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 20년이다-창조적 디지털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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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올 미래 20년은 우리에게 어떤 세상을 열어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몰라도 인간에게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 기술이 인간의 삶을 바꿔놓는 혁명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기술(technolgy)이 인간사회를 바꿔놓는 지렛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쇄와 제지 기술은 인간에게 문명사회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 정보시대에는 사람과 정보를 연결하는 새로운 매개체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했다. 그래서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가름하는 키워드는 단연 디지털이다.

 과거, 물리공간에 존재하던 수많은 기능들이 무서운 속도로 컴퓨터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현상을 보고 윌리엄 J 미첼은 정보혁명으로 등장한 비트가 공간혁명의 상징인 물리적 도시를 죽였다고 말했다.

 정보시대에는 말 그대로 디지털화된 정보가 넘쳐난다.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어떤 분야에서건 세계 최고의 석학·기술자들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디지털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지녔다. 아날로그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달라진다. 디지털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한 디지털 정보가 아니라 내 개인과 내 가족, 우리집에 딱 맞는 신선한 디지털 정보가 필요해진다. 이것이 바로 미래 정보통신기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생활혁명의 본질이다.

 지금까지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받은 정보들은 그 형태가 어떻든 이미 편집된 정보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정보의 실시간 유통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자료를 디지털화한 단순정보가 아니라 바로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수록한 실시간 정보를 요구한다.

 그래서 냉장고와 세탁기, 안경, 옷 등 모든 사물이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로 등장한다. 이를 통해 소위 홈네트워킹 시대가 개막된다. 홈네트워킹은 말 그대로 집안의 모든 디지털 가전제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미래형 네트워크다. 그래서 가정은 최첨단 커뮤니케이션센터가 된다. 냉장고가 TV와 직접 대화하고 전화벨이 울리면 가스레인지가 작동한다.

 신선하고 정확한 디지털 정보는 특정 국가의 유권자들이 세계 어느 곳에 있건 이동통신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화관이나 슈퍼마켓에서는 현찰이나 신용카드 없이 ‘이동전화 지갑’을 통해 은행과 교신,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 언론사의 해외 특파원은 시신경에 초소형 카메라를, 어깨에 초소형 이동전화를 이식해 취재원이 보고 말하는 그대로를 즉각 보도할 수 있게 된다.

 가정용 비디오게임기도 더 이상 게임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게임기들은 이미 컴퓨터를 지향하고 있다. 게임기를 통해 인터넷 항해가 가능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쇼핑도 즐긴다. 물론 전자결제도 가능하다. 가정용 비디오뿐만이 아니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케이블TV용 컨버터, 위성방송용 제한수신장치(CAS), 디지털TV 수신기, 웹TV 등도 하나의 셋톱박스로 통합돼 가정용 서버 역할을 맡게 된다.

 이런 시대가 오면 더 이상 컴퓨터와 통신기기는 희소자원이 아니다. 오히려 사용자가 희소해진다. 지천으로 깔린 컴퓨터들은 사용자가 자신을 이용해주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 정보기기들로서는 사용자를 귀찮게 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 된다. 조용한 기술(calm technology)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실시간 디지털 정보를 생성하고 유통시킬 기능형 칩을 만들어낼 반도체기술은 더욱 중요해진다. 크기는 작지만 조용히, 그리고 할 일은 다하는 초소형 장치들이 각광받는 것이다. 20세기를 풍미했던 반도체 분야는 이제 나노기술(NT:Nano Technology)의 지배를 받게 된다. 초미세기술은 21세기 어느날에는 DNA 만큼이나 작은 기계를 작동시킬지 모른다. 마치 구슬을 꿰듯 원자나 분자를 조합해 반도체 칩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이쯤 되면 기업의 마케팅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은 이미 소비자의 신상이나 소득, 직업과 같은 죽어 있는 정보가 아니라 상황인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획득한 신선한 정보를 토대로 한 새로운 마케팅을 요구한다. 소비자가 길을 걷거나 전철을 타고 이동할 경우 휴대단말기에 실시간으로 주변 레스토랑의 메뉴, 쇼핑센터의 세일 여부와 상품목록, 위치정보 등을 제공하고 추가 정보도 조회할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을 상상할 수 있다. 이동전화가 배가 고픈 주인에게 직접 맛있는 식당을 추천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도 생산이 아니라 정보의 가공과 유통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산업시대에 록펠러가 석유의 유통망인 철도를 지배해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듯이 미래에는 정보유통망을 지배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미래 정보기술(IT)은 우리에게 언제, 어디서나의 수준을 뛰어넘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냉장고 문을 쉽게 열 수 있도록 손잡이를 설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냉장고 문을 열기도 전에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사물과 사람간의 인터페이스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첨단기술로 무엇을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이뤄낼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미래에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창조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NT·홈네트워크·유비쿼터스·모바일 등 미래 첨단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세상을 열어줄지도 순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2015년 이후의 첨단기술 ■

 오는 2015년 이후에는 어떤 첨단기술이 각광받을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발표한 2015년 이후의 첨단기술 전망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는 ‘인간’ 중심의 시스템을 기본으로 시스템이 존재하는 ‘환경’과 시스템을 움직이는 ‘정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간과 환경, 그리고 정보가 미래사회의 중심 축이 되는 것이다.

 먼저, 자기복제와 자기수복(修復)이 가능한 인공적 생물이 창조되고 생명활동을 정보로 처리할 수 있도록 생명과학과 정보과학의 융합이 가속화된다. 인류는 우주로 진출해 무한발전의 타깃을 획득하는 등 환경문제도 ‘적정한 관리’의 대상으로 자리잡아 국제우주스테이션(SPSS)이나 우주태양광발전(SPSS) 등에 관한 연구개발이 중요해진다.

 또 원하는 정보를, 원할 때, 원하는 형태로 입수할 수 있는 기술과 함께 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함양이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테크노 리터러시는 첨단기술의 근본을 파악하고 기술이 우리의 삶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올바르게 이해하며 이를 통해 하이테크 기계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인간의 삶의 질을 고양하기 위해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특히 인터넷으로 시간과 거리의 개념이 사라지고 전세계적인 정보평준화가 초래돼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이익창출의 원천이 된다. 따라서 이 ‘차이’를 창출하는 기술생산을 위해 국가 전체적인 대응과 함께 산·학·연간 역할 재정립이 요구된다.

 학문간의 융합과 연계 강화를 통해 연구자 집단의 지식공유 및 보편화를 추진하는 것이 획기적 연구성과 창출의 관건으로 인식되면서 지식을 둘러싼 장벽을 타파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또 각설탕 크기 안에 미국 국회도서관 정보 전부를 집어넣는 메모리나 기존 철강의 10배 강도를 갖는 신재료로 비행기나 차체를 경량화한 초성(超省)에너지 수송시스템 개발 등 ‘새로운 고안(ingenium)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엔지니어들의 신성한 사명이자 윤리로 자리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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