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사용하는 공도(公道)인가, 수요자 중심의 기업용 사도(私道)인가.’
전자무역이 새로운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부각되면서 네트워크인프라 구축을 두고 정부, 유관기관, 기업들 사이에 ‘공도’와 ‘사도’ 중 어디를 먼저 구축할지 여부가 쟁점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대기업들이 추진해온 개별 전자무역시스템 구축이 중견기업으로 확산되면서 공공 전자무역인프라, 즉 ‘공도’ 구축에 앞장서온 정부와 유관기관이 투자비용 최적화, 범용 및 호환성을 지적하면서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많은 시일이 소요된 ‘공도’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적용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해외거래시 적용되는 ‘사도’ 성격의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무역 인프라 구축과정에서 정부와 유관기관이 민간기업과의 의견교환을 통해 중복투자, 법적지원, 신뢰성, 표준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도의 개념=모든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외환·상역, 통관, 물류, 금융결제, 유통에 이르는 무역업무 전과정의 전자문서교환(EDI) 자동화를 노린다. 기업들이 EDI를 통해 무역업무를 할 경우 국가차원의 경비절감 효과가 막대할 것이라는 논리에서 산업자원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현황=정부는 지난 90년대 초 무역자동화기본법에 의거, 국내 무역자동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용장(LC) 개설, 수출입 요건확인, 수출보험, 원산지증명서 발급 등 수출입 업무 단일 창구로 한국무역정보통신을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무역정보통신은 각 유관기관과 기업들의 수출입 서류업무를 전자문서화했다.
현재 국내 모든 기업들의 수출입 과정에는 한국무역정보통신의 EDI서비스가 적용된다. 지난 98년 이후에는 해외와의 무역자동화를 위해 네트워크 연동을 시도중이다. 이 작업은 현재 한일간전자무역연동(e트레이드허브), 동아시아전자무역네트워크(PAA), 한·유럽전자무역사업(ASEM) 등을 통해 공공 인프라의 모양새를 갖추고는 있지만 아직 미완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도구축=최근 잇따라 인터넷 EDI 방식의 무역자동화시스템 구축에 나선 대기업들은 정부차원의 전자무역 인프라 구축이 더디게 진행돼 당장 밀려드는 해외거래를 처리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추진하는 전자무역 사업에 상용화된 전자문서가 고작 3, 4개라는 사실도 이같은 사도구축을 부추기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은 지난해 태국법인에 사도 성격의 전자무역네트워크를 구축한데 이어 영국·스페인법인에도 같은 유형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보험·금융·로컬구매·물류·통관·보험 등의 업무(인보이스·패킹리스트·부킹리퀘스트·딜리버리·통관정보·결제리스트 등)를 서류없는 전자문서(20여종)로 구현하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SK글로벌도 독자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동국제강, 도레이새한 등은 국내 수출입업무의 무역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탈 ‘공도’를 표방하고 있다.
◇쟁점=정부에서는 민간기업의 개별적 전자무역시스템(사도) 구축 추진은 특정기업의 상황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 범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법적인 효력이 없는 전자문서의 난립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들은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 시점에서 공도가 완성될 경우 기술적인 호환이 쉽게 가능하다는 논리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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