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OL타임워너에 이어 세계 제2의 미디어 그룹인 프랑스 비방디유니버설이 휘청거리는 것도 미국 장거리 전화회사인 월드컴과 마찬가지로 최고경영자(CEO)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무리한 사업확장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회계조작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비방디는 147년 역사의 수도회사에서 최근 CEO인 장 마리 메시에 회장(45)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포함해 미디어·연예 사업을 포함하는 대그룹을 건설하려는 야심 아래 과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좌초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 영화사 유니버설스튜디오와 세계 최대 음반회사인 유니버설뮤직을 비롯해 캐나다 주류회사 시그램, 미국 케이블 및 연예회사 USA네트워크까지 마구잡이로 매입했다.
이러한 사업확장은 호황일 때에는 주가가 상승해 자금조달 등에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자마자 회사경영에 발목을 잡혔다.
비방디는 이 과정에서 170억유로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됐고 최근 부실회계 문제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회사경영이 극도로 악화됐다. 마침내 메시에 회장은 지난주 채무상환을 위해 모기업인 수도회사 지분 중 약 20억유로 상당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는 또 프랑스의 르피가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비방디유니버설 그룹이 생존할 수 있도록 (회사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월드컴도 최고경영자(CEO)의 무리한 사업확장과 회계조작 때문에 몰락했다는 점에서 비방디유니버설과 닮은꼴이다.
지난 83년 머레이 월드론과 윌리엄 렉터가 할인 장거리통신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태어난 LDDS는 그 후 투자가 버나드 에버스를 CEO로 영입한 89년부터 96년 사이에 다른 회사를 잇따라 인수·합병했고 특히 98년에는 장거리업계 2위 업체인 MCI를 합병해 화제가 됐다.
월드컴도 이 과정에서 부채가 300억달러까지 늘어나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월드컴은 또 최근 미 SEC로부터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지적과 함께 에버스를 비롯한 전 현직 경영진에 대한 회사 임의대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는 등 경영진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벌써부터 미국 통신 업계에서는 월드컴의 독자생존이 어려우며 지역전화회사인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나 SBC커뮤니케이션스가 월드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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