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흘러 곧 도랑이 될 것이다(水到渠成).’
10년전 우리가 중국과 정식 국교를 수립할 당시 중국의 이붕 총리가 한 말이다. 그가 예측한 양국간 관계는 10년이 지난 지금, 도랑을 넘어 ‘바다’를 이루고 있다.
오는 24일로 양국은 수교를 체결한 지 꼭 10주년이 된다. 그동안 한중 양국은 수출입 교역에서만 5배의 성장을 이뤘다. 특히 대중 수출은 7배 가까이 늘어나 작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액의 53%인 49억달러를 중국과의 교역에서만 거둬들였다. 이제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부동의 2대 수출상대국이 됐다. 대중국 투자도 10년새 2배 이상 증가해 올 상반기 현재 총투자 누계액이 57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양적 성장은 IT를 포함한 전기·전자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수교 직전인 지난 1991년 당시 1억달러에 그쳤던 국산 전기·전자제품의 대중 수출은 지난해에 42억달러 기록했다. 10년만에 35배나 늘어난 셈이다. 올해 역시 지난 상반기까지 32억달러의 수출액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6.8%나 증가하는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전자제품과 IT제품의 대중 수출 증가는 이들 제품의 생산과 수출에 근간을 둔 국내 벤처기업의 활로도 넓혀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올 상반기 대중 벤처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7% 증가, 5억6980만달러를 기록했다. 벤처수출 1위 상대국인 미국과 불과 1940만달러 차이다.
중국의 문호개방과 그에 따른 경제성장은 우리나라와의 양국간 경제교류를 괄목성장시켰다. 반면 세계시장에서 우리는 중국의 도전과 추월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시장에서 중국은 한국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 이미 100대 수출품 중 절반 이상이 중국산으로 대체됐다. 특히 중국 IT산업이 급속도로 고도화됨에 따라 미국·유럽시장에서 컴퓨터부품·반도체·가전 등 우리의 주력수출품에 대한 중국산 제품의 도전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향후 한중 관계정립의 관건은 양국간 수평적 협력을 통한 ‘상생모델’ 구현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지만수 부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경제교류 경험을 활용, 양국 모두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제교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 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전세계에서 중국을 만만하게 보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라며 “중국사람을 아직도 미개인 취급하는 등 우리의 전통적 대중국관이 재정립되지 않는 한 양국은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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