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에만 무한책임 `불공정` 손질 불가피

 “사업자 등록증을 대신 무한책임을 떠안게 됐습니다.”

 지난 3월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을 두고 한 전자지불대행(PG)업체 대표가 내뱉은 항변이다. 지난 수년간 신용카드사와 온라인쇼핑몰, 소비자들의 틈바구니에서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던 PG업계는 개정 여전법이 정식 가맹점 지위를 부여했지만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법적 근거가 없었을 뿐 지금까지도 사실상 대표 가맹점 역할을 해왔다. 속칭 카드깡 등 불법거래의 온상이 됐던 일부 PG를 제외한 선의의 업체들은 이번 개정 여전법이 그동안 카드사와의 ‘불평등조약’을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볼멘 목소리다. 결국 중기특위 등 정책당국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약자인 PG를 공정한 룰에서 보호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적극적인 중재 시도가 카드사들의 일방적인 힘의 논리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전법의 쟁점사항=신용카드사와 PG의 가맹점 약관은 그동안 불평등 계약이라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개정 여전법은 이를 더욱 부채질할 소지를 안고 있다. 핵심 쟁점조항은 시행령 제6조의 9에 신설된 PG업체의 준수사항. 제1항은 PG업체가 하위 쇼핑몰의 신용정보·거래대행 내역을 카드사에 제공토록 하고, 2항에서는 PG업체가 실제 구매고객에게 쇼핑몰의 상호·주소를 열람토록 각각 규정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조항은 신용카드사와 PG업체의 책임분담 범위를 명시한 제3항이다. 법령은 배송사고나 물품하자 등으로 인한 주문취소·환불 책임을 PG가 부담토록 함으로써 PG의 책임범위를 포괄적으로 잡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쇼핑몰에 도난카드 및 분실카드가 사용될 경우도 PG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을 소지가 있다.

 현재 오프라인 거래에서는 도난·분실카드 사용시 가맹점이 본인확인을 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카드사가 책임진다. PG 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의 거래승인 이전 단계에서 단지 결제만을 대행하는 PG사가 일반 가맹점보다 오히려 더 무거운 부담을 지는 결과”라며 “해석에 따라 온라인 사고발생에 따른 전적인 책임을 떠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특약서, 현대판 불평등조약=신용카드사들은 PG업체들과 일종의 특약 형태로 가맹점 계약을 맺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비판받고 있는 대목은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하고 있거나 PG업체들의 영업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행법상 PG업체들은 신용카드사와의 계약에 의해 온라인상에서 카드본인 확인방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매출전표의 서명확인으로 판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자상거래 부정거래가 발생할 경우 PG업체는 본인확인을 하지 않았다며 신용카드사로부터 전적인 책임을 전가받고 있다. 국민카드·동양카드·비씨카드 등 상당수 신용카드사들은 현재로선 유일한 본인확인 방법인 인증서비스도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그렇다고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닌 상황이다. 인터넷쇼핑몰이 아닌 통신판매·방문판매업체를 하위 가맹점으로 가입하지 못하도록 PG업체의 발을 묶는 행위도 드러나고 있다. 국민카드와 동양카드 등이 대표적 사례.

 PG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기 이전에도 이미 통판·방판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었다”면서 “영업범위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중기특위는 신용카드사-PG업체간 특약서상의 불공정조항은 결국 그 부담이 하위 쇼핑몰이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공산이 커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사들의 시각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도 있겠지만 PG업체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불법거래와 소비자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반박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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