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영업·마케팅은 물론 조직관리까지 모든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게 녹록지는 않았지만 모든 직원들이 분발해줘 목표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새롭게 한국컴퓨터어쏘시에이트(CA)의 사령탑을 맡은 뒤 첫 분기 항해를 마치고 난 지일상 사장(38)은 이렇게 소감을 피력했다. 지난 분기에 CA는 경기침체에도 불구, 당초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었다. 그는 “영업목표를 달성한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본사에서 제게 기대한 것은 영업수치보다는 근본적인 토대를 다지라는 주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98년부터 CA에 몸담고 있는 지 사장은 국내 대형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친 전문 마케팅통으로 그동안 한국과 일본 지사의 마케팅을 동시에 총괄해 왔다. 그런 그가 글로벌SW기업인 CA의 한국 지사장으로 발탁된 것은 영업맨 출신 CEO가 대다수인 업계에서는 다소 파격으로 받아들여져 많은 관심과 기대를 불러모았다.
“평소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을 어떻게 회사경영에 효율적으로 녹
여낼지 고민했고 많은 사람들이 또 그런 변화를 기대했죠. 하지만 지난 넉달동안 사장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단기간의 성과와 변화를 위한 대대적인 수술보다는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점진적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그리고 뽑아낸 명제가 ‘한국시장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대응’이다. 그는 “그동안 본사규정을 한국상황에 적용하면서 발생한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의사결정의 지연을 가져왔다”면서 “향후 본사규정을 국내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한국화된 정책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채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실제 사용고객에도 최상의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해 실질적인 고객만족도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기존 채널을 정비하고 관련 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채널정책을 추진중이다.
지 사장은 하반기 CA의 전략을 ‘포기와 집중’으로 표현했다. 1000개가 넘는 CA의 제품 가운데 엔터프라이즈 관리 솔루션을 핵심 브랜드로 집중 육성하고 채널활동이 왕성한 제품은 적극 지원하며 그렇지 못한 제품은 과감히 포기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3년뒤 매출신장 등 외형적 성장을 이룬 CEO로 평가되기보다 CA의 한국화와 고객만족도 제고에 주력해 성숙한 성장을 이뤄낸 밑거름으로 남고 싶다”며 오는 10월 CA엑스포2002 행사에서 직접 확인해 달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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