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의 사업주체인 NCTA가 POD(Point Of Deployment) 분리 의무화 규정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서 정통부가 추진해온 POD 분리 의무화 규정을 포함한 디지털 케이블TV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최근 서울 강북지역의 최대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큐릭스가 정통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오픈케이블 방식의 표준 규격을 적용한 삼성SDS 컨소시엄을 디지털 전환 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어 이것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 한 MSO의 관계자는 “디지털 케이블TV 도입과 관련해 여러 문제들이 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사업자·산업체·정부 등의 공동노력이 절실하다”며 “이를 선도해야 하는 정통부의 올바른 정책 방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측 상황변화=NCTA는 POD를 분리한 수신기가 수신자제한장치(CAS) 내장형 수신기보다 72∼79달러 비싸기 때문에 가입자당 매월 1.99∼2.98달러의 가격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내장형 수신기 보급을 금지함으로써 얻는 이득보다 이로 인해 야기될 비용 상승이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또 현재 상황이 POD 분리 의무화 규정 제정 당시와는 환경이 많이 변해 내장형 수신기 보급을 금지하고 있는 FCC의 논리가 더이상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NCTA는 2005년부터 시행되는 내장형 수신기 보급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시장논리에 맡겨 사업자와 소비자 스스로가 POD 분리 수신기나 내장형 수신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오픈케이블 방식의 표준 규격을 적용하는 데 있어 2005년부터 수신기의 핵심장치인 CAS가 내장된 카드형 POD를 수신기와 분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도 사업자들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FCC 마이클 파웰 위원장도 “FCC가 2005년 이후 보안장치(CAS)를 수신기에 내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과 본인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는다. 이런 결정이 필요하다고 법령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고 시장에 이런 식으로 개입해도 된다는 설득력 있는 규정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사업자들의 의견에 강한 동조감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NCTA는 POD 분리 의무화 조항이 삭제되는 것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더욱 강력하게 이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국내에 미치는 파장=미국이 이러한 상황을 겪고 있어 디지털 케이블TV의 조기 상용화를 위한 정통부의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통부는 POD 분리형 규정을 준수한 오픈케이블 방식의 디지털 케이블TV 서비스를 2005년 서비스 예정인 미국보다 조기 상용화함으로써 오픈케이블 표준 규격 장비에 대해 적극적인 미국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이 국가표준으로 정하고 있는 오픈케이블 방식은 유럽의 DVB-C 방식과 함께 개방형 디지털 케이블TV 표준규격의 양대 산맥으로 큰 시장성을 담보하고 있다.
정통부는 이같은 정책을 실현함으로써 과거의 CDMA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산업적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사업자와 소비자 또한 수신기의 호환성 및 가격 측면에서 더욱 유리하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케이블TV 시장은 전체 유료 가입자가 2000만 가구에 이르러 정통부의 이러한 사업추진은 강한 설득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실제 서비스 주체인 케이블TV 사업자들은 경쟁 매체인 위성방송이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이미 상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디지털 방송 서비스의 조기 실현을 주장해 왔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현재 POD 분리형 오픈케이블 표준 규격을 적용한 검증된 장비가 전혀 존재하지 않아 서비스가 늦어져 경쟁매체에 뒤처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 POD 분리 의무화 규정을 유예하고 CAS 내장형 수신기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정통부에 끊임없이 요청해 왔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미국도 2005년부터 POD 분리 의무화 규정을 강제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의 의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NCTA의 요구로 인해 정책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미국 시장 진출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는 정통부의 의견이 설득력을 잃고 오히려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정당성을 얻게 됐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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