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애니메이션 대상 작품도 선정되고 샘플 3편도 제작해서 보냈건만 남북을 둘러싼 국내외 변수 및 하나로통신과 삼천리총회사간 입장 차이 등으로 예정된 제작 스케줄이 중단돼버렸다. 이러다가는 당초 시작된 애니메이션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였다. 모든 언론에 ‘하나로통신 남북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이라는 보도가 나간 지 오래고 잘 진행돼야 할 프로젝트가 중단되었으니 필자 및 제작사의 입장은 난감할 따름이었다.
그때까지의 정황과 문제점 등에 대한 내용을 최고경영자에게 우선 보고한 후 향후의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었다. ‘사람사이의 신의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사장의 의지로 결국 국내에서 16편을 우선 제작하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업진행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래서 2001년 5월 5일을 첫작품 출시일로 매월 1일과 15일에 딩가 홈페이지(http://www.mydinga.com)에서 신규 에피소드를 정기 업데이트 하기로 하고 작품 제작을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만들어진 첫 에피소드 ‘TV 리모콘을 돌려줘’를 인터넷에 올리고 난 다음에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떨까?’라는 고민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쓰여진 많은 네티즌들의 글을 읽고 이내 사라져버렸다.
‘너무 귀엽다’ ‘내용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딩가야 놀자’ 등 어린이로부터 대학생, 일반인에게 이르기까지 격려과 관심의 많은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네티즌들의 반향에 힘입어 정기 업데이트날 중간 중간에 4∼10초짜리 토막 에피소드를 한동일 감독에게 강제하다시피하여 만들기도 하고, 자칭 ‘딩가아범’이 되어 딩가 팬들에게 정기적으로 메일도 보내고 게시판 응대도 하다보니 어느덧 모두다 사이버 공간내의 동물원 식구들이 되어 버렸다.
2001년 6월초, 해외 애니메이션의 흐름 및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해외 반응도 파악을 위해 세계 제4대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하나인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공식 행사 부스를 지정받아 참여한 것도 아니고 단지 노트북PC 1대와 딩가 포스터 300여장을 달랑 들고 출발한 초라한 행사였지만 운좋게 예약해놓고 참여하지 않은 빈 부스 앞에 자리를 잡아서 돈한푼 안들이고 멋지게 딩가를 홍보할 수 있었다. 딩가에 대한 관심또한 많아서 행사 포스터는 거의 하루만에 동나버리고 작품에 대한 많은 문의가 잇따라서 속으로 ‘대박이다!’하고 생각만 했었다.
같은 해 7월 북측 삼천리총회사와 사업재개의 물꼬가 트여 한 감독 일행의 애니메이션 제작 교육 및 스토리보드 설명을 위한 첫 방북이후 공동 애니메이션 제작 작업은 원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북측 제작진은 우리 측에서 요구한 작업 결과물을 담은 CD를 보내오고, 우리 측에서는 그에 따른 리테이크 내용 및 다음 제작 에피소드에 대한 스토리보드를 보낸 이후 직접 방북하여 리테이크 결과 확인 및 스토리 보드 내용을 설명해 주는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여 북측 첫 제작분량 3편이 그해 12월에 완성됐다. 1, 2차 방북 후 각 3편이 만들어지더니 어느 정도 제작 결과물에 대한 신뢰 및 기술력에 가속도가 붙어 마지막에는 9편이 2002년 5월 말에 한꺼번에 제작 완료돼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남북 공동 애니메이션 첫 작품 제작이 마무리 됐다.
딩가의 캐릭터 마케팅 및 라이선싱 대행사가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사로 결정되고,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한 ‘2001년 대한민국 영상만화대상’에서 캐릭터 디자인상 수상을 계기로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딩가 사업설명회 당일은 날씨마저 추워 많은 분들이 못 올까 두려워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석했었다. 하지만 딩가의 사업계획 발표시 행사장을 가득 메운 방송·언론사 기자 및 라이선싱 관계사분들을 보았을 때 두려움은 가슴 벅찬감으로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하나로통신 김종세 과장 kevinkim@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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