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동·서양의 문화가 충돌하는 곳이다. 젊은이들의 경우 외모는 분명 중국인이지만 사고방식은 영국식 자유주의에 젖어있다. 오랫동안 영국 식민지를 거치면서 영국식 교육이 뿌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홍콩은 지난 97년 중국에 반환되면서 또다른 문화 변혁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국어로 광둥어, 만다린(북경어), 영어 등 3개 언어를 지정한 사실은 이같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은 이런 배경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국제무역 및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홍콩의 교역량은 700만여명밖에 안되는 인구에도 불구하고 인구 13억여명에 달하는 중국과 맞먹을 정도다. 또한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80여개의 은행이 진출할 만큼 세계 금융의 메카로 각광받고 있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물류와 자금이 대부분 홍콩을 경유한다고 해도 관언이 아닌 셈이다.
홍콩의 문화산업도 마찬가지다. ‘홍콩 르와르’라는 일종의 ‘튀기 영화’가 탄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동·서양의 충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홍콩의 게임산업 역시 이같은 흐름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시장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세계 게임산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다. 게임 타이틀은 물론 가정용 및 업소용 게임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거의 모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비디오 콘솔, 아케이드, PC, 온라인 등 어떤 특정 플랫폼에 편중되지 않은 시장구조는 홍콩 게임산업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젊은이들은 종종 시내에서 만나면 전자오락실이나 PC방을 찾는다. 또 집으로 돌아가면 PC게임이나 가정용 콘솔게임을 번갈아 가며 즐긴다. 한국이나 중국의 젊은이들이 온라인게임에 열광하거나 일본 젊은이들이 가정용 콘솔 게임에 푹 빠져드는 일종의 편식현상을 홍콩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나마 한국, 대만, 중국 등지에서는 불황기에 접어든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이 오히려 가장 성황을 누릴 정도다. 현재 홍콩에는 500여개의 전자오락실이 성업중이며 한국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일본, 미국 등 해외 신작을 빠짐없이 만날 수 있다.
최근에 PC방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전자오락실만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몽콕(Mongkok), 완차이(Wanchai)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경우 하나의 빌딩에 4개 이상의 PC방이 입주할 정도로 성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현재 250여개에 달하는 PC방 수가 연말께는 300여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PC방 풍경은 고객의 90% 이상이 게임을 즐기는 한국이나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도 시간당 8홍콩달러(1300원)로 한국과 비슷하다. 다만 유저들이 헤드폰을 끼지 않아 마치 전자오락실처럼 요란한 기계음으로 가득한 것이 특이하다. 주로 즐기는 게임은 ‘카운터 스트라이커’ ‘워크래프트3’ ‘디아블로2’ 등 국내에 잘 알려진 PC게임에서부터 ‘리니지’ ‘라그나로크’ ‘김용온라인’ 등 한국 및 대만 온라인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국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전자상가도 도심곳곳에 있다. 여기서는 PC 및 콘솔게임 소프트웨어는 물론 플레이스테이션2, X박스, 게임큐브, 게임보이어드밴스 등 게임기와 다양한 주변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홍콩 게임시장은 양적으로 다양한 반면 아직 규모면에서 마이너시장에 머물러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 관계자들 및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홍콩 게임시장은 한국 PC게임시장의 절반밖에 안되는 13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워낙 소비 인구가 적은데다 중국처럼 불법 복제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홍콩에서 PC게임이나 콘솔 게임 정품 타이틀은 아무리 많이 팔려도 1만장을 넘기가 힘들다. 온라인게임 역시 한국, 대만, 일본게임이 30여종이나 서비스중이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게임이 거의 없다.
게임원 스양아이 사장은 “홍콩 게임시장은 비디오 콘솔, PC, 온라인, 아케이드 등 주요 플랫폼이 균형을 이룰 정도로 비슷비슷한 시장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불법복제가 워낙 심해 온라인게임을 제외하고는 매출이 거의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는다.
개발보다 외산게임 소비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것도 홍콩 게임산업의 특징이다. 아직 게임 및 IT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자체 개발은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현재 메이저 게임개발사로는 북각지역에 위치한 게임원 하나 정도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외산 게임이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특별한 매출이나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홍콩 업계 관계자들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절대적인 인구는 적지만 홍콩의 PC 보급률이 95%를 넘고 가정내 인터넷 보급률도 50%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온라인 게임시장의 경우 매년 100%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중국 진출을 위한 요충지로 떠오른 것도 낙관적인 전망을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홍콩 정부는 수출입에 대해 무관세정책을 펼치는가 하면 게임 등급심의 등 각종 규제도 업체 자율에 맡겨 더할 나위 없는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홍콩에서 서비스중인 NC감마니아홍콩의 윤양노 과장은 “홍콩 온라인게임시장은 아직 수익을 내기는 힘들지만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인식되면서 이미 30여개의 해외 온라인게임이 각축전을 벌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내년초에는 홍콩에서 적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작품과 홍콩을 발판으로 중국과 서구시장을 공략하는 게임도 속속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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