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체들에 지난 몇 년은 질곡의 세월이었다. 닷컴 열풍이 불면서 인터넷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던 시대는 거품처럼 사라졌다. 수차례 나온 얘기지만 ‘닷컴거품’은 우리 경제에 적지않은 충격과 주름살을 안겨줬다. IMF를 졸업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줬지만 그에 대한 공과보다 경제질서를 혼란케 한 악명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런 인식은 투자자들의 뇌리에 더욱 깊이 남아 있다. 닷컴기업은 내놓은 자식 취급하며 누구하나 눈길도 주지 않았다. 미래 성장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한번 아픔을 겪은 투자자들에게 닷컴기업은 ‘소 귀에 경읽기’ 정도다.
그러나 최근 닷컴의 회생은 눈여겨 볼 만한 일이다. 무작정 ‘NO’로 일관하던 닷컴기업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YES’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섣부르지만 닷컴 열병도 어느 정도 치유된 듯한 느낌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물꼬를 트는 전조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인프라 측면에서 닷컴기업의 회생 가능성이 점쳐진다. 월드컵에서도 보여줬듯 세계 최강의 IT대국이라는 사실은 닷컴의 부흥을 예고하는 전조다. IT대국이라는 영예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월드컵이라는 세계적인 행사를 통해 재입증된 IT대국의 위치는 전국민의 IT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장사를 하려 해도 밑천이 있어야 하듯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려면 무엇보다 시장이 중요하다. 이제 그 시장의 역할을 충실한 네티즌들이 해낼 것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예전의 네티즌이 단순히 인터넷을 즐기는 층이라면 현재의 네티즌은 인터넷을 경제생활과 연계시키는 층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연속 적자라는 오명을 씻고 닷컴기업들이 올 상반기에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물론 아직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닷컴기업의 흑자전환은 제조업의 흑자전환과 성격을 달리한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산업으로 한번 흑자를 실현할 경우 앞으로 흑자 규모는 갈수록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미 대표 인터넷기업은 성장의 고삐를 틀어 쥔 상태다.
셋째, 기업의 건강상태도 양호하다. 펀딩을 수익처럼 여기던 부실기업들은 사라졌다. M&A·A&D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그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도 높아졌다. 인터넷사업의 궁극적 목표점이던 상거래를 통한 매출이 늘고 의아시하던 수익모델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고 있다. 증시의 애널리스트들도 인터넷 대표기업에 대한 수익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넷째, 지속적인 정부의 관심이다. 인터넷을 부흥시킨 것도 일정부분 정부 주도고, 각종 게이트로 거품을 뺀 것도 어느 정도 정부의 입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현재 e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가장 큰 힘 역시 정부다. 향후 인터넷 비즈니스를 이끌어가는 힘 또한 정부의 몫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 정책 역시 인터넷으로 귀결되는 데는 흔들림이 없다. 따라서 시장과 정부와 수요자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상태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는 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도기 없는 산업은 없다. 인터넷 역시 기대와 실망, 우려를 뒤썪으며 과도기를 겪고 이제 제2의 도약을 위해 준비 중이다. IT대국의 진면모를 보여줄 변곡점에 서 있다.
<이경우 IT산업부 차장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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