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선도국이 된 지금은 우리 IT산업을 최고도로 올릴 수 있는 시점이다. IT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추겠다.”
“외국인 주주가 반이나 되기 때문에 (KT 후임 사장엔) 글로벌 경영마인드를 갖춘 분이 왔으면 좋겠다.”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직후 기자들 앞에서 한 말이다. ‘통신맨’인 그가 언급한 IT산업은 곧 사실상 통신산업을 뜻한다. 우리 통신산업은 단말기와 시스템 일부를 제외하곤 ‘우물안의 개구리’다.
SK텔레콤은 지난 15일 매출액 4조460억원에 순이익만 9000억원의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해외에서 올린 매출은 고작 몇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은커녕 순이익의 1%도 되지 않는 규모다.
KT가 올해 목표로 한 해외 매출(현지법인 매출 제외)은 2947억원. 매출 목표 12조6000원의 2.3%에 불과하다. 그것도 지난해 2.0%에 비해 수출비중은 늘어났다.
반면 지난 2분기에 매출 9조9400억원, 순이익 1조9200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해외 매출은 75%에 육박한다.
물론 해외시장 진출이 거의 힘든 통신서비스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수출 위주로 된 제조업체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양대 통신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이 20조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의 내수에서만 올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통신사업자들의 해외 매출도 내용을 보면 트래픽 정산이나 제휴 서비스에 집중됐다. 거저 먹는 매출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세계에서 자국 통신망을 개방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통신서비스업체로서 해외진출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KT와 SK텔레콤의 관계자들은 이렇게 토로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두 회사는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요금이나 낮추라’는 핀잔이 되돌아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요금인하가 어려운 점에 대해 “인프라 측면에서 투자할 게 많아 요금을 내리기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올해만 놓고 보면 변명에 불과하다. KT와 SK텔레콤은 올들어 신규 투자보다는 소규모의 보완투자에 집중하며 IMT2000서비스와 같은 예정된 투자도 되도록 늦추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내수에만 집중된 통신사업자들이 국내 IT산업에서 갖는 역할은 바로 투자를 통한 경기 활성화임에도 이 의무마저 게을리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KT와 SK텔레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해외에선 두 회사를 아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두 회사의 지명도가 월드컵을 통해 높아졌다고는 하나 세계 통신사업자 순위에선 여전히 동남아 일부 국가에도 밀린다.
통신서비스의 해외시장 진출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초고속인터넷과 무선인터넷 플랫폼 수출이 대표적이다.
KT는 국내 ADSL 장비 업체들과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초고속인터넷 기술과 장비를 수출중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CDMA 운영 서비스와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아직은 실적이 그리 대단치 않으나 ‘IT무역상사’라는 새로운 영역개척이라는 점에서 이들 사업에 대한 통신산업계의 기대는 크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보통신부는 국내 통신산업계가 가급적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써야 하며 현지 정부와의 협력은 절실하다. 필요할 경우 국내 업체간의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정통부는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대중국 진출과 관련해 불협화음을 빚은 바 있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해외 CDMA 운영사업 진출을 놓고 과당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통부의 조정작업은 눈에 띄지 않는다.
통신산업계는 이상철 장관이 ‘국제화’를 화두로 내세운 만큼 이를 계기로 국내 산업계의 능동적인 역할과 정통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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