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 지영만 상무는 1년 365일 중 3분의 1 가량을 해외에서 보낸다. 삼성전자 이동전화단말기의 위상이 높아지고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고객들의 요구조건을 맞추느라 세계 곳곳을 돌아니고 있다. 하지만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시계 바늘은 늘 한국 시간에 맞춰져 있다.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해 e메일을 통해 매일 새로운 업무와 변경사항을 연락받고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도 보고 한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내부의 정보기술(IT) 환경도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세계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모든 사항을 일일이 체크할 수 있게 됐다.
사업부의 모든 회의내용을 해외에서 모니터링하고 사내 전산망을 통해 국내 소식도 접한다.
지영만 상무는 “잘 구성된 사내 IT 인프라 덕에 해외에서 얻은 정보를 곧바로 제품에 적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국내에서 성공한 모델을 해외시장에 적용하는 시간도 크게 줄이게 됐다”며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매출이나 이익, 사업구조 못지 않게 첨단 IT 인프라 구축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비즈니스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전통적인 내수 위주의 기업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첨단 IT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기업 문화는 삼성전자뿐 만 아니라 LG전자, SK텔레콤, KT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IT를 통한 비용절감은 물론 업무의 새로운 프로세스를 창조,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으며 이 결과 만들어진 새로운 기업 문화가 글로벌 기업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나 특정 해외법인만을 대상으로 구축했던 IT 인프라를 모든 해외법인으로 확대함으로써 해외에 IT코리아의 신문화를 수출하고 있다.
◇IT로 해외법인을 통합하라=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곳곳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하지만 거리나 시간상의 한계로 이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기업들은 해외법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IT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현재 70여개 해외법인을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연내에 업부별 포털과 이를 관리하는 전사포털(EP) 구축작업을 완료, 본격적인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를 갖출 예정이다. 전세계 70여개 판매·생산법인에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시스템을 연동시키기 위해서다. 9월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LG전자는 세계의 모든 해외법인을 마치 하나의 법인처럼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LG전자는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최근 각 현지법인에 잇따라 구축한 글로벌물동(GSCM) 시스템과 글로벌재무(GFCM) 시스템 등도 함께 연동시켜 9월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e비즈니스 경영체계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 경영혁신팀 신문선 GM그룹장(상무)은 “이 프로젝트는 영업·생산·회계·인사·서비스 등 5개 모듈로 구성돼 있어 각 법인의 손익집계·제품손익 등 글로벌 연결결산 지원이 가능하다”며 “전사차원의 글로벌 경영 의사결정이 크게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현재 구축중인 전자무역자동화(e트레이드) 네트워크를 80개 전 해외생산 및 판매법인으로 확대키로 결정했다. 또 동아시아전자무역연동사업(PAA), 한일전자무역네트워크연동사업 등 글로벌 전자무역 분야에도 진출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태국법인(생산·판매)에 이어 다음달 영국·스페인법인에도 전자무역자동화네트워크를 구축·개통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전사차원의 글로벌 전자무역 확산을 위해 자동화네트워크 명칭도 GTA(Global Trade Automation)에서 e트레이드 네트워크로 바꾸고 영국·스페인법인을 시작으로 반도체사업부문을 포함한 전 해외법인들에 이를 확대적용키로 했다.
영국 및 스페인법인의 e트레이드 네트워크는 우선 보험·금융·로컬구매 업무 위주로 운영되며 오는 9월부터는 물류·통관·보험 분야로 확대된다. 삼성전자가 이 네트워크를 전 해외법인으로 확대한 것은 태국법인의 사례가 수출입 제반업무의 리드타임과 비용절감에 크게 기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트레이드 네트워크는 인보이스, 패킹리스트, 부킹리퀘스트, 딜리버리, 통관정보, 결제리스트 등 무역제반 업무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없애고 이를 전자문서화해 웹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태국법인의 경우 현재 28개의 전자문서를 통해 지역내 은행, 보험사, 운송사, 통관브로커(관세사) 등 무역파트너들과의 통관·무역업무를 구현하고 있다. 생산전문인 영국법인에서는 총 20개의 전자문서가 적용되며 생산·판매를 겸하는 스페인법인은 23개 전자문서가 웹으로 교환된다. 이 네트워크시스템은 무역자동화 솔루션업체인 B2B인터넷과 삼성전자가 공동 개발했다.
◇마케팅 극대화 도구로 IT가 으뜸=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네트워크부문의 B2B사이트를 메모리사업부의 ‘씨댄스(C-Dance)’로 단일화한다.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업체로서 위상을 전자상거래환경에서도 유지하는 동시에 사업부별로 제각각이던 B2B사업을 단일창구로 모아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우선 시스템LSI사업부의 ‘이보이스’가 씨댄스 내 하나의 창으로 편입돼 기존 거래를 확대하게 되며 독자 사이트를 준비해온 AM LCD 사업부 역시 씨댄스에 전용창을 두고 거래처와의 주문 및 생산현황을 주고 받게 된다.
3개 사업부의 전자상거래 업무가 통합될 경우 씨댄스는 삼성의 반도체사업 부문 전자상거래를 총괄하는 세계적인 B2B포털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 과정에서 ‘반도체는 하나’라는 컨셉트를 통해 고객과의 e비즈니스 극대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번 통합에 대해 메모리사업부측은 “지난 2000년 구축이래 전자상거래 거래규모가 전체 거래규모의 10% 미만이었던 씨댄스로서는 시스템LSI와 AM LCD 거래선을 한데 모으는 성과 외에도 비메모리와 LCD의 홍보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공급·구매의 IT프로세스 혁신=글로벌기업들이 현지에서 원활하게 부품을 조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하면 제품공급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감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조달사슬을 만들기 위한 IT 도입은 급진전 추세에 있다.
LG전자는 구매효율 극대화와 e비즈니스 접점강화를 위해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합한다. 지난 90년 초부터 잇따라 구축해온 내자(국내)·외자(해외)·소싱(전략구매)·비딩 및 인증 부문별 전자조달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X넷(내자), SCS(외자), IPS(소싱·비딩) 등 전 조달프로세스가 통합돼 하나의 거대 구매포털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특히 구매시스템 뒷단의 통관·회계·운송(TPM), 인증(PCM) 등도 구매포털의 단일기능으로 포함됨에 따라 구매에서 전자계약, 물류까지의 전과정을 지원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B2B 구매포털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내부 생산공장과 판매부서간 업무효율화, 1차 협력업체와의 생산계획 연동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 말부터 추진해온 SCM프로젝트 1단계가 최종 완성돼 최근 본격가동에 들어갔다.
세계적으로도 GM, 도요타 등 2개사만이 부분 도입하고 있는 완성차 SCM을 국내 제1의 자동차메이커인 현대자동차가 구현함에 따라 전통적 오프라인산업으로 치부되던 자동차산업의 e비즈니스 시대를 열었다. 특히 현대차의 이번 SCM 도입은 내부 각 부서간 업무조율, 협력업체와의 생산계획·재고파악 등이 가능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한단계 상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출뿐 아니라 내수 위주의 업체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KT는 세계적인 유선·인터넷서비스업체로 선도적인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유선통신산업을 이끌면서 전국민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 고객관리가 KT의 경쟁력인 셈이다.
KT는 최근 6년간 산고끝에 기업경쟁력 확보 및 대고객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개발해 온 통합고객정보시스템(ICIS:Integrated Customer Information System)의 전국 개통을 완료했다.
ICIS는 1996년 4월에 착수하여 5년만인 2001년 4월에 개발을 완료했다. 이중 2001년 5월 중앙관리서비스를 업무전환하였고, 2001년 7월 충청지역을 필두로 지역관리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업무 전환한 결과 6년여 만에 전국 확산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ICIS는 급속히 발전하는 IT 환경 속에서 최신기술을 적용하여 개발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시스템이다. 지난 6년간 연인원 3만명이 투입되었으며, 약 2000억원이 소요된 프로젝트로, KT의 IT기반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 국내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이 외국의 패키지를 도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과다한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비용 등 외국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ICIS의 성공은 국내 SI업계의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사례로 꼽힌다.
실제, 미국 거대 통신회사 중 하나인 버라이존에서 자신들의 운용지원시스템(OSS: Operation Support System)과 ICIS를 패키지로 묶어서 해외 공동 마케팅을 하자는 제의를 해오는 등 국내외로 높은 인정을 받고 있어 향후 해외 SI시장 진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ICIS는 KT에서 상품별로 운용되던 71개 전산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내부 업무효율의 향상은 물론 모든 고객에 대하여 원스톱원콜 서비스를 실현, 고객서비스 개선과 비용절감 및 기업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기존 6∼12개월이 소요되던 신상품 출시 기간을 1∼3개월 이내로 대폭 단축할 수 있으며 총 626종의 다양한 정보제공으로 고객위주 마케팅활동을 제공할 수 있다.
고객은 △전화 또는 방문시 여러 창구를 거칠 필요없이 한번의 접촉으로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획득 가능 △신규상품 청약 및 변경 등이 신속하게 처리되어 고객으로서는 시간을 절감 △요금청구서도 기존의 종이 청구서 의존을 탈피해 전자우편·팩스·디스켓·CD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취 가능 △납부수단도 지로·신용카드·인터넷빌링 등이 용이하게 돼 e비즈니스 시대에 부응한 고객의 편의를 추구 △1개월 이상 소요되던 요금 정산처리 일일과금체계로 익일 처리 가능 △고객 취향, 사용패턴에 맞는 요금관리가 가능해져 각종 할인제도의 혜택을 용이하게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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