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9월이 오면

 9월이 오는 가을의 문턱이다. 이제 희망을 말하고 싶다. 9월은 하늘이 높아지고, 계절은 깊어가고, 곡식은 여물고, 기업들은 3분기를 마감하는 달이다. 어수선한 여름휴가가 끝나고 일자리로 돌아온 사람들은 새로 마음을 다잡는다.

 올해 여름에는 물난리가 유난히 심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지겨운 정쟁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경제도 어렵다고 우는 소리는 여전하다. 그러나 자연은 거짓없이 다시 결실을 준비하고 있다. 과일이 익어가고 수해를 견뎌낸 논들은 노랗게 물들고 있다. 농부가 피로한 여름을 이겨내고 거두고 챙기듯 우리도 이제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버티기만 하면 다행’이라는 한 벤처기업 사장은 그래도 하반기에는 좀 나아지지 않겠냐며 애써 미소를 띤다. 해외만이 살 길이라며 부지런히 비행기에 몸을 싣는 벤처 CEO도 있다. 기대와 희망만으로 현실을 견뎌내기에 상황은 너무 냉혹하지만 살아남은 업체들은 그래도 조금씩 미래를 낙관한다.

 최근 실리콘밸리 지역의 IT경기가 특수용도 응용 소프트웨어, 게임과 리눅스 분야를 중심으로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를 IT의 중심이자 세계 IT시장의 바로미터로 본다면 계속 되는 우울한 소식 가운데 그나마 위안을 삼아도 좋겠다.

 국내 인터넷업체들은 리딩그룹을 중심으로 조금씩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다음·NHN 등 포털업체와 옥션·인터파크 등 전자상거래업체의 실적이 모두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시장은 세계적인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무선인터넷의 활황으로 무선콘텐츠업체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온라인교육 분야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고 수익모델을 확보한 후 ‘인내의 시간’을 보낸 진화한 벤처들은 이제 앞날에 기대를 걸고 싶어한다. 투자가나 정책당국은 더이상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벤처가 우리의 꿈이었고, 다양성과 모험심이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벤처인들의 미성숙함과 도덕적 해이로 사회는 그들을 외면했다.

 지금 한 차례의 꿈에 실망한 사람들의 돈이 벤처로 가지 않고 부동산 등으로 몰리는 모양이다. 갈 데 없다는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아파트 값은 1년 사이에 2배로 올랐다. 자기 재산이 불어나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병들어간다. 부동산에는 사회의 꿈이 없다. 개인의 탐욕만 있을 뿐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총리 지명자마다 부동산이 그렇게 많다는 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징후일 것이다.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리게 한 데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 벤처를 유행처럼 띄워놓고 이제 못본 체 하고, 심지어는 흔들어대기까지 하는 사회 풍토가 몹시 염려스럽다.

 이제 다시 벤처를 우리 사회의 건전한 꿈으로 키우자. 우선 단기회수형 투자문화를 바꾸자. 더이상 단기간의 대박은 없다. 투자가는 투자 회수기간을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로 길게 잡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하자. 정부도 하드웨어와 인프라 중심의 정책을 콘텐츠·소프트웨어산업과 전통기업의 온라인화, 정부물자 조달의 온라인화로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9월이 되면 더이상 건전한 벤처인들이 울지 않게 하자. 직원들의 밀린 임금을 주고 발뻗고 맘편히 잘 수 있게 해주자. 한가위가 있는 9월은 어느 때보다 IT산업에도 풍요로운 열매가 열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고은미 IT리서치부장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