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값 속락은 `파워게임`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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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FT LCD 가격이 예상을 뒤엎고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와 세계적인 IT 경기침체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가격추이는 불과 수개월 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작년 9월 210달러(15인치 모니터용 모듈 기준)를 저점으로 바닥권을 탈출, 올 5월 260달러까지 상승했던 평균공급가격(ASP)은 이미 지난달에 230달러 전후까지 밀렸다. 시장에서 최고가를 형성하는 제품을 만들던 삼성전자·LG필립스 등 국내업체들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겼던 ‘230달러벽’이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한국과 10달러 안팎의 가격차를 보여왔던 대만 후발업체들의 15인치 ASP는 이미 21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성수기로 돌아서는 계절적인 터닝포인트 시점인 9월 전망도 현재로선 어둡다. 1년6개월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던 이른바 ‘크리스털 사이클’을 무시하듯 꼭 1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한편으로는 이같은 가격약세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시장논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LG필립스 등 5세대 라인 가동 등으로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가 기대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 그러나 최근의 가격약세는 이같은 경제원론적 논리보다는 향후 세계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관련업체간의 물밑 ‘파워게임’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가격인하=수요증가?=보통 가격과 수요는 불가분의 관계여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들고 가격을 내리면 수요는 늘어난다. 특히 LCD처럼 대체품(CRT)이 있는 경우는 가격변동에 따른 수요변동이 심하다. 따라서 최근 TFT LCD의 지속적인 가격하락 근본 원인은 그동안 LCD 모듈가격이 지나치게 상승, 저가의 CRT로 돌아선 모니터 및 PC업체들을 다시 LCD쪽으로 되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분석이다.

 다시말해 LCD모니터의 CRT 대체율이 아직도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수요창출과 모니터시장 석권을 위해선 가격을 낮춰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공급가격이 높으면 비록 수익성은 좋을지 몰라도 5세대 가동 등으로 공급능력이 배가되는 상황에서 시장창출이 더 중요하다”면서 “장기적 안목에서 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계속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만과 일본의 추격 봉쇄=최근 LCD 가격과 관련,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움직임이다. 그동안 LCD 공급가격의 결정은 후발국인 대만의 주요 업체들이 한국과 10달러 정도의 격차를 두고 리드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국내업체들이 가격인하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떨어뜨리는 것이란 해석이다. 이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TFT LCD 생산국으로 한국의 턱밑까지 쫓아온 대만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즉, AUO·CMO·CPT·한스타·퀀타디스플레이 등 대만의 LCD ‘빅5’ 업체들은 모두 5세대 투자를 준비하고 있어 공급가격을 낮춰 이들 업체의 매출 및 수익성을 떨어뜨려 추격의지를 꺾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미약하나마 남아있는 일본의 모니터시장에 대한 ‘불씨’를 아예 꺼버리자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특히 대만업체들은 5세대 설비투자를 위해 대부분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과 DR발행, 유상증자 등을 이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올해 경영실적이 자금조달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관련,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공급가격 하락 등으로 LCD 업황이 위축된다면 투자가들이 외면, 대만 빅5 중 최소 1∼2개 업체는 낙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마지노선=그렇다면 장기적으로 LCD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대만과 일본의 추격을 봉쇄할 수 있는 적정 가격대는 어느 수준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낙폭이 문제일 뿐 LCD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 개월 전만 해도 국내업체들이 220달러를 마지노선으로 봤지만 그 정도로는 대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는 국내업체들이 지난 1년간 적극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제조원가를 170달러선(15인치 기준)까지 낮춘데다 최근 9개월간 관련 원부자재에 대한 납품가격 인하를 하지 않아 앞으로 충분히 견딜 만한 상황이기 때문. 여기에 대만업체에 비해 감가상각이 많이 이루어진 것도 가격 마지노선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LG필립스의 5세대 라인이 빠른 속도로 램프업(정상궤도)되고 있는데다 이달중 삼성의 5세대 가동, LG의 2단계(페이즈2) 5세대 투자로 이어지며 공급능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돼 LCD가격의 완만한 하락세는 이제 ‘대세’”라며 “이같은 가격약세가 세계 TFT LCD시장 재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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