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수장이 신임 정통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되자 통신업계는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이상철 정통부 장관이 취임 초부터 시장경쟁의 원리에 입각한 통신정책론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장관의 이같은 발언이 국가 IT산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의 원론적인 입장표명에 그친 것이었지만 업계에서는 KT를 이끌던 시절의 ‘소신’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같은 긴장감은 특히 후발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제3세력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다. 신임 장관이 통신기술과 정책에 대해 정통하기는 하지만 전임 장관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통신업계 유효경쟁체제 구축에 대해 시각차를 넘어 엇박자를 놓을 경우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후발사업자들은 ‘민영KT’의 공식 출범과 함께 이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우려 속에서도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에 대한 이 장관의 명확한 입장표명이 조만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발사업자들은 특히 SK텔레콤이 KT의 최대주주로 등극함에 따라 외형적으로는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양강구도 고착화를 위한 ‘밀월관계’가 정립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업계는 정부가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비대칭규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환경이 제대로 조성되기도 전에 시장경쟁에 입각한 정책으로 선회하게 되면 이론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후발사업자의 설땅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나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나선 비대칭규제 정책으로는 접속료 인하, 번호이동성 조기시행, 시내망 중립화, 시내전화 사전선택제 도입, 요금통합고지서 확대적용 등이 거론된다.
이중 접속료 문제는 유효경쟁환경 구축을 위한 직접적인 개선책으로 업계가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얼마전 이동전화 상호접속료 산정방식을 내놓으면서 사업자간 유효경쟁체제 구축을 위한 최선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원가와 접속료간의 차액인 원가절감분을 바탕으로 기준접속료를 산정해 유선과 무선간 요금, 유선과 유선, 무선과 유선간 접속에 따른 요금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후발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번호이동성 미도입에 따른 접속료 수지 불균형이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시내망 접속료를 더욱 낮춰야 한다”며 “시내망 접속료의 경우 현행보다 40% 이상 인하해야만 경쟁의 효율성 구축이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번호이동성 역시 통신업계 유효경쟁체제 구축의 주요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번호이동성은 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사업자를 변경하더라도 기존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의 경우 011 가입자가 016으로 옮기더라도 011 전화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시내전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번호이동성이 확보되면 후발사업자가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선발사업자의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게 된다.
정통부는 일단 이동전화의 경우는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를 개시한 후 6개월 이내에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동전화는 IMT2000서비스가 지연되고 있고 시내전화는 KT의 반전자·아날로그 교환기를 교체해야 하는 문제가 걸려 있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는 시내전화와 이동전화 번호이동성을 시행해야만 경쟁활성화와 소비자 편익증진 차원에서 효과가 있다며 조기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요금통합고지서도 확대적용해야 유효경쟁체제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얼마전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시외전화요금을 KT요금고지서에 통합,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요금통합고지서가 사업자간 요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복수 고지서 발송으로 인한 가입자의 불편을 최소화해 후발사업자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전화로도 확대·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수단인 판촉비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유선사업자의 경우 시내전화 사전선택제를 도입, 조기에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KT·하나로통신이 합의한 가입자선로 공동활용제(LLU)의 도입도 현실적인 이행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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