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산 패러다임 `IT 아웃소싱` 한국에선 맥 못춘다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전산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고 있는 IT 아웃소싱이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T 아웃소싱은 기업 정보시스템의 유지관리·기술지원·컨설팅을 위탁받아 대행하는 서비스로 전세계 금융·통신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지만 한국에서는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형 은행과 통신기업이 시스템관리를 전담할 IT서비스 자회사를 잇따라 설립,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IBM과 한국HP가 바라는 형태의 대형 IT 아웃소싱 시장개화가 원천봉쇄되는 경향이다.

 실제 SK텔레콤, LG텔레콤이 IT 아웃소싱을 그룹 계열사인 SKC&C, LGCNS에 맡기는가 하면 KTF,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이 자회사 설립을 통한 IT서비스 자체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IBM과 한국HP는 대형 준거(레퍼런스)사이트를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방향(타깃)을 전환하거나 시장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두 회사는 다만 한국 금융·통신기업들의 IT서비스 자체해결 프로젝트의 성공여부를 지켜본 후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최근 IT 아웃소싱 타깃을 대형 금융·통신회사에서 중견기업으로 돌려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구축·관리를 위탁받아 서비스하는 ‘밸류넷서비스(VNS)-SAP’ 영업을 시작했다. 이는 중견기업이 자체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SAP ERP 시스템을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는 한편 단계적으로 서비스 대상 솔루션을 추가함으로써 IT 아웃소싱 시장확산을 도모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VNS는 한국IBM의 적극적인 홍보와 영업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레퍼런스 사이트가 없는 상태다. 또한 IBM(본사)의 지난해 IT서비스(컨설팅·e소싱·e호스팅) 관련 매출이 350억달러로 서버(334억달러)를 추월한 반면 한국IBM의 IT서비스 매출비중은 20%를 밑도는 등 한국에서 IT 아웃소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HP(대표 최준근)도 중장기적으로 IT서비스 분야를 강화할 계획이지만 뚜렷한 IT 아웃소싱 사업방향과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는 컴팩과의 통합에 따른 조직정비작업의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IT 아웃소싱 사업에서 관망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한국기업의 가족경영(그룹)문화가 IT 아웃소싱 시장확산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당분간 대기업 조직·업무별로 세분화하고 중견·중소기업을 겨냥하는 식으로 변형시킨 IT 아웃소싱 전략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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