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로봇이 혼자서 말을 배운다고?"

 컴퓨터 과학자들이 마치 부모가 젖먹이에게 말을 가르치듯 로봇이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말을 하도록 로봇에 말을 가르치고 있다. 로봇의 언어구사 능력은 집안 청소나 칵테일 제조, 상품진열, 사무실 방문자 안내 등 로봇이 사람의 일상적 업무를 돕는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파리에 있는 소니컴퓨터과학연구소의 룩 스틸스 인공지능 전문가는 “로봇 인간과의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른바 ‘지능로봇’은 최근 10년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들 지능로봇들은 스스로 걷거나 계단을 오르고 낯선 환경에서 돌아다니고 심지어 빠른 템포의 축구경기까지 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인간이나 동료 로봇과 통신하는데 능력에 한계가 있다. 이런 로봇에게 말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힘들고 진척속도도 더디다. 매릴랜드 볼티모어 대학의 팀 오이츠 로봇 공학자도 “그것은 말과 언어를 모르는 외국에서 말의 뜻은커녕 단어의 처음과 끝자리도 분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오이츠 교수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따라 대학 캠퍼스를 따라다니고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로봇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1년 정도 지나면 로봇 손을 잡지 않고 ‘저 쓰레기통을 뒤져라’나 ‘저 문을 지나가라’고 지시하고 5년 안에는 ‘방금 있던 방에 들어가 붉은 공을 갖다 줄 수 있느냐’라는 식으로 조금 복잡한 지시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로봇이 이런 지시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매우 야심찬 목표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로봇에게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로봇이 사람의 말을 흉내내는 대신 스스로 말과 문법 구조를 만들어 내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로봇에 말을 가르치는 한가지 방법은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가르칠 때 하는 것처럼 단어와 물체를 연관시키는 방법이다. 장난감이나 봉제완구를 로봇에게 보여주며 그 이름을 말해 로봇이 이를 기억하도록 만드는 기법이다.

 룩 스틸스는 이 방법을 이용해 소니의 로봇 애완견 ‘아이보 (AIBO)’에게 말을 가르치고 있다. 이 작은 로봇은 눈(비디오 카메라)과 귀(마이크로폰), 음성박스, 인간의 말을 인식하고 발음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들어 있다. 아이보는 ‘보라, 들어라, 이것이 무엇이냐?, 좋다, 예, 아니오’ 등 몇가지 단어를 인식하도록 사전에 프로그램화돼 있다. 스틸스가 인터넷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형적인 아이보 학습 과정은 간단하다. 우선 아이보 앞에 놓인 테이블 위에 붉은 공, 스마일리라는 노란 인형, 푸치라는 장난감 개가 놓여 있다. 아이보는 스마일리와 푸치 이름을 알고 있으나 ‘공’이라는 단어는 모른다. 교사가 볼을 가르키면서 말한다.

 로봇이 대답하기 위해 두개의 상이한 전자적 패턴을 연결시켜야만 했다. 하나는 로봇 귀로 들어온 음파이고 다른 하나는 눈으로 들어온 광파로 둘이 연결돼 ‘공’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게 된다. 볼티모어대학의 팀 오이츠는 이처럼 사람이 로봇에 직접 말을 가르치는 대신 로봇이 사람이 하는 행동과 말을 보고 스스로 말을 배우게 만드는 기법을 시험중이다.

 예를 들어 오이츠 교수가 여러가지 모양의 컬러 블록 조합을 만들면 조수가 간단한 문장으로 그가 하는 행동을 표현한다. 로봇은 이를 눈으로 보고 듣는다. 로봇이 같은 장면을 표현하는 말을 반복해서 50차례 정도 듣게 되면 특정 물체와 특정 음향 패턴을 연관시킬 수 있게 돼 이를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반복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관여하지 않고 두 로봇끼리 서로 말을 가르치는 길도 있는데 스틸스 전문가는 이 방법을 ‘무감독 학습’이라고 명명했다. <박공식 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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