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학기술계는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의 이공계 대학 진학 기피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까로 고심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가 하면 여기저기에서 토론회나 간담회 등을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정부나 기업에서 과학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과학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과학기술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존경받고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많은 연봉이 존경과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 스스로 연구실 문을 박차고 나와 대중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부터 우리 과학자들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과 함께 ‘나 혼자 알아야 한다’는 소유욕으로 대중의 곁을 떠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부심과 주체적인 연구 노력이 물론 중요한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결과 과학은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대중과 멀어지고 말았다.
이제는 과학자들이 높디 높은 연구실의 문턱을 과감히 낮추고 대중 앞으로 나와야 할 때다. 그 다음에 처우개선과 연봉인상 등을 요구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서울과학관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던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관을 관람하기 위해 청소년뿐 아니라 아이들의 손을 잡은 어른들이 수백미터씩 줄을 서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들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체의 신비전’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시작된 이 전시회는 불과 4개월 만에 9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9월 중에는 100만명 돌파가 예상된다. 이는 단일 과학전시회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전시회 관람료는 1만원으로 무척 비싼 편이다.
결국 이 전시회의 성공으로 ‘과학은 재미없다’ ‘과학은 돈이 안된다’는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10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다면 100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리게 될 것이니까.
이처럼 전시회가 돌풍을 일으킨 것은 기증된 실제 인간의 몸을 최첨단 플라스티네이션(plastination)기법으로 완벽하게 보존,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인체의 신비가 의과대학의 실험실에서 대중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이 있다. 순수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자기부상열차가 과천에 세워질 국립중앙과학관과 과천역 사이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말로만 듣던 첨단과학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많은 청소년이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신비한 과학의 세계를 체험하며 미래의 과학자를 꿈꿀 것이다.
이처럼 과학이 대중 속으로 들어올 때 대중을 결코 과학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과학자들은 대중 속으로 몸을 낮춰야 한다. 그 다음에 처우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한다면 누가 그들을 외면하겠는가.
<김병억 산업기술부장대우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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