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은 아름답다.’
현대인은 뭐든지 작게 만드는 기술을 찬양해왔다. 각종 가전기기나 컴퓨터도 새 것이라면 더욱 작고 가벼워야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끈다. 로봇도 진보할수록 덩치가 줄어드는 디자인상의 축소지향법칙에서 예외는 아니다.
어린시절 만화영화에서 꿈꾸던 미래의 로봇상을 기억하는가. 당시 마징거Z는 높이 15m, 수백톤의 몸무게를 지닌 거대한 강철괴물로 묘사된다. 비록 만화라고 해도 빌딩만한 대형로봇이 미래 하이테크의 결정체로 등장한 것은 터무니없는 설정이었다. 실제 로봇공학자들은 경제적, 기능적 이유로 인해 로봇을 소형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혼다에서 만든 이족보행로봇 아시모를 보면 축소지향의 첨단로봇디자인이 잘 드러난다.
아시모는 키 1.2m, 몸무게 43㎏으로 초등학교 5∼6학년생 덩치에 불과하다. 로봇을 작게 만들면 우선 모터, 배터리 용량이 줄고 제조원가도 저렴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원가부담이 적은 로봇설계를 기업체가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시모를 굳이 난장이 로봇으로 만든 데는 숨은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거나 우람한 체구의 로봇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상황에 대해 본능적으로 유쾌하지 못한 감정을 느낀다. 기능에 상관없이 덩치가 큰 로봇은 그 자체로 위협적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이유로 절대 사람보다 큰 퍼스널 로봇은 설계하지 않는다. 인간이 로봇의 존재에 우월감을 느끼면서 부담없이 부리려면 작고 귀여운 외형디자인이 필수적이다. 강아지로봇 아이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학자들은 감성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실용적 이유로 손톱만한 크기의 마이크로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는 공장 내부의 파이프라인 균열을 감지하는 나노봇을 개발했는데 크기가 1인치보다 작다. 비디오카메라를 소지한 나노봇은 초음파, 방사선으로도 확인하기 힘든 배관내부를 돌아다니며 대규모 공장설비의 손상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해내고 있다.
이밖에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사람 몸 안을 다니며 막힌 혈관을 뚫거나 장기내부를 관찰하는 의료로봇도 국내외서 실용화되고 있다. 로봇기술 덕택에 뇌졸중이나 혈전증에서 해방되는 날도 머지 않았다.
일부 과학자는 로봇 소형화추세가 한걸음 더 나아가 분자, 세균을 조작하는 나노봇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아직은 꿈같은 얘기지만 기술적, 경제적 이유로 인해 곧 닥쳐올 로봇시대가 꼬마로봇들의 전성시대가 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로봇이 덩치가 작다고 해서 무조건 얕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본의 한 대학에선 손가락만한 의료로봇을 삼킨 실험용 견공이 감전사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도 증명됐지만 뭐든지 얕보면 큰 코 다치는 법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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