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 문화콘텐츠진흥원 `고전문화 디지털콘텐츠 사업`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 애니메이션물을 만들겠다고 나선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A사. 이 업체는 제작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여러 난관에 부딪쳤다. 바로 작품의 사실성을 높일 수 있는 고증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왕실 그리고 귀족과 평민의 집 등 건축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왕족, 무공 그리고 평민 등은 평상시와 전시에 어떤 의상을 입는지’ ‘왕실의 의전행사는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 ‘장군과 일반 병사들은 어떤 무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 참고할 만한 자료가 태부족했다. 권위 있는 기관에 자문을 구해도 시원한 해답을 얻지 못했으며 특히 참고할 만한 자료는 단순히 텍스트 정도로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가상으로 설정한 사례지만 이런 경험은 고전물을 제작해본 업체라면 어느 곳이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런 고충이 이르면 내년부터 상당부분 해소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우리의 고전 문화원형 자료들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5년간 55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디지털콘텐츠화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이 작업에 착수된 문화원형 콘텐츠는 역사물, 구비문학, 건축물, 음악물, 미술물, 복식(의상), 민속전반 등 7개 분야에 총 35가지다.

 역사물 분야의 콘텐츠는 검안기록, 화성의궤, 전투 및 항쟁, 암행어사, 해전, 국왕경호 등. 검안기록은 조선시대 531종의 ‘검안기록’과 ‘증수무원록’ 등 법의학 관련자료 및 사건들을 현대적 시각에 맞춰 변형한 것이다. 화성의궤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시행되던 의전행사인 ‘화성성역의궤’ 및 ‘원행을묘정리 의궤’를 행차, 화성건설, 정조 등으로 나눠 현대적 시각에 맞춰 재조명했다. 이 콘텐츠에서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착용하는 의상과 무기를 비롯해 풍속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전투원형도 콘텐츠로 개발돼 문화콘텐츠 업체들이 역사물에 사실성을 첨가시킬 수 있도록 했다. 전투원형 콘텐츠에는 유사이래 근대까지 한민족의 전투 및 대외항쟁에서 치른 전투와 관련 인물, 유적, 유물들을 텍스트, 사진, 도면, 일러스트레이트,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으로 제작된다.

 구비문학으로는 동이족설화, 제주도 신화, 오방대제, 대하소설, 풍속사 등 신화와 소설 등이 포함돼 있다. 소설의 경우 에피소드, 인물, 배경 등을 유형별로 추출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또한 관련기록, 삽화, 물목(物目) 등을 디지털로 소개한다. 또 우리 고유의 신인 오방대제 및 그 외 한국의 신들을 음양오행이나 사상과 같은 동양적 사고의 토대 위에서 분류하고 또 각 신들의 계보 및 형상을 음양오행과 사상에 기초해 재구성된다.

 다양한 건축물도 문화콘텐츠 제작사들이 고전물을 제작할 때 꼭 참고해야 할 자료. 전통건축, 한옥마을, 한양도성, 대동지지 등이 1차적으로 제작된다. 전통건축 콘텐츠로는 한국 전통 건축물 가운데 대표적인 30채를 선정해 표현하고 또 이들 건축물이 있는 장소의 특성을 애니메이션, 만화, 다이어그램, 텍스트 등으로 소개한다. 아울러 이들 전통 건축물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와 건축물 사진을 대상으로 해당분야의 전문가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을 활용해 시대별, 지역별, 용도별, 요소별로 구분해 콘텐츠로 개발한다.

 사이버 전통 한옥 마을 세트도 내부까지 정밀하게 제작,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다. 이 마을세트는 조선시대 양반과 평민의 생활공간으로 나눠 주요 건축, 가옥 구조물을 총 105종의 모델로 제작한다.

 조선후기 한양도성을 복원해 궁궐, 운종가, 육조거리, 북촌, 칠패거리 등 5개 공간에서 펼쳐지는 삶의 모습 그리고 역사의 현장 등 조선후기 한양도성과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원형을 복원한다. 제작사들의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인 음악원형도 확보된다. 거문고, 가야금, 대금, 아쟁, 해금, 피리 등 우리 전통 악기의 연주소리와 악기의 기원을 녹음하고 또 인물, 장소, 벽화, 그림, 자료 등을 텍스트와 스틸사진, 동영상으로 제작한다. 전통의상인 복식 또한 관심을 모으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 문양 및 색채의 특성을 비교분석하고 또 일부는 재해석해 현대적 감각에 맞게 만든다. 특히 고려시대의 전통복식은 관복, 사대부복, 아동복, 비빈 및 시녀복, 악공 및 무공복, 평민복 등 종합적인 자료를 2D와 3D 디지털콘텐츠로 개발한다.

 볼수록 새롭고 신비한 우리 전통미술품들도 디지털콘텐츠로 재현된다. 우리 전통 삶의 진수와 전통사회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한국 풍속화 525점을 선정해 인물과 배경 등의 그림 속 구성요소를 문화산업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캐릭터, 배경도구, 이야기 시나리오 등으로 재구성한다. 또 각종 고문서의 다양한 붓글씨, 비문, 서한 등을 디지털 서체화하고 백범 김구 선생, 안중근 의사, 한석봉 선생 등의 서체를 디지털로 재현한다. 이와 함께 한국 고유의 전통문양을 그림폰트로 만든다.

 전통무기, 전통놀이, 팔관회, 천문과학, 전통과학, 진법, 토정비결, 전통한선, 고문서 등 생소한 문화적 유산들도 다수 제작된다. 전통무기로는 ‘무예도보통지’ ‘국조오례서례’ 등 사료에 소개된 전통무기를 3D 동영상으로 구현하고 설화나 유물에 그려진 괴물을 3D 동영상 캐릭터화 작업을 한다.

 반만년 동안 축적돼온 우리 문화원형들이 디지털 신기술로 테마별로 콘텐츠화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게임, 애니메이션, 방송, 영화 등 콘텐츠 제작사들이 이 자료들을 시나리오, 시청각자료 그리고 창작소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