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레이저기기 현재와 미래>(5)신경외과

 신경외과 치료분야는 크게 척추 수술과 뇌 수술로 나뉘는데 레이저는 척추 디스크 수술에 주로 쓰인다. 국내 신경외과에 90년대 본격 도입된 레이저 치료는 아직 일반화된 방법은 아니지만 이를 조심스럽게 활용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신경외과의 대표적인 치료 분야인 척추 디스크는 척추 뼈와 뼈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이 튀어나와 주변 신경을 압박하면서 허리나 다리까지 통증을 느끼는 병이다. 척추는 건물의 기둥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곳에 이상이 생기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통증이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심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해야 하고 증세가 심할 경우엔 수술로 디스크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척추 디스크 수술에서 레이저는 외과에서와 마찬가지로 매우 정교한 칼 역할을 한다. 레이저는 강도, 연발·다발 등 쏘는 방법, 조사시간 등을 모두 컴퓨터로 조정할 수 있으며 제거해야 할 부분을 조금씩 태워 없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칼이 시야각을 좁게 하는 반면 레이저는 빛이므로 수술 부위를 환히 보면서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척추 디스크 수술에서 주로 쓰이는 홀뮴 야그 레이저는 물 속에서 파장이 퍼지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어 주변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다. 일명 콜드레이저(Cold Laser)라고도 하는데 0.5㎜ 이하의 침투 깊이로 주변 조직에 대한 열손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제거하고자 하는 부위만을 정확하게 태우고 주변 조직은 보호할 수 있어 비교적 안전한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내시경 수술법과 레이저 수술법을 결합한 ‘내시경 레이저 병용 수술’이 널리 쓰이고 있다. 약 6㎜의 크기로 해당 부위를 절개한 후 레이저를 단 내시경을 디스크에 넣고 내시경으로 관찰하면서 제거할 부위에 레이저를 갖다 대고 태우는 방법이다.

 내시경 레이저 수술은 2∼3㎝ 절개해야 했던 기존 수술에 비해 절개 크기가 대폭 줄어 근육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그만큼 수술 후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빨라 직장인이나 학생도 큰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이다. 환자에 따라선 수술 직후부터 요통과 다리의 방사통이 호전됨을 느낄 정도로 단시간 안에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레이저 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다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시경이 모니터 화면만을 보고 레이저를 쏘아야 하는 만큼 전문의의 오래된 숙련기술이 필수적이다. 레이저 수술이 적용되려면 일단 수핵이 터지지 않은 단순 디스크인 것이 좋으며 디스크가 딱딱하게 굳지 않은 연성 상태인 것이 좋다. 또한 척추뼈의 퇴행성 변화가 적고 요통보다는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이렇듯 치료 대상 환자가 제한되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내시경과 레이저를 병행함으로써 그 적용범위가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레이저가 적용되는 치료대상자라 할지라도 섣불리 레이저 수술을 받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우선 1∼3개월 보존 치료를 받은 후에 수술을 고려하는 것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경외과에서 레이저 기기는 분명 기존 수술방법을 보완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적용되는 범위가 한정돼 있다. 하지만 환자에게는 좀 더 단시일 안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레이저기기를 도입하는 병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직립 보행으로 진화한 이래 줄곧 인류를 괴롭혔던 디스크. 레이저와 같은 첨단 수술 도구가 앞으로 더욱 개발·보급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고통에서 간단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외과 김우경 교수 wkim@gh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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