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단장 조영호 교수·왼쪽)은 근육 등을 모사해 고밀도 광저장기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나노구동기관의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선진국들은 미래 지식산업시대를 겨냥한 고부가가치 지식정보제품의 경박단소화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품 크기의 극소화를 통해 성능고도화와 가격경쟁력 향상, 에너지와 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컴퓨터·의료환경 등 미래 성장산업 분야에서는 광·열·유체·화학·생물학적 미세입자 및 에너지로 표시된 새로운 형태의 정보 매체를 직접 가공하고 제어할 수 있는 멤스(MEMS:초미세기계가공) 기반의 나노구동기관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멤스기술을 이용한 나노급 구동기관의 개발 시도는 크기 축소에 따라 다른 성질을 나타내는 극미세 물리현상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 부족과 극미세 구동신호의 잡음 영향, 미세가공 공정의 제작 오차, 미세 소재 물성에 관한 원천기술의 부족 등으로 인해 기술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다.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 중 하나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단장 조영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에서는 근육 등 나노 크기의 생체구동기의 구조와 원리를 확대모사해 대변위 나노구동을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미터 크기 나노구동기관의 작동원리를 발굴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극미세 공학적 도구와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단이 근육의 모사를 통한 나노구동기관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15년간 멤스기술을 이용한 마이크로액추에이터 연구를 수행하던 조영호 단장이 극미세 세포로 구성된 생물체의 구동원리와 구조를 관찰하면서부터다. 근육의 경우 액틴과 미오신 사이에 발생하는 생물학적 디지털 단위구동을 생체조직의 구동변조 특성을 이용해 복잡하고 정교한 구동으로 변환시키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구동기술의 한계이자 미래 지식정보제품이 필요로 하는 대변위 나노구동을 공학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생체모사 디지털 나노구동기관의 연구개발에 착안하게 됐다.
연구단은 최근 다위성간 RF통신을 광으로 대체하고 망막디스플레이 등을 구현할 수 있는 나노구동 원천기술을 상용화 수준에 가깝게 개발했다. 또 극미세 생체근육의 구조와 동작원리를 응용, 광신호 및 바이오물질 정보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생체근육을 모사한 디지털 나노구동기(근육칩)’를 개발했다. 실리콘을 재료로 전체 크기(1.2×1.2㎜)가 쌀알보다 작고 5.46㎛(1㎛는 100만분의 1m)의 운동 범위에서 12.4㎚ 정도의 움직임을 초당 7200회 연속발생시킬 수 있는 등 초미세 광 및 바이오물질 정보를 나노미터 정도로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극소형이면서도 광자의 손실이 적고 고정밀제어가 필요한 고속광통신·고밀도 광저장기·고화질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IT산업뿐 아니라 단백질이나 DNA 등 바이오물질을 정교하게 다루는 데 필요한 첨단의약 및 의료산업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연구단은 광·바이오물질을 나노미터 단위로 취급할 수 있는 나노구동기 개발에서 나아가 생체모사기법을 공학적으로 응용해 광·바이오 정보매체의 저손실 가공과 고정도 제어를 위한 디지털 나노구동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조 단장은 “독자적인 신기술과 산업재산권의 확보, 이를 응용한 신제품 창출, 정보·전자·바이오·의료·환경·우주 등 광범위한 산업분야에서의 신시장 개척과 기술파급 효과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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