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전세계 경제가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정보기술(IT) 관련업계도 연쇄불황에 빠져들었다. 특히 전세계 기업들이 소프트웨어(SW) 투자를 줄이면서 관련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세계적인 IT컨설팅 회사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이러한 때일수록 SW공급자(벤더)들이 경영혁신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 회사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자연선택을 유발하는 SW업계의 생존전략)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최근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객들의 정보기술(IT) 구매습관 변화는 2001년 소프트웨어(SW)공급자(벤더)들의 라이선스 판매수입을 크게 저하시켰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이러한 상황이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 SW벤더들의 단기적인 전망이 밝지 않을 것임을 감안할 때 이들 벤더는 살아남는 것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은 또 SW벤더들의 경영혁신 역량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SW벤더들에게도 경영혁신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적 과제이며 이 점은 경기침체기에도 마찬가지라고 믿고 있다. 경영혁신은 또 기업의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서비스 측면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지속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시장의 여건과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전세계 IT관련업계를 변모시키고 있는 신기술 및 제품의 큰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급형 컴퓨팅=성능과 융통성, 일반적 용도로 사용할 때의 무난한 품질 등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데스크톱 컴퓨팅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보급형 또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이 전세계의 다양한 인텔리전트 및 포터블 디바이스(예:이동전화 및 PDA)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구현되면서 SW산업의 미래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보급형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고 또 이를 활용하는 응용제품(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은 SW벤더들에게 엄청난 기회인 동시에 두려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성공은 제대로 준비한 업체들의 몫이 될 것이다.
◇BAM(Business Activity Monitoring)=기업은 정보흐름의 가속화, 비즈니스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대응 등을 도와야 하며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SW벤더들은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지연시간을 줄일 수 있는 고도로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BAM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벤더들만이 충분한 성능의 SW를 개발할 수 있다.
◇웹서비스=표준, 보안, 프라이버시 및 벤더들의 준비 등 많은 장애물들이 웹서비스의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만 구현한다면 웹서비스의 이점이 상당할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SW를 구성하는 컴포넌트들을 인터넷을 통해 유통시킴으로써 웹서비스는 새로운 차원의 효율, 통합 및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SW벤더들 입장에서 볼 때 크게 달라진 경쟁무대로 등장한 웹서비스는 기성 벤더들(BEA, 휴렛패커드, IBM, MS,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스)과 신출기업들에 기회와 함께 위협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IT유틸리티=IT유틸리티(기본 IT인프라,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외부업체에서 조달하는 것 등)라는 개념은 혁명적 관점으로서 HP(주문형 컴퓨팅), IBM(주문형 e비즈니스)과 같은 대형 IT벤더 및 이들의 대형 고객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이 모델(주문형+용량제)이 성숙해지면 중소기업들(SMB)은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접근이 용이해질 것이다. IT유틸리티의 개발과 아웃소싱의 증가는 SW사업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IT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기업이 많아질 수록 SW벤더들이 최종소비자(엔드유저) 조직에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것이다. 일단 SW벤더들이 SW를 유틸리티 형식의 서비스로 판매하고 다양한 서비스 공급자들을 판매대상으로 삼게 되면 이들은 자신들의 위상과 제공하는 가치뿐만 아니라 가격결정체계, 수입인식방법, 영업 및 마케팅 전략, 그리고 고객지원 접근방식도 바꿔야 한다.
◇서비스 주도=가까운 미래에 패키지 SW 판매수입은 전체 IT시장(다른 3가지 영역은 통신, 컴퓨터 시스템 및 주변기기 그리고 IT서비스)의 4가지 영역 중에서 가장 작은 부분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SW 분야는 통신, 컴퓨터 시스템 및 주변기기에 비해 더 빠른 성장을 구가하게 될 것이다. IT서비스 분야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며 서비스 공급자들, 특히 비즈니스 솔루션 통합업체, 비즈니스 프로세스 설계자,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통합업체 등은 엔드유저 조직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비즈니스 가치체계 안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SW벤더들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가치망의 한 요소로서 통합될 것임을 인정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SW 및 IT 관련업체들도 경제·경영의 큰 틀 속에서 움직인다. 이를 위해 최근 전세계 SW업체들의 사업환경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경제·경영상의 변화를 살펴본다.
◇c커머스=협업(collaboration) 전자상거래를 의미하는 c커머스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래 SW의 초점은 기업내의 개별생산성과 부서별 프로세스 효율을 개선하는 데 맞춰져 왔다. 상용 인터넷의 광범위한 도입은 기업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외부 또는 기업들간 협업으로 관심의 초점을 돌리도록 했다. 전체 SW업계는 이 전략적 비즈니스 변환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SW벤더들은 협업상거래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서 자사 고객들과 자사 내부의 조직들이 인터넷의 모든 이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예:기획, 조달, R&D, 생산, 판매, 마케팅, 서비스)과 기업 이해당사자들(예:고객, 공급업체, 유통업체, 파트너 및 투자자)과의 거래를 기업망 안에서 수행해야 한다.
◇수직화=대부분의 SW는 데이터베이스(DB),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과 같은 수평적 IT기능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위한 독립적 솔루션으로 개발 및 홍보되어 왔다. 이들 SW는 교차판매의 개념을 바탕으로 운용체계(OS)에서 DB로, 다시 ERP(제조, 재무, 인사)에서 CRM(영업, 마케팅 및 고객서비스), 그리고 SCM(SCP 및 SCE)으로 수평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이런 접근방식에는 물론 약간의 이점이 있고 또한 성공도 거두었지만 고객들은 벤더들에게 자사의 비즈니스(구체적인 업종, 분야, 기업 및 프로세스)에 대해 이해할 것을 요구해 왔다. 업종내에서의 관계와 가치를 잠재고객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없는 SW벤더들은 자사의 가치를 계속 침식시키는 결과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주식 시가=전세계 주식시장은 제품 위주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는 SW벤더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해 왔다. 분기별 라이선스 판매수입이 클수록 주가도 높아졌다. SW벤더들은 하나의 패키지 SW를 판매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고객들로부터 받는 막대한 직접 라이선스 판매수입은 분기마다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경제적 침체 이후 고객들은 라이선스 신규구입을 망설이게 됐고 동일한 가격결정체계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조만간 SW투자자와 벤더들은 장래에는 불확실성이 크고 변덕스러우며 취약한 모델로는 견뎌내기 힘들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SW가 궁극적으로 장기적이며 갱신 가능한 계약조건에서 서비스 등록 형태로 판매될 것이라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고 있다.
◇법규=SW벤더들은 법적 문제에 계속 부딪히게 될 것이다. SW벤더의 지적재산권 보호는 대부분 정부 정책과 법규에 달려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SW벤더들은 혁신에 손해를 주고 고객의 선택을 제한하는 일을 정부가 어떻게든 막아주길 희망하고 있다. SW벤더들은 제품 모델에서 서비스 지향 모델로 이전함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올바른 회계관행을 따라야 한다. 자체적 개선을 희망하는 SW벤더들은 회계관행뿐만 아니라 정부가 앞으로 자사의 제품 품질과 안정성에 대한 검사기준으로 삼을 기준들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세계화 과정에는 해결해야 할 수많은 정치, 사회 및 문화적 도전들이 산재해 있지만 전세계를 기준으로 비즈니스 리소스(예:자연자원, 인적자원, 금융자원)를 활용함으로써 모든 비즈니스 활동과 결과를 최적화해야 할 기업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많은 SW벤더들이 자사의 R&D 거점을 해외의 인도나 아일랜드와 같은 나라로 옮기면서 상당한 비용절감과 이익을 실현했다. 세계화는 개도국에서 SW벤더들의 비용절감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진출기회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동일한 개도국에서 새로운 경쟁업체가 출현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결론
SW벤더들의 제품 중심 비즈니스 모델은 지난 20년 동안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과거에 성공을 보장했던 많은 전술들이 미래에는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는 SW벤더들이 앞으로 IT산업의 자연선택속에서 도태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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