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국제광산업 전시회>`정보통신 미래` 광자기술에 달렸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가 겪고 있는 변화 중 가장 근원적이고 혁명적인 변화는 정보사회의 도래다. 정보의 생산·저장·가공·처리·전송·소비가 급격히 증대되면서 정보용량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정보통신은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몇단계의 혁명적 변화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19세기 이전 기계식 방식은 전기의 발명과 함께 전동식으로 대체됐고 20세기 직전 전자의 발견은 전기시대를 전자시대로 바꾸었다. 1948년 반도체의 발명은 20세기를 전자와 정보통신의 새로운 문명으로 뒤덮으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전자시대가 한창 진행될 때 전자가 가지는 정보통신용량에 한계가 있음을 감지한 과학자들은 광자라는 입자에 서서히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60년대 초 레이저와 광섬유의 발명은 광통신을 탄생시켰고 메가비트·기가비트를 거치면서 이제는 테라비트를 내다보고 있다.

 인터넷은 광통신 없이는 불가능했던 현대문명이다. 콤팩트디스크(CD)나 DVD 등도 모두 광자의 덕분으로 일어난 기술혁명이다. 전자에만 취해있던 세계는 어느새 광자로 뒤덮이기 시작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침투의 과정은 100년 전 동선이 도시와 건물에 침투했던 과정과 비슷하다. 21세기에는 광섬유가 같은 경로를 침투해 들어갈 것이라는 것 밖에는 다를 것이 없다. 1990년대 중반, 물리학자들은 광자의 생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영원히 전자소자로만 쓰일 것으로 믿어지던 실리콘 반도체로부터 눈부신 광자를 발생시킴으로써 광자시대의 도래를 알린 일이 있다.

 신이 베풀어준 자원 가운데 정보통신용량을 높일 수 있는 세가지 자원은 시간, 공간, 그리고 주파수(파장)다. 전자기술은 공간분할(집적 메모리) 또는 시간분할(통신)을 사용해왔다. 광자기술은 파장분할을 도입함으로써 용량을 혁명적으로 증대시켰다. 그러나 공간분할은 광메모리(CD·DVD) 외에 아직 개척되지 않고 있다. 공간분할이 가능할 경우 용량의 한계는 또 한단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공간분할은 세단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는 곧 미세화·연결화·집적화다. 전자기술에서는 스케일링 법칙과 집적화 법칙(무어의 법칙)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광자기술에서는 아직 공간분할의 법칙이 알려져 있지 않으며 필자의 마이크로연구센터는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미세화·집적화는 저전력화·자원절약화·경량화·콤팩트화 등 중대한 효과를 제공한다. 대상은 마이크로레이저·광원·검출기·커넥터·도파로·논리소자·증폭소자·센서소자 등 다양한 소자를 포함하며 광통신·메모리·정보처리·홀로그램·센서·연산·측정 등 모든 면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미세화에 있어서는 소자 크기의 한계가 무엇이며, 그 한계는 무엇이 지배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근본적인 질문이 된다. 전자소자는 공간 양자화, 양자 구속 효과, 양자 공진 효과, 양자 간섭 효과, 탄성 효과, 비선형 효과, 고전계 효과, 임팩트 효과 등을 포함하며 광자소자는 크기 효과, 인접 효과, 에너지 구속 효과, 미세 캐비티 효과, 간섭 효과, 공진 양자 효과, 양자 혼돈 효과, 양자 광학 효과, 비선형 효과, 근접장 효과 등이 중요한 효과가 된다.

 다음으로 연결화와 집적화에 있어서는 집적밀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 된다. 연결화의 경우에는 같은 종류의 광자소자들을 직렬 또는 병렬형으로 집적하는 일이다. 집적화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소자의 집적밀도를 높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사항이 된다. 신호를 전달하는 광속(light beam)의 크기가 문제가 되며 모드의 결 맞춤, 편광의 결 맞춤, 소자 크기의 변화에 따른 결 맞춤 등이 문제가 된다.

 광자는 전자와는 전혀 다른 과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광자는 수백테라비트에 달하는 진동수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통신에 있어서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숫자다. 광자는 자유공간을 통과할 수 있으며 다른 광자와 공존할 수 있다. 전자는 반도체와 금속 등을 통과하며 직렬식으로 정보를 처리하지만 광자는 자유공간으로 막대한 용량을 병렬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광자의 경우 전자파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광파는 파장·회절·간섭·편광 등의 광학적 성질을 나타낸다. 따라서 미세화·집적화는 광자의 입자적 성질과 파동적 성질을 잘 활용해야 한다.

 미크론(1㎛은 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규모로 설계·제작·활용되는 소자들은 광 도파로, 광 모듈레이터, 광 스위칭 소자, 마이크로-링 소자, 광 분리기, 광 마이크로레이저 등이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링 구조가 특이한 광학적 특성을 보이며 다양한 새로운 광자소자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미터) 영역의 소자는 새로운 과학적 현상과 공학적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나노미터 영역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전자의 파동적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양자 현상이다. 광자는 전자의 에너지 준위와 갭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며 광자소자로써의 성격도 많이 달라지게 된다. 전자들이 나노미터 크기 공간에 갇히면 원자처럼 양자화된 에너지 준위와 갭을 만들게 되고, 파장이 다른 광자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양자점 또는 인공원자라고도 한다. 이런 경우 양자점의 크기를 조직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중요한 공학적·기술적 문제가 되며 정렬화·집적화 시키는 일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나노 소자로써 관심을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소자는 광결정(photonic crystal) 이다. 전자는 결정체 안에 형성되는 밴드 갭 내에 존재할 수 없으며 이동도 불가능하다.

 광자도 광결정 구조 안의 밴드 갭 내에서는 존재도 이동도 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며 이러한 구조를 광결정 구조라고 한다. 광결정체는 미세화 레이저, 도파로, 필터, 분할기, 혼합기 등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구조변화도 용이하기 때문에 광집적회로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21세기 광자시대는 열렸고 마이크로 광자공학의 시대도 열렸다. 미래 정보통신은 광자기술의 성패에 달려있으며 그 핵심인 마이크로·나노·양자·광자기술의 성패에도 크게 달려있다. 20세기 전자문명이 마이크로 전자공학으로 꽃을 피운 것처럼 21세기 광자문명도 마이크로 광자공학으로 꽃을 피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일항 인하대 교수>

△서울대 전기공학과 △미 예일대 응용물리학 석·박사 △프린스턴대 연구원 △AT&T 벨연구소 수석연구원 △ETRI 기초연구단장 △현재 인하대 정보통신대학원장, 마이크로광자공학연구센터장, 영 전기공학자협회(IEE) 펠로, 미 IEEE/LEOS 한국대표, 한호광자협회장, 한국한림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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