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IT업계 `외국어 도사` 2인방

 외국어 하나쯤은 필수인 세상이다. 기업들도 외국어 잘하는 사람을 우대한다. 특히 정보기술(IT) 업계는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웬만큼해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이 와중에 외국어 실력으로 스타가 된 사람들이 있다.

 거원시스템의 인터넷미디어사업부 정욱 팀장(31). 그는 회사 내에서 콘텐츠 팀장이지만 밖에선 외국인 가수 통역사로 더 유명하다. 지난 4년 동안 거원시스템에 근무하면서 미국의 록밴드 스매싱펌킨스, 음반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 헤비메탈그룹 데프레퍼드 등 내한한 유명 가수나 음반프로듀서들의 ‘입’ 역학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스매싱펌킨스 내한공연 때 TV와 음반잡지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동시에 3개 매체의 인터뷰를 동시에 진행했는데 스매싱펌킨스의 음악에 대해 스매싱펌킨스보다 더 해석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정씨가 외국 가수들의 통역을 담당하게 된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거원시스템에 몸담기 전에 음반잡지의 편집장을 지냈다. 당시 알고 지낸 지인들을 통해 부탁이 많이 들어온다. 이 일은 그의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됐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음원들을 그동안 알고지냈던 직배사를 통해 구하기도 합니다. MP3 플레이어에 외국 가수들과 인터뷰나 그들의 음악에서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LG전자 강수형 과장(35)은 외국어에 관한한 기인에 가깝다. 영어·독일어·러시아어·폴란드어·불가리아어·세르보-크로아티아어·라틴어·그리스어·현대그리스어·고대히브리어·현대히브리어·이디시·중국어·일본어. 그가 터득(?)한 언어만도 14개. 한국어까지 포함하면 15개 국어를 할 줄 아는 셈이다.

 어떻게 이 많은 언어들을 섭렵할 수 있었는 지가 궁금했다. 그는 지난 86년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개선 노력이 다방면에서 시도되자 러시아어의 수요가 늘 것 같아 외국어대 러시아어과에 입학했다. 4년 동안 열심히 학업에 매진한 덕분에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됐지만 그때까지 러시아와 수교를 맺지 못해 독일에서 공부를 해야만했다. 전공은 슬라브어였지만 독일에서 공부하며 살자니 독일어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일대학에서 어문학부를 졸업하려면 라틴어도 교양필수로 학점을 따야했다. 외로운 유학생활을 이기기 위해 신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대 히브리어를 배웠다. 영어로 쓰여진 참고문헌이 너무 많아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에 연수도 다녀왔다. 중국어는 LG전자에 입사해 사내 어학강좌를 통해 배웠다.

 그는 “자유롭게 구사하는 언어는 영어·독일어·러시아 정도이고 나머지 언어는 사전을 찾아가며 책을 봐야합니다”며 겸연쩍어 한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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