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인력시장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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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업계의 인력이동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인력시장도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기려 해도 신규 충원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원하는 자격요건이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잘나가던 몸값도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드림서치(대표 이병숙), 벤처피플(대표 김진천), 유니코서치(대표 유순신) 등 벤처헤드헌팅 전문팀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은 현재 벤처업계는 기술인력 부족, 신규채용 자금부족이라는 이중고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제도적 지원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은 이들을 통해 들어본 최근의 벤처인력 수급동향이다.

　◇위험회피적 성향 팽배 및 전직 업종 편식증=‘벤처위기설’의 등장과 전반적인 경기불황으로 대기업 등 일반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이직하려는 움직임은 사실상 중단됐다.

　대기업 종사자의 경우 벤처업계보다는 다른 대기업 혹은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벤처붐이 식고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창업을 감행하거나 벤처로 자리를 옮길 필요가 있겠냐”는 게 최근 대기업 종사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직을 희망하는 기술자들과 직장인 상당수가 무선단말기, TFT LCD, 일부 솔루션 분야로 몰려들고 있다. 따라서 IT업계의 전반적인 기술인력 수급불균형이 예상된다.

　이같은 위험회피적 성향이 우수인력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벤처업계 앞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언어능력, 경영능력 겸비한 IT기술자 우대=최근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테크노경영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확산, 인력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2, 3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지 채용이 가속화되면서 벤처업계도 현지어와 현지문화에 능한 마케팅 전문가를 선호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인재는 보통 현지어를 읽고 쓰는 능력뿐 아니라 보고, 프레젠테이션 업무까지 종합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로 경영능력과 기술적인 전문성까지 갖춘 이공계 인력을 일컫는다.

　최근 초기개발 단계를 벗어나 상품화 단계에 이른 벤처기업들이 기술자에서 국내외 마케팅 세일즈 전문인력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업계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찾는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최고재무담당자(CFO) 몸값 바닥신세=한때 전문성을 바탕으로 CEO 다음으로 최고 몸값을 누렸던 재무담당자들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투자시장 위축으로 하루아침에 오고갈데 없는 신세가 됐다. 이는 대기업 CFO나 벤처기업 CFO 모두가 같은 입장이다.

　특히 올들어 창투사나 대기업 투자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된 재무담당자들은 회계·재무관리 등 소극적 위치로 전락하고 있다.

　결국 CFO의 역할이 ‘투자자 사냥’에서 ‘가계부 관리’로 축소되고 있으며 일부 대형 벤처 CFO들을 제외하고는 ‘매물’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 일본쪽 일자리에 곁눈질 여전=미국 경기부진으로 90년대 후반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던 국내 기술자의 실직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일본 등 해외 일자리에 대한 국내 기술자들의 호감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일본 정보통신업계에 진출하려는 프로그래머나 관련 종사자들이 꾸준하게 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전문 송출업체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