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간 회담이 이뤄지고 6·15 공동선언으로 통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잔뜩 부풀어있던 2000년, 필자가 하나로통신 콘텐츠사업팀에 근무할 때 대북사업의 일환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애니메이션에 대해선 그저 보고 즐기는 관람자의 입장에서만 있었지 막상 사업을 직접 해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은 당시 애니메이션 사업에 대해 스스로의 자신감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는 엄청 크기만 하였다.
하나로통신이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아니기에 우선 함께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할 제작사와 작품의 수배가 제일 시급한 과제였다. 이리저리 2D 셀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작품을 찾던 중 스투디오캐노피의 ‘파르파르 친구들’과 나이트스톰미디어의 ‘킥오프 2002’를 사업 대상 작품으로 임시 선정한 후 북측 삼천리총회사와 최종 작품 선정 및 계약을 위해 평양을 방문하게 되었다.
북측 실무자에게 작품을 제시하였지만 이게 웬 날벼락. ‘2D 애니메이션 대신 컴퓨터를 갖고 하는 3D 애니메이션으로 합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당혹감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몇주동안 제작사와 작품 선정을 위해 낮이고 밤이고 이리뛰고 저리뛰며 준비했는데 막상 올려놓고 보니 이게 아니란다.
서울에 오자마자 이전처럼 3D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작품 수배를 시작했다. 많은 제작업체들을 만나 얘기하고 사업성 분석을 하다가 3D 애니메이션 제작비용에 혀를 내둘렀다. 20분 분량의 2D 셀애니메이션 편당 제작비용이 6000만원에서 8000만원인 반면 동일 분량의 3D 애니메이션은 1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수준.
또 북측에서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얘기는 그당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태인데다가 북측의 3D 애니메이션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과 3D 애니메이션의 높은 제작비용으로 인해 다시한번 사업성에 대해 생각해보아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한동일 감독의 스폿애니메이션 ‘아코’라는 작품을 보게 됐고 맘이 끌리기 시작했다. 러닝타임이 짧아 제작 비용에 대한 부담도 그리 크지않고, 캐릭터만 괜찮다면 잦은 노출을 통해 캐릭터 사업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할 듯 하기에 한 감독에게 사업을 제의하게 되었다.
마침 한 감독이 고양이 소재의 스폿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던 터라 1분짜리 30편을 공동 제작키로 합의하고 딩가의 이전 이름인 ‘게으른 고양이 딩글딩글’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프리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은 한 감독이 진행하고, 메인프로덕션은 삼천리총회사가 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관계 설정을 한 후, 북측에 스토리의 전개 방식이나 컴퓨터 그래픽 수준을 제시하기 위해 우선 3편의 샘플을 만들어 보냈다.
항상 놀고 먹기 좋아하고 천성적으로 게으르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기 고양이 ‘딩가’와 딩가가 키우는 애완견 ‘푸코’는 이렇게 태어나게 되었다.
하나로통신 김종세 과장 kevinkim@hana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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