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젠테크 엔피아부문 사장 윤기주 kjyoon@enpia.net>
잭 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라는 책을 읽다가 중도에 덮어버렸다. 그가 능력 있는 CEO였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책의 많은 내용들이 기업 경영환경이 미국과는 많이 다른 한국의 벤처기업 CEO에게 치환되기에는 무언가 부자연스럽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국내의 3대 IDC를 엮어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CDN과 로드 밸런싱 등 24시간 네트워크 백업을 동시에 실현하는 통합 사설망 구축 및 이를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기술적 구상이 인정을 받아 다니던 회사에서 벤처로 독립한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그동안 느낀 점을 하나로 압축한다면 우리나라에서 IT 솔루션을 자체 개발한다는 것은 무모한 용기이자 무한한 기회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금·마케팅·경험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선진국에서 개발된 솔루션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시키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IT 솔루션 시장은 대부분이 외산 제품과 기술을 위주로 확대돼 왔고,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이 자체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그런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된 솔루션들은 기본적으로 그들 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개발된 것이기에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뭔가 부족하거나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자체 솔루션 개발이 우리에게 무한한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된 정보화 덕분에 구축된 걸출한 초고속망과 광범위한 온라인화, 이를 운용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네트워크·통신에 이르기까지 사용자의 요구가 우리나라만큼 ‘복잡다단’한 나라가 없다. 때문에 그냥 외산 제품을 베끼기보다는 이렇게 복잡다단한 국내 사용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우리만의 창의적 솔루션을 개발한다면 그것은 역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틈새시장을 얼마든지 공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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