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공경희 옮김/민음사 펴냄
성장기를 겪으면서 읽었던 어린왕자, 데미안,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은 10대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이런 류의 소설이 하나 더 추가된다면 출간된 지 50년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오며 지금도 1년에 30만부 이상씩 팔리고 있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성장소설과 이 소설이 다른 점은 이 소설이 60, 70년대 미국의 반전 히피문화를 대변하는 작품이라는 것과 반항아·문제아를 다룬 내용 때문에 어린왕자류의 권장서적이기는커녕 일부 학교에서는 금서로 지정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지은이 샐린저는 영화 ‘파인딩 포레스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며, 이 책의 주인공 홀든은 폴 사이먼의 노래 ‘I’m a rock’ 및 영화 ‘컨스피러시’ 등 수십 년간 미국의 음악 및 영화에 기본적인 정서적 배경이 될 정도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샐린저는 19년 1월 1일 뉴욕에서 유대교도인 아버지와 기독교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성적불량으로 중학교를 중퇴했고, 프린스턴·컬럼비아에서 수학했으나 역시 중퇴했다. 2차대전에도 참전했으며 51년 발표한 이 작품 하나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나 이후 은둔생활을 해오고 있는 특이한 인물이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인 홀든도 지은이를 닮은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홀든 콜필드라는 주인공의 2박 3일 동안의 행적을 그린 소설이다. 부유한 뉴요커의 가정에서 태어나, 세상의 허위와 거짓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며 방황하는 이 소년의 행적에는 퇴학·변태·창녀·동성연애자 등 낯설지 않은 현대사회의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마침내 순수한 영혼에 눈뜨는 주인공의 모습과 그 과정을 현대인들은 스스로의 경험에 투영하며 충격적인 감동을 접하게 된다. 이 책에서의 주인공의 고독하고 슬픈 모험은 50년대의 미국 사회상에 투영되며, 세상을 향해 외치는 억압된 자아의 폭발적인 목소리는 우리에게 순수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다. 콜필드는 세상이 모두 위선으로 뒤덮여 있다고 절규하지만 결국 희망없는 사회가 미친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규범과 질서, 그러나 그 속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가짜와 추잡함에 혐오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이 소설은 시원하고 잔잔한 해소감을 제공할 것이다. 문학작품에서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소설의 진가는 그 메시지가 아니라 독자를 뒤흔드는 충격적이고 빠져나갈 수 없는 저자의 탁월한 전달방법이라 하겠다. 무슨 일이 잘 안풀릴 때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픈 어른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연세대 김영용 교수 y2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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