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행복했던 월드컵축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
이번 2002월드컵을 대표하는 최대의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온국민을 길거리로 내몬 전광판 응원전이다. 월드컵구장에 있지도 않은 전국 수백만 군중이 똑같은 몸짓과 구호로 뭉친 것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축제의 한 가운데는 언제나 휘황찬란한 대형 전광판이 자리잡고 있었다.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응원인파에 휩쓸리면서 많은 사람이 전광판이라는 영상매체의 위력에 대해 재삼 경악했다. 안방에서 TV로 봐도 똑같은 선수의 경기내용인데 수백만명이 굳이 전광판으로 축구경기를 구경한 이유, 그 엄청난 매체흡입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마샬 맥루한은 일찍이 ‘미디어는 곧 메시지’라는 유명한 경구로 정보매체의 고유한 형식에 따라 전달하는 정보의 뜻이 다르게 전달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똑같은 축구경기도 TV 앞의 개별 시청자에겐 일상의 사건에 불과하지만 전광판 앞에 모여든 수십만 군중에겐 국민적 일체감과 애국심이란 메시지로 전달된다.
이 순간 경기가 진행되는 월드컵구장에 서있지 않아도 좋다. 단지 눈앞에서 번쩍이는 영상이미지(전광판 축구중계)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이미지만으로 현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첨단기술의 놀라운 기적이다.
최근 퍼스널 로봇분야에서도 영상이미지로 실체(로봇 몸체)를 대신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축구공처럼 생긴 로봇의 몸체에서 느닷없이 광선이 튀어나와 가까운 벽면에 사람모습을 비춘다. 비록 로봇 몸체에는 팔, 다리가 없지만 벽에 비친 이미지는 완벽한 사람이다.
로봇 자체의 디자인과 전혀 상관없이 새로운 자신의 분신, 그림자를 외부에 투사하는 이같은 로봇개념은 2∼3년내에 실현될 전망이다. 로봇강아지 아이보처럼 굳이 많은 모터를 관절마다 넣을 필요도 없다. 조그만 프로젝터가 달린 이동체만 있으면 가상의 이미지로봇, 그림자로봇으로 주인과 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그림자로봇과 대화할 때 사람은 로봇 본체를 보지 않는다. 자유자재로 바뀌는 로봇의 가상이미지, 아바타와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매우 뛰어나다. 이처럼 간단한 프로젝터를 통해 실제 로봇의 외형과 상관없는 다른 이미지로 자신의 분신을 펼치는 로봇은 가격면에서 저렴할 뿐만 아니라 덩치도 작다. 이미지가 실체를 압도하는 포스트 IT시대다. 로봇도 곧 메시지라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모터로 움직이는 쇳덩어리만 로봇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질 것이다. 혹자는 프로젝터에서 나오는 그림자에 불과한 사람이미지가 무슨 로봇이냐고 조소할지 모른다. 그러면 진짜 축구장의 경기도 아닌 전광판의 영상이미지에 열광했던 수백만 군중은 다 무엇이던가.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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