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자동차용 블랙박스 보급 확산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전자 비행 기록 장치가 항공기 추락 사고 원인을 밝히는 아주 중요한 정보 출처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항공기처럼 자동차에도 블랙박스가 장착된다는 사실을 아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자동차 안전 전문가와 자동차 블랙박스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자동차 블랙박스가 차량의 안전과 안전 운전을 돕고 보험료를 낮출 뿐만 아니라 신속한 사고 조사를 가능하게 한다고 그 효용성을 높이 평가한다.

 이미 GM과 포드 등 자동차 메이커들은 신 차종 거의 모두에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있다.

 실제로 시보레 카마로 2000년 모델에 장착된 자동차 기록 장치의 정보가 지난 2월 리버모어의 한 여성 운전자의 자동차 사고 진상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한 회사는 다음 달에 10대 운전자를 둔 부모들을 상대로 자동차 블랙박스를 시판한다. 부모는 이 블랙박스의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 7일간의 주행 데이터를 홈 컴퓨터로 읽어 자녀의 운전 습관을 감시할 수 있다.

 일부 프라이버시 보호론자들이 자동차 블랙박스가 프라이버시 침해에 남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블랙박스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현 추세대로 가면 수년안에 자동차의 표준 옵션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일본, 독일의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자동차교통안전연맹의 필립 하셀타인 회장은 “자동차 블랙박스를 보급해 인명 구조에 도움을 주는 한편 자동차 주인의 프라이버시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 교통안전기구는 지난 97년부터 줄곧 자동차 블랙박스 장착을 촉구했다. 미 하이웨이교통안전국이 지난 8월 공표한 보고서를 비롯, 많은 보고서가 자동차 블랙박스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자동차 기록장치를 GPS 등 무선 기술과 통합하면 자동차 사고 피해자 구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이웨이교통안전국은 74년부터 자동차 블랙박스를 실험해왔으며 그 후 자동차 메이커들은 90년대 초부터 에어백과 함께 EDR(Event Data Recorders) 장치를 소리소문없이 자동차에 장착해왔다.

 GM은 지난 90년 모델 일부에 에어백 작동 정보 수집을 위해 EDR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GM 차량에 장착된 감지진단모듈 장치는 94년부터 에어백 작동시 충격의 정도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그 후 GM은 이 모듈을 자동차 충돌 전 5초간의 데이터를 남기도록 설계했다. 이 데이터는 자동차 속도, 엔진 회전율, 가속, 브레이크 작동 여부와 관련한 데이터가 들어있다.

 포드자동차는 또 97년 에어백과 좌석 안전벨트를 통제하는 리스트레이닝 컨트롤 모듈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포드는 그 후 이 장치를 충돌 5초 전 전방 및 측방 가속도, 운전자 및 승객의 에어백 작동상태, 안전벨트 착용여부 등 자동차 정보를 기록하도록 개선했다.

 베트로닉스는 캘리포니아 하이웨이 순찰대 등에 자사의 블랙박스 판독시스템 1000대를 판매했다.

 카말리로의 로드세이프티인터내셔널과 솔트레이크시티의 인디펜던트위트니스가 블랙박스 기록 장치를 판매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의 드라이브캠사는 충돌 전 브레이크, 액셀러레이터, 코너링 상태와 사고 순간 자동차 내부상황을 비디오 및 오디오로 녹화저장하는 카메라를 판매한다.

 자동차 블랙박스의 주 시장은 택시회사 등 대규모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운수회사다. 인디펜던트위트니스사는 자사가 제작한 데이터 기록장치가 라스베이거스 지역 모든 택시에 장착돼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고위험이 높은 운전자를 감시하는 데 이 장치를 이용하면 비용과 보험급여를 줄일 수 있는 것을 내세워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래리셀디츠사는 앰뷸런스 등 사고위험이 높은 차량 등에 약 10만대의 블랙박스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로드세이프티사는 다음달부터 가격이 280달러인 블랙박스를 10대 운전자를 둔 부모들을 상대로 판매할 예정이다.

 이 박스는 96년부터 시판된 자동차 컴퓨터진단시스템 내부에 설치돼 과속이나 러버가 탈 때, 급정지시, 안전벨트 미착용시 경고음을 낸다. 이 제품은 이와 함께 메모리카드에 7일분의 주행 관련 데이터를 저장해 부모들이 홈컴퓨터에 이것을 넣어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셀디츠 사장은 “우리 제품은 10대 자녀가 운전할 때 부모가 옆 좌석에 앉아 지켜보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제전기전자엔지니어표준협회는 날짜, 시간, 위치, 속도, 주행 방향, 승객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포함해 자동차 블랙박스가 기록하는 데이터를 정의하는 공용 표준 제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블랙박스에 저장되는 데이터를 자동차 소유자의 법적 재산임을 인정하고 사법당국이 이 정보를 조회하려면 법원 영장이나 기타 다른 법적 절차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