 2003년까지 주요 연구기관과 일반 가정에 산재한 수만 대의 PC를 P2P 기술로 연결하는 CPU 공유작업을 추진키로 한 데 이어 한국전산원은 전자상거래와 같은 유료화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P2P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한 상태다.
그리드 분야에서는 지난해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차세대 인터넷 기반 구축을 위한 국가 그리드 기본계획’이 신기술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이를 통해 국가 그리드 관련 사업을 총괄하고 정부출연연구소들이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5년간 435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특히 그리드 분야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KISTI가 남북한의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KISTI는 북한의 최대 과학기술정보기관인 중앙과학기술통보사와 함께 남북한 네트워크를 연결해 컴퓨팅 자원을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웹서비스 분야에서는 중소 벤처업체들을 중심으로 개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웹서비스 솔루션의 특성상 대형 외산업체들과의 정면대결은 어렵다고 보고 각종 개발툴과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인터뷰-다카노 다카유키 IBM AP지역 그리드센터장(사진) ■
“컴퓨팅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지금의 전기를 쓰듯이 언제 어디서나 컴퓨팅 파워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할 것입니다. 또한 그리드 컴퓨팅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성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최신 컴퓨팅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IBM의 아태지역 그리드 컴퓨팅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다카노 다카유키 이사는 그리드 컴퓨팅을 비롯한 새로운 컴퓨팅 기술의 도입에 따라 지금 우리들의 생각으로는 상상하기도 힘든 새로운 컴퓨팅 환경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그리드 컴퓨팅이 차세대 컴퓨팅 기술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드 컴퓨팅 도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드가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기업과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컴퓨팅 자원의 낮은 활용도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전세계 기업이 운용하고 있는 서버의 실제 활용도는 20∼30%에 그치고, PC의 활용도는 10% 이하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유휴 IT자원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컴퓨팅 파워를 이끌어낼 수 있는 그리드가 활성화되면 기업은 IT에 대한 과투자를 피하면서도 신규 IT사업을 도모할 수 있어 PC 이용자는 누구나 쉽게 적은 비용으로 서버급 컴퓨팅 파워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밖에 세계 각 정부의 IT자원을 그리드로 연결해 일원화함으로써 인류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글로벌 협력 사업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컴퓨팅 환경의 변화상을 전망한다면.
▲컴퓨팅 플랫폼은 철저히 IT업체에 종속돼 왔다. 이용자들은 IT업체들이 짜놓은 환경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리눅스의 등장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다양하게 선보였고 요즘은 개방성이 IT제품의 최고 덕목이 됐다. 다시 말해 일반 이용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컴퓨팅 파워를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전기를 쓰면서 어디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정보 없이도 원하는 만큼의 전기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컴퓨팅 환경에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곧 컴퓨터가 우리의 생활 속으로 스며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드 컴퓨팅을 비롯한 최신 컴퓨팅 기술에 대한 일본의 개발 노력은.
▲이미 그리드 컴퓨팅은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e재팬 프로젝트의 주요 사업으로 지정돼 적지않은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산업종합기술연구소가 그리드를 비롯한 IT 신기술에 총 800억엔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기업들도 비교적 기술우위를 갖고 있는 이동통신·정보가전 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아직 산학 협력이 부족해 이 부분을 개선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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