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SK텔레콤 KT지분` 발언의미

 정보통신부가 더이상 SK텔레콤의 KT 지분보유를 문제삼지 않기로 한 것은 더이상 이 문제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통신현안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승택 장관 말을 빌리자면 정통부가 ‘감정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문제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한달 넘게 이어진 KT지분 논란은 당분간 수면밑으로 잠길 전망이다. 반면 3강구도 정착과 이를 위한 비대칭규제에 대한 실효성 논란과 IT부처 중복문제 등의 현안이 다시 급부상할 것으로 관측됐다.

 ◇사실상 실수를 인정한 정통부=한달전 “SK텔레콤이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정부정책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던 양 장관은 3일 “경영권만 넘보지 않는다면 (SK텔레콤의 KT지분 보유는) 문제될 게 없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양 장관은 나아가 “SK텔레콤이 경영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공정거래법상 주식매각 명령 등 여러가지 제도적 제재장치가 마련돼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달 전에도 현행법상 SK텔레콤이 KT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도 정통부는 KT민영화 계획에 차질을 줬다는 이유로 SK텔레콤에 대해 화를 냈다.

 그 사이 SK텔레콤과 KT의 지분구조에 달라진 게 없다. 정통부는 이날 양 장관의 발언을 통해 SK텔레콤의 대주주 등극을 막지 못한 정책적인 실수를 스스로 인정했다.

 어쨌든 정통부는 양 장관의 이날 발언으로 KT 지분매각과 관련한 논란에서 일단 벗어났다. KT가 됐든 SK텔레콤이 됐든 대형 통신회사를 견제하는 정책수단과 법제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비대칭규제, 계속 유효할까=정통부가 KT 지분매각에 신경쓰는 동안 비대칭규제 등 기존 정책기조는 많이 흔들렸다. 정통부의 기대와 달리 이동전화 시장의 쏠림현상은 날로 가속화하고 있으며 통신 3강체제의 구축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지금에서야 비대칭규제의 실효성을 분석할 때가 됐으며 통신 3강체제 구축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고 있다.

 정통부는 그러나 효과분석을 통해 비대칭규제를 계속 더 할는지 폐기할는지 검토키로 해 한걸음 물러났다. 또 통신3강 정책도 원칙론만 되풀이할 뿐이다.

 이에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비대칭규제와 통신3강 정책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결론난 게 아니냐”고 꼬집고 있다.

 정통부가 앞으로 새로운 정책대안을 갖고 땅에 떨어진 위신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산자부와의 통합논쟁 재연=“산자부를 정통부에 흡수시키든지 해야지…. 잘하는 데를 하향평준화시키면 곤란하다.”

 양 장관은 이 한마디로 정부 일각에서 일고 있는 산자부의 정통부 흡수통합에 대해 반감을 갖는 정통부의 정서를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이 발언이 정권말기에 접어든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정부부처간의 샅바싸움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업계에선 양 장관의 발언을 두고 ‘양 장관이 솔직하기 때문일 뿐’이라는 해석에서부터 ‘뭔가 자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자부가 정통부를 흡수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으나 최근 정통부내에선 되레 정통부가 산자부의 일부를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정통부는 이번 IT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로 부서의 위상을 과시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조직내 여론도 점차 정통부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관가에선 재경부, 행자부 등이 산자부가 대형 부서로 성장하는 것을 경계해 정통부의 흡수통합을 반대한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그간 부처간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산자부와의 통합논의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통부의 수장이 이날 이처럼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을 두고 정통부가 ‘이니셔티브’를 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자부의 대응이 날로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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