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회로를 기판에 인쇄하는 데 사용되는 필수 원재료인 ‘드라이 필름’의 관세환급 대상 가부 논쟁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관세청이 인쇄회로기판(PCB)업체들에 2년 전 환급해준 드라이 필름 관세액을 추징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관세청과 업계는 이렇다 할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업계가 ‘드라이 필름 과세전 적부 심사 청구’를 제기하자 관세청이 지난 5월 민관합동심사위원회를 개최한 데 이어 곧 2차 회의를 갖기로 했지만 그마저 차일피일하고 있다.
결국 양측은 당초 입장만을 되풀이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관세청은 ‘관세환급특례법’상 드라이 필름이 기판에 잔존해야만 관세환급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는 결합되지 않더라도 드라이 필름을 이용, 전자회로를 형성할 수 있으므로 해당 품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 조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관세청이 관세환급액을 추징하는 행정절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해결책이 미궁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가 장기화하는 것은 심의·결정을 해야 할 민원업무가 산적한 탓도 있지만 관세청이 기존 입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매체를 통해 ‘관세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관세청이 곡해한 점도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그간 수입관세를 별탈없이 환급받아왔는데 갑자기 토해내라면 어느 누가 반발하지 않겠느냐”며 “관세청이 규정 문구에만 매달리지 말고 산업 발전을 위해 보다 넓은 의미의 유권해석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환급 대상이다’ ’환급 대상이 아니다’ 하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관세청은 이 특례법의 취지가 핵심 원재료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산업체들의 대외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중국의 저가공략으로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세청이 입법 취지를 되살렸으면 한다.
<산업기술부·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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