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중 반도체·컴퓨터·무선통신기기 등 IT제품 수출 신장률이 40% 이상이고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수출도 21개월 만에 20% 가까이 증가한 것은 하반기 수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대일 수출이 1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미국·중국·유럽연합을 비롯한 4대 주력시장에 대한 수출이 모두 증가세를 보이면서 하반기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번 증가율이 최악의 수출감소율을 보였던 지난해 7월을 비교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다 미국경제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환율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 주요 시장에서의 통상마찰 등 변수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1개월 만의 두자릿수 수출증가율=7월 수출증가율 19.9%는 2000년 10월(13.4%) 이후 처음으로 두자릿수로 회복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21.2%)이 사상최악의 감소율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액면 그대로 수출이 급증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실제 지난해 7월(144억5600만달러)과 비교할 경우 올 7월은 수출액이 오히려 8억달러 적다. 특히 두자릿수 수출증가율의 일등공신인 IT제품 수출호조도 사상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7월의 부진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요인이 컸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아직 수출이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큰 폭을 증가한 것과 이러한 증가세를 IT제품이 견인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산자부는 보고 있다.
◇반도체 등 IT제품이 주도=20일까지의 품목별 추정치를 보면 간판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작년동월대비 무려 58.8% 증가한 1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반기 계절적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D램 가격상승과 시스템IC·개별소자 등의 수출증가세와 함께 지난해 수출부진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이 고루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에 이어 무선통신기기(50.8%), 컴퓨터(39.4%), 가전(23.1%) 등 주요 전기전자제품 모두 큰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품질 및 디자인 경쟁력이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수출시장이 미국·EU·일본 등 선진국 중심에서 중국·아세안 등으로 다변화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반도체·무선통신기기 등 IT품목은 대미·대중 수출이 각각 20% 이상 증가하고, 대일 수출이 17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IT산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한번 실감케했다.
한편 IT제품의 수출호조가 다른 업종으로 점차 확산되면서 자동차(7.4%), 일반기계(20.2%), 석유화학(7.2%), 철강(1.8%) 등도 수출증가세를 보인 반면 선박은 통관이 늦춰지면서 16.8% 감소하고 석유제품(-6.4%)도 채산성 악화의 영향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대일 수출 플러스 전환, 중국 2위 수출시장 부상=지역별로는 일본으로의 수출이 7월20일 현재 10% 늘어나면서 17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 큰 특징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주요품목의 대일수출이 아직 부진하지만 일본경기가 바닥을 벗어날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와 철강의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미국으로의 수출도 7월에 20% 가량 늘어나면서 올해 누계(0.5%)로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됐고 중국(28.7%), 중남미(39.0%), 중동(14.8%) 등 이른바 ‘3중시장’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20일까지 지역별 수출비중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일본이 11.6%에서 9.3%로 한자릿수로 줄어들고 EU(13.2→13.0%), 미국(20.0→20.4%) 등이 변동폭이 적은 반면 중국(11.8→13.6%), 아세안(10.9→12.0%) 등의 비중은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중국시장은 지난해 일본을 제친 데 이어 올해는 EU마저 앞지르며 명실상부한 2위 시장으로 떠올랐다. 7월중 대중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휴대폰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8배나 늘었고 컴퓨터(75.0%), 전자부품(56.6%) 등이 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반기 수출전망=산자부는 하반기에도 두자릿수 증가율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외적으로 불안한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4분기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수출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봤다.
특히 9월 이후 수출은 환율이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산자부는 전망했다. 원달러환율 하락세가 4분기부터 수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환율의 불안정한 급등락 또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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