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b ADSL 규격을 놓고 일본 ADSL서비스업체들이 법정 소송까지 벌이는 등 극한 신경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초 일본내 최초로 초당 최고 속도 12Mb인 ADSL서비스를 개시한 소프트뱅크그룹과 통신사업자 및 제조업체의 단체인 정보통신기술위원회(TTC)가 관련 규격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12Mb ADSL서비스는 그동안 치열한 가격 인하 경쟁을 벌여온 ADSL사업자들이 다음 경쟁 무대를 속도 경쟁으로 바꾸며 격전장이 되고 있는 서비스다. 이미 서비스에 들어간 소프트뱅크그룹을 필두로 NTT동·서일본, e액세스, 도카이브로드밴드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업체들이 올해내 시장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문제는 지난 7월 12일 e액세스가 총무성에 TTC 참여 업체들이 각기 룰을 준수하도록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표면화됐다. TTC의 멤버이기도 한 소프트뱅크가 TTC에 규격을 제안하지 않은 채 지난 3월 12Mb 시험 서비스를 개시한 데 대한 거부감을 명확히 한 셈이다. TTC는 워킹그룹인 스펙트럼관리표준작업회의를 설치하고 ADSL서비스에 따른 신기술이 다른 업체 회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표준화 및 규격 규제를 행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3월 12Mb ADSL 시험 서비스를 개시하고도 7월 10일이 돼서야 자신들이 채택하고 있는 규격을 TTC에 제안했다. 그나마도 신호 간섭의 판단 재료가 되는 주파수 데이터인 스펙트럼을 제출하지 않아 다른 회원사들의 불만을 샀다. 소프트뱅크의 12Mb ADSL 규격인 ‘Annex A.ex’가 타 회선 간섭이 심할 것이란 추측과 함께 표준 규격으로 인정치 않으려는 분위기가 TTC내 점차 팽배해졌다.
TTC의 움직임에 소프트뱅크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달 19일 TTC의 운영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27일에는 TTC내 스펙트럼관리표준작업회의 위원장인 고바타케씨를 영업방해 등의 이유로 제소했다.
고바타케씨는 라이벌 업체인 e액세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소프트뱅크측은 경쟁업체 임원이 표준을 정하는 위원회의 장을 맡고 있는 것은 공정성이 결여된다고 반박하고 고바타케씨가 소프트뱅크의 규격인 ‘Annex A.ex’에 대해 타 회선에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공언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TTC는 민간단체일 뿐 표준을 정할 권한이 없다며 법적 근거도 없이 표준화작업을 행하고 있는 TTC 존재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TTC는 지난달 30일 소프트뱅크측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워킹그룹 위원장에 회원사 임직원이 아닌 학식과 경험을 갖춘 인물을 기용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소프트뱅크가 자신들의 말처럼 단지 민간단체일 뿐인 TTC의 결정에 민감한 배경에는 이미 상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12Mb ADSL 규격 ‘Annex A.ex’가 TTC에서 표준 시스템으로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서비스 존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존재한다. TTC 결정이 강제력은 없지만 망사업자인 NTT동·서일본이 TTC의 결론을 존중해 NTT회선 접속 제한을 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내 업계 관계자들은 e액세스로 대변되는 TTC측과 소프트뱅크그룹의 충돌이 ADSL 보급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내 ADSL 서비스 가입자수는 매달 대략 30만명 증가 추세를 유지하며 7월말 현재 361만명에 이르고 있다.
양측의 공방이 계속될 경우 ADSL 증가에 기폭제 역할을 하리라 기대됐던 12Mb ADSL 서비스가 오히려 시장 활력을 없애는 요인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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