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비용처리` 핫 이슈

미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달아 스톡옵션의 비용처리에 나섰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에 따르면 아마존·컴퓨터어소시에이츠(CA)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기업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CEO)와 케이스 셰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회사 재무상황에 대한 보증서를 제출하면서 “기업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 강화계획의 일환으로 이번 분기부터 이같은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경=미국 주요 IT기업들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데는 자국 정부의 산업계 정화 노력이 촉진제가 됐다. 미국 정부는 엔론·월드컴 등 미국을 대표해온 우량 IT기업들의 회계부정 사태가 연속적으로 터지면서 회계부정이 자국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 다다랐다고 판단, 각종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SEC가 재무제표의 정확성을 CEO와 CFO 등이 개인적으로 인증할 것을 의무화한 새 규정을 마련, 미국내 947개 대기업들의 준수 상황을 웹사이트(http://www.sec.gov)에 공개키로 했고 부시 대통령은 최근 증권사기범에 최고 2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기업회계개혁법안’에 서명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스톡옵션의 회계처리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부 업체들이 여기에 발을 맞춰가고 있는 것이다.

 ◇IT업계 동향=GE에 앞서 스톡옵션을 장부에 반영키로 한 기업들로는 코카콜라와 워싱턴포스트·보잉 등이 있고 IT분야에서는 아마존·CA 등을 꼽을 수 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스톡옵션을 결산에 반영하면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다소나마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년 초부터 회사가 발행한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키로 했다”고 밝혔고 CA 역시 “2003년 4월 1일부터 시작하는 2004년 회기에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MS)·인텔·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주요 IT기업들은 일단 ‘시장의 개혁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스톡옵션을 결산에 반영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업계는 유능한 인력을 모으기 위해 혹은 직원들에게 소속감을 주기 위해 다른 분야에 비해 많은 양의 스톡옵션을 부여해왔다. 특히 다른 산업에 비해 기반이 취약한 IT업계로서는 스톡옵션을 비용처리하지 않을 경우 이익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인텔과 MS의 순익은 각각 80%와 44%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망=스톡옵션을 비용으로 돌릴 경우 IT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볼 때 여러가지 측면에서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은 당일 주가가 급락했다. 해외매출 증가 등으로 예상보다 손실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톡옵션의 비용처리가 앞으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수의 IT기업들은 결국 이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성에 대한 의혹으로 개별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버티기’는 한계가 뻔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IT분야 전체에 대한 신뢰도 폭락으로 이어져 업계 공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다 이 흐름에 동참을 선언한 기업들의 인식이 개선되는 사례도 눈에 띈다. GE는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의 회계부정 혐의 구설수 등에서 벗어나 불신을 해소하고 미국 간판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내용을 발표한 당일 GE의 주가는 전날보다 2% 가깝게 상승했다. 이처럼 스톡옵션의 비용처리가 반드시 나쁜 방향으로 나타나지 않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 이 대열에 동참할 경우 많은 업체들이 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종사자들은 이 흐름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투명성을 살려 투자자들로부터 만신창이가 된 업계의 신뢰도를 회복시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기업 개개에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산업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스톡옵션의 비용처리에 동의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번 흐름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IT기업들의 생존이 엇갈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스톡옵션의 비용처리는 21세기 미국 IT업계, 나아가 세계 IT업계의 지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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