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이남기)가 추진중인 ‘사이버쇼핑몰 표준이용약관’ 개정안이 ISP 및 쇼핑몰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위로부터 의뢰받아 현재 개선안을 만들고 있는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회장 김재옥)’은 전자상거래시 통신서비스 중단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책임 여부를 소비자가 아닌 ISP가 입증토록 하고 원인이 ISP에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엔 ISP가 손해액을 배상토록 하는 내용을 개선안에 포함시킬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 표준약관은 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운용하는 약관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ISP들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그동안 통신서비스 문제로 전자상거래가 중단됐을 때 일방적인 책임 추궁에 시달려온 쇼핑몰들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해 사업자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업계는 “피해발생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나 역할분담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달중으로 시민의모임의 개선안을 받아 초안을 만들고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안을 만들 계획이다.
◇ISP와 전용선 제공업체, “역할분담 애매하다”=이같은 표준이용약관 개정 움직임에 대해 쇼핑몰에 직접 회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용선 업체들은 1차적 피해라면 몰라도 2차적으로 일어난 피해까지 보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쇼핑몰이 장애에 대한 대비에 투자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이 없고 장애문제 발생시 원인규명의 역할분담이 명확지 않으며 전용선업체의 보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입은 2차 피해는 정확한 입증이 곤란할 뿐 아니라 기준적용도 고객마다 각기 다를 수 있어 실질적인 적용은 어렵다고 본다”며 “쇼핑몰 업체의 경우는 회선사업자를 복수로 계약하거나 고품질의 인터넷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반적으로 통신서비스의 중단에 대한 보상관례도 1차적 피해에 그치고 2차적 피해는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대부분 업체들은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1차적 피해에 대해 약관 이상의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어 2차적 피해에 대한 보상까지 약관에 명시하는 것은 심하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일부에서는 대부분의 장애가 KT의 구간회선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전용선 업체에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고객에게 보상한 후 KT로부터는 보상받지 못하게 되거나 ISP의 시스템 문제일 경우까지 전용선 업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등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쇼핑몰업계, “바람직한 결정”=쇼핑몰 업체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회선문제로 발생된 피해까지 자신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회선에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쇼핑몰측에서 책임소재를 규명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이같은 내용이 초안에 포함되는 것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쇼핑몰 운영시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제반 조치를 갖추는 것은 사업자의 당연한 의무지만 회선문제까지 책임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이번 초안이 확정된다면 쇼핑몰이 좋은 상품을 값싸게 들여오고 안전한 결제와 빠른 배송에 만전을 기하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는 입점 형태로 쇼핑몰을 운영해온 포털사업자의 경우 전자상거래 문제발생시 입점몰과 더불어 일정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여 일부 포털사업자들은 또다른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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