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0주년특집>새로운20년-미래 직업의 세계(1)

 ■21C 직업구조 특징 ■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다음 세기에 촉망받는 직업의 대다수는 아직은 현실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1900년 각광받았던 30대 직업 중 오직 7개만이 오늘날 30대 유망 직업군에 속한다면서 앞으로 전개될 직업변화의 속도와 다양화 경향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전’에서 다음 세기에 각광받을 직업군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는 몇가지 흥미로운 직업들이 눈에 띈다. 그가 미래사회에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는 신종 직업에는 게임소프트웨어 검열자, 위치 파악 전문가, 혁신 리스크 보험인, 미학 엔지니어, 복제이미지 전문가, 동물 및 인간복제 전문가, 원형발명가 등이 있다.

 그는 또 구직자를 위한 이력서 대행업체, 인간관계 분석가, 국적 변경 컨설턴트, 이야기 해주는 사람, 양부모, 복제 이미지 매니저의 출현을 예견하기도 했다. 전지구적인 세계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과 아랍어 전문가, 중국어를 하는 핵 엔지니어, 타갈로그어를 구사하는 토목 전문가 등 국제문제 전문가들도 인기직종으로 부각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신종 직업들이 출현하게 되는 배경에는 전문성, 창의성과 더불어 동시성과 세계화가 강조되는 사회구조로 현실사회가 이동할 것이라는 사회적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21세기 직업구조의 특징으로 전문화된 정보직업 성장, 서비스 산업 확대, 직업구조의 양극화와 노동력의 다기능화, 불안정한 고용, 여성 경제인구 증가, 원격근무 확산을 꼽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유연화된 고용구조로 인한 불안정, 고령화, 여성인력에 대한 저평가 등 결코 밝지만은 않은 미래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직업구조의 변화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래학자들은 직업구조의 변화 요인으로 △정보기술 혁명 △경제구조 변화 △세계화 진전 등이 중요한 변인이 될 것이라는데 공통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확장된 광대역 통신망, 유무선망이 통합된 거미줄처럼 얽힌 네트워크가 사회 신경망으로 자리잡으면서 산업을 포함한 사회경제구조에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간생활에 가장 근접해 있는 정보기술은 생명공학, 신소재기술 등 첨단기술과 결합해 하이브리드(복합) 기술로 성장해 나갈 것이며 특히 정보수집, 조작 및 가공분야는 경제사회 전분야에 걸쳐 권능부여 기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정보통신혁명으로 90년대 후반 촉발된 신경제(New Economy)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에 의존하는 지식에 기초 개념으로 위험, 불확실성, 변화가 예외가 아닌 규칙인 경제다. 전문가들은 ‘신경제, 신산업’ 사회에서는 매년 새로 만들어지거나 사라질 직업이 끊임없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독일 사회학자 켄과 슈만은 신산업 시대에 조응하는 생산개념으로 유연적 전문화 패러다임과 선택적 친화성을 지니는 ‘신생산’을 제시한다. 이들에 따르면 신생산 개념에서는 20세기 직무체계와는 달리 직무사이에 경계가 제거되고 그 내용이 풍부해지면서 탈위계화와 더불어 업무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사람이 여러 직무를 동시에 추진하는 ‘멀티워커’의 능력이 인정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이들은 예견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화의 진전도 미래직업 구조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간 세계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간 자본이동과 노동분업이 일반화되고 있다. 직업시장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는데 최근 해외취업 증가, 자격시장 글로벌화, 연결산업간 관계확대 등 글로벌화 현상을 예고하는 징후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미래직업 구조에 대한 이와 같은 낙관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인력과잉에 따른 경쟁과 고용없는 성장, 노동계층의 양극화 경향에 관한 전망은 개인들에게 불안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발생할 지도 모를 후진국과 개발도상국 산업의 주변부화, 정보격차로 인한 갈등, 여성인력의 소외에 대한 우려도 향후 20년 동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일부 학자들은 또 2007년께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는 한국이 노령인구와 이를 일부 대체할 이주 노동자들에게 직업선택의 권한을 얼마나 주느냐가 향후 산업구조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10년 단위로 살펴본 우리나라 직업 변천 ■ 

 해방 후 60여년 동안 우리나라를 풍미했던 ‘유망’ 직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시대마다 사람들의 선망이된 직업에도 적지않은 부침이 있었다. 지난 50년대, ‘뚫어∼’라고 소리치며 골목길을 누비던 굴뚝청소부들의 정겨운 소리는 현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80, 90년대엔 도심 속을 활보하던 화이트칼라들의 전성시대였다. 87년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화이트칼라들의 반란은 그 시대를 풍미했던 사회의 원동력이었다. 정보통신과 문화, 연예, 스포츠 산업이 융성했던 90년대 후반은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최근에는 급격한 세계화의 추세속에서 금융, 컨설팅, 무역 등 해외 관련 전문가들의 역할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직업은 사회적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산업발달과 시대별로 중점을 두고 있는 산업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고 또 소멸돼 왔다. 이에 따라 시대별 유망직업에도 많은 부침이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게 될 미래의 산업, 경제구조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50년대(굴뚝청소부 시대, 근대화를 위한 신문물 도입기)=한국전 이후 황폐해진 도시와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산업화의 토대를 마련하기 시작한 때다. 농업·임업·수산업 등 1차 산업 종사자가 전체 인구의 80%를 이룰 정도로 1차 산업이 주를 차지했다. 전차·전화·라디오 등 새로운 서구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전차 운전사·전화교환원·라디오 조립원·공장노동자(고무·가발·섬유)·군인·경찰은 떠오르는 유망직종이었다.

 ◇60년대(기능공·공장노동자 시대, 경제 도약기)=경제개발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시기. 경제도약기로 1차 산업과 더불어 경공업이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농촌을 떠난 노동인력이 대거 도시로 유입돼 공장 근로자 수가 크게 늘었다. TV나 라디오 등 초보 수준의 전자제품 제작이 가능해져 전자제품 기술자(엔지니어)가 각광받는 직업으로 등장했다. 섬유·합판·신발 분야 기능공도 이 시절엔 빠질 수 없는 인기 직종이었다.

 한편 대기업 중심의 산업화가 추진되면서 회사원·타이피스트·비서·은행원·공무원 사무직종 종사자들은 선망의 대상이 됐다. 또 TV가 보급되면서 유랑극단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 반면 탤런트·배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항공기 스튜어디스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선망, 남성들에겐 흠모의 대상이었다.

 ◇70년대(건설 노동자·은행원 시대, 산업화 진전기)=국가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산업화 시대. 소비재 중심의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수출과 중화학공업이 중심산업으로 부상했다. 대기업 중심의 사회경제 구조가 시작된 시기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직원, 금융계 종사자 그리고 무역회사 직원은 유망 직종이자 결혼 상대감의 1순위였다. 이때는 또 중동지역 해외건설 붐을 타고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해외로 나간 시기였다. 노무사·건설현장 노동자·중장비 엔지니어는 이 시절의 특수를 잘 탄 직업들. 이밖에 공작기계 기술자·전당포 업자·버스 안내원 등도 주목받는 직종이었다.

 ◇80년대(화이트칼라·유통업자 시대, 첨단산업 및 서비스업 태동기)=70년대 산업화가 결실을 맺은 80년대는 중화학공업이 크게 발전했다. 소득이 늘어나고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직업환경이 급속히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삶에 여유를 갖고,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신종직업이 속속 등장했으며 삶의 질과 관련된 산업인 증권·보험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88서울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도소매 유통 및 음식숙박업의 종사자가 급속히 증가하기도 했다. 인기 직업으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반도체 기술자·증권사 직원·광고 기획자·카피라이터·프로듀서·통역사 등이 있다. 컬러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방송연예와 프로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90년대(전문직종 시대, 문화산업 진전기)=국가 주도로 IT가 발달하면서 정보통신산업, 금융전문산업이 크게 각광받는다. 외환딜러·선물거래사·펀드매니저·프로그래머·벤처기업가들의 역할이 새롭게 평가되면서 이들은 사회의 고급인력으로 추앙받았다. 방송연예에 대한 관심이 인터넷 수용에 적극적인 1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연예인 코디네이터·멀티미디어 PD·웹 마스터는 이들이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하는 인기직종이 됐다.

 ◇2000년대(디지털·글로벌 전문가 시대, 첨단산업 및 레저환경 산업발전기)=지식기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글로벌 인터넷 사회를 무대로 인터넷 분야 전문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통신네트워크 전문가·인터넷 솔루션 전문가가 인기가 높다. 글로벌화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져 국제공인회계사·국제회의전문가·국제고용전문변호사가 앞으로 유망직종으로 부각되고 있다. 우주와 인간의 복지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 항공우주 하이테크 종사자·첨단의료·유전자감식전문가·전염병 전문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싹트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 고용의 유연화 경향에 따라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개인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금융자산관리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실버산업이 새로운 대형산업으로 떠오르며, 환경오염에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환경 전문가·공해방지 전문가들의 역할도 기대된다.

 ◇2010년대(인간관리·복지전문가의 시대, 인간중심 산업의 발전기)=정보통신산업과 첨단의학산업의 만개(滿開).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개인 금융자산관리사와 사회복지, 레저관광 전문가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지면서 여가와 자기계발 등을 컨설팅하는 생활컨설턴트라는 신종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국적을 초월한 초대형 기업이 출현함에 따라 이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관리 전문가의 위상도 제고될 것이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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