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안개속 행보` 실사 결과는 이르면 주말께 윤곽

 하이닉스반도체 문제처리의 중요한 지침서가 될 기업실사 결과가 이르면 이번 주말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실사결과에 어떤 내용이 담길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7월말에 나올 것이라던 하이닉스 실사결과는 실사담당 기관인 도이체방크와 모건스탠리의 작업지연으로 당초 예상보다 보름 가량 늦어질 예정이다. 채권단은 실사결과를 넘겨받는 대로 하이닉스와 협의를 거쳐 최종 처리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하이닉스 문제처리의 가이드라인격인 실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작성중인 구조조정방안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어 무수한 추측만 낳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안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채권단과 하이닉스 관계자들은 도이체방크 등이 마련중인 구조조정방안이 그동안 나왔던 방안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미 하이닉스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가용한 방법을 모두 쏟아낸 터라 새로운 묘안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채권단의 희망처럼 하이닉스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어떤 절차로 기업의 매각가치를 최대화해 무엇을 어떻게 팔 것인가가 구조조정방안의 주된 내용이 될 전망이다. 다만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재의 반도체 사업을 지속화할 계획은 있는지, 있다면 그 유예기간은 얼마나 될 것인지가 관심사가 될만 하다.

 ◇원칙은 분할매각=도이체방크 등이 하이닉스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기업실사안을 작성중이지만 그 뒤엔 채권단이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주된 내용은 분할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이 하이닉스 이사회의 반대로 메모리사업부문 매각이 수포로 돌아간 이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로 자문기관 교체단행 및 기업 재실사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채권단이 말하는 원점이 분할매각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채권단이 선정한 자문기관의 운신 폭은 제한되게 마련이다.

 더욱이 지난 4월 30일 하이닉스 이사회가 메모리부문 매각동의안을 부결한 이후 만 3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상당한 시간이 허비됐고 독자생존의 가능성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메모리 가격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어 독자생존보다는 분할매각에 무게가 실리는 게 현실이다.

 ◇독자생존 가능한가=하이닉스와 근로자, 소액주주들은 독자생존 또는 자력갱생을 희망하고 있다. IT 경기회복으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는 호기를 맞을 때까지 기업존속의 시간이 보장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은 독자생존이란 용어 자체에 히스테리를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 처리의 복안으로 삼고 있는 분할매각을 추진하다보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고 이 와중에 하이닉스는 그토록 갈구하던 시간을 벌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겠지만 이 시간은 독자생존용이 아닌 분할매각용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채권은행이 하이닉스에 관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최근 80%까지 높이고 하이닉스 CB전환 물량을 처분, ‘하이닉스와의 관계 최소화하기’에 나서면서 하이닉스가 재활에 필요한 신규자금을 기존 채권단에서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당분간 현 체제 유지=그렇다고 해서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자산을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매각하는 형식을 채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번 좌절을 맞본 마이크론이 다시 하이닉스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마이크론 외에는 마땅한 원매자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 4월에 비해 매각협상에 관한 분위기나 조건이 좋아진 것도 없다.

 최근 채권단 관계자들은 “당분간 현재의 사업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원매자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서둘러 사업장을 분할매각하는 것은 매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즉 하이닉스가 보유중인 하이디스 지분처럼 팔 수 있는 것들은 좋은 조건에 파는 등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상황이 호전되거나 원매자가 생기면 그때 가서 과감하게 분할매각을 단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현재의 하이닉스 체제를 유지하는 데 주어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가가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불씨를 살릴 수 있을지 아니면 사그라지게 할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