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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억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에 신음하고 있는 세계 2위의 미디어그룹 비방디가 생존의 갈림길에서 처절한 자구계획을 실천, 전 유럽이 그 향배에 주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BBC, 월스트리트저널유럽 등 유럽의 주요 언론은 비방디가 팔 수 있는 사업부문은 모두 떼어내 협력사나 외부 기업에 넘기고 자력갱생을 위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각국의 주요 금융기관과 긴급대출을 협의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무리하게 확장한 주요 사업부문에 대해서도 투자동결 의지를 밝히는 등 그야말로 비상체제를 가동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비방디는 최근 보다폰과 합작한 유럽 최대 포털업체인 비자비 지분 50%를 보다폰그룹에 매각키로 했고 미국 출판사업부문인 휴턴미프린을 팔겠다고 발표했다. 휴턴미프린은 비방디가 지난해 22억달러에 매입했다.

 비방디의 위기감은 새로운 CEO 장 르노 프루프의 말에서 잘 드러난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 비방디는 가능한 한 모든 전략적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방디가 미디어회사로 계속 남을지 여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실 비방디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극약처방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비방디는 올 상반기에 123억유로(122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최악의 실적은 막대한 부채로 인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금융비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방디조차 스스로 올 상반기 23억유로의 경상이익을 기록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을 부담하면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유럽의 여타 거대 통신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호황기에 문어발식으로 지분을 확보한 갖가지 국내외 사업부문이 닷컴붕괴와 신경제의 후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연히 자산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세계 최강의 견실기업으로 손꼽히는 일본의 NTT도코모조차 해외 투자손실을 지난 회계에 반영, 사상 첫 적자를 기록, 전세계를 경악시킨 것과 흡사한 일이 비방디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비방디는 과거 메시에 CEO시절 미국의 AOL타임워너에 필적하는 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아래 무려 770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문 등의 자산평가액이 110억유로 감소했고 여타 엔터테인먼트 사업분야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S&P)는 비방디의 장기부채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두단계 하향 조정했다. 또 최근에는 채권자 중 하나인 도이치뱅크는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비방디가 2주내 파산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밝혀 더욱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비방디의 승부수는 역시 긴급자금 수혈과 사업매각이었다. 비방디는 9월말까지 은행들로부터 20억유로를 차입, 발등에 불부터 끌 예정이다. 비방디는 현재 크레딧쉬스그룹 등 일부 은행들과 대출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비방디는 이와 함께 보다폰과 1억5000만유로 상당의 비자비 지분매각에 거의 합의했다. 프루프 CEO가 밀어붙인 이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지난주 사흘 동안 45%가 폭락했던 비방디의 주가는 19일엔 14%가 올랐다.

 한때 잘나가던 통신미디어기업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방디가 과연 힘겨운 자구노력 끝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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