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분야에서 중국과 인도 관계가 새롭게 정립되고 있다. 인도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아웃소싱 분야에서 세계 최고 국가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소프트웨어 개발쪽으로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 최근 들어 IT분야에서 양국간의 결속이 강화되면서 세계 업계가 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야망=세계의 공장으로서 역할을 뛰어넘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의 야심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오랫동안 소프트웨어 부문에 관심을 가져왔다. 내수만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소프트웨어 수요를 포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10차 5개년 개발계획에 중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하고 연구·개발(R&D) 수준과 생산능력을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가개발기획위원회·재무부·과학기술부·신식산업부가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의 설비확충을 위해 예산을 할당한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단지 설립을 위한 기초 경비를 제공했다.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 사업강화를 통해 △정보산업의 창조력과 국제경쟁력 개선 △전통산업의 전환과 제품 업그레이드 유도 △지속적이고 신속하며 건강한 국가경제 촉진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는 6000개 이상의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개발(AD) 서비스 업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직원이 50명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과 같은 독특한 해법없이는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자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최대 약점이자 소프트웨어·AD서비스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다.
낮은 프로세서 성숙도도 중국 소프트웨어·AD서비스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꼽힌다. SEI(Software Engineering Institute)의 CMM(Capability Maturity Model) 레벨5에 도달한 58개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 중 중국 업체는 단 1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업체들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고 특히 인도 업체들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인도 업체들과 중국 업계의 접점이 시작된다. 인도 업계와 협력은 중국 시장에 상당한 이점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깝고 CMM 레벨5와 같은 인증을 가진 업체가 32개로 기술력도 뛰어나다. 중국 업계는 CMM 레벨5가 서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여권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인증 확보까지는 최소 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단계에서 인도 업계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그동안 몇 회에 걸쳐 주룽지 총리를 포함한 중국 대표들은 인도를 방문해 인포시스테크놀로지와 같은 소프트웨어 업체의 중국 지사 설립을 적극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매우 빠르지만 인도의 하이테크기업과 같은 외부 지원이 없을 경우 성장속도는 둔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최고 수준의 인도 소프트웨어·AD벤더들의 중국 진출을 유도할 경우 중국은 이 분야의 성장에 장애물들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기회=인도의 소프트웨어 업체 수는 중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특히 일부는 대형 프로젝트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수천명의 인력을 거느리고 있다. 인도 기업들이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선 상당한 수의 숙련된 정보시스템(IS) 전문가(프로젝트 관리자 및 시스템 설계자 등)가 필요하며 이 수치는 현재 인도에서 구할 수 있는 인력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는 오는 2006년 인도 소프트웨어와 AD 서비스 시장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124만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87만1000명은 수출용, 그리고 31만1000명은 내수시장에서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소프트웨어 인력은 수출과 내수시장에서 각각 200만명씩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은 향후 4년동안 전문 IT 리소스를 지금의 26배로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엔 지금의 2.5배만 늘리면 된다. 만일 인도가 중국 특수에 적극 뛰어든다면 인도의 전문 IT인력 수요는 중국의 수요와 정확히 비례하게 된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이 필요한 IS 전문인력을 제대로 확충하지 못한다면 양국은 모두 시장에서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국의 절대적인 전문인력 부족분의 대부분은 인도에서 채워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필리핀 및 유럽의 전문인력과 벤더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중국의 교육기관들은 벌써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전문인력 배출을 늘리고 있다. 이미 중국의 교육부와 국가개발계획위원회는 중국내 35개 대학들의 시험 소프트웨어연구소 설립을 인가했으며 이들 연구소에선 연간 5만명의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인도 교육기관들이 내놓는 인력은 연 7만2000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대규모로 신속히 양성할 수 있지만 고급기술을 갖고 있는 IS전문인력 양성에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 이 점이 인도의 IT소프트웨어·AD서비스 업체들(특히 상위 25위 안에 랭크되어 있는 인도 업체들)의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 되고 있다. 인도 IT 서비스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절대 부족한 중상위급 인력들을 공급하고 중국의 개발인력을 활용함으로써 중국에서 대형 프로젝트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오는 2006년 연말까지 중국에서 창출되는 소프트웨어·AD서비스 수입 가운데 40%는 인도 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며 대부분의 수익이 중국 경제보다는 인도 경제 부흥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인도의 소프트웨어 및 AD 서비스 업체들은 도전을 훌륭히 극복하고 중국 특수를 완전히 소화해낼 수 있을까, 아니면 수동적 대응으로 끝날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 소프트웨어·AD서비스 벤더의 중국 유입은 신뢰도, 기술 및 프로세스 성숙도 상승을 통해 중국 시장의 상당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중국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기회는 매우 크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국 정부의 개입을 비롯해 민족주의, 무지, 인식,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자산, 비즈니스의 세계화 및 국가 및 지역적 안정성과 분쟁 등의 상당한 변수들이 작용한다.
인도의 소프트웨어·AD서비스 벤더들이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중국 시장의 도전을 해결하는 등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인도 업체들은 중국의 소프트웨어·AD서비스 시장을 40%까지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06년 말에는 소프트웨어·AD서비스 수입 면에서 인도를 따라잡게 되며 양국은 270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창출하게 될 전망이다. 반대로 인도 업체들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2∼3년 정도 성장이 지연되면서 중국 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장단기적 기회들을 상당수 놓치게 될 것이다.
◇시장 활성화 요인과 현황=WTO에 가입한 중국은 오는 2008년 올림픽의 개최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는다. 올림픽은 앞으로 6년 동안 소프트웨어·AD서비스 산업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WTO 회원국으로서 필요한 금융시스템 개혁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2007년부터는 소프트웨어와 AD서비스 분야의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해 오는 2010년에는 연평균 성장률이 인도와 비슷한 35% 수준이 될 전망이다.
중국 소프트웨어 시장 초기동력은 지난 2000년 3월의 소프트웨어 GB18030 코드페이지(한자 국가 표준) 지원을 요구하는 법의 제정이었다. 중국에서 소프트웨어 제품을 판매하길 원하는 기업들은 이 표준을 지원해야 하며 기존 소프트웨어의 로컬라이제이션을 거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 작업은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내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인도의 소프트웨어·AD서비스 업체들은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경쟁상대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회보다 경쟁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업은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따라서 인포시스와 새티암은 중국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처럼 2004년 연말까지 상위 25개 인도 소프트웨어·AD서비스 업체들이 중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합작기업을 설립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 소프트웨어·AD서비스 벤더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포천1000대’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할 때 이러한 관계를 활용하려고 시도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있거나 중국내 지사를 갖고 있는 인도의 소프트웨어·AD서비스 업체들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중국에 아무런 비즈니스상의 협력 대상도 확보하지 못한 인도 벤더들은 제휴를 맺고 있는 기업이나 지사를 갖고 있는 자국 경쟁업체 그리고 신흥 중국업체들에 사업 기회를 빼앗길 위험이 있다.
인도 소프트웨어·AD서비스 조직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중국에 프로세스 및 방법을 전수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2년 동안 중국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급속히 발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2004년 연말까지는 대다수의 인도 업체들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까지는 갖추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인도 기업들이 늘면서 인도 기업들은 중국 소프트웨어·AD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의 소프트웨어·AD서비스 업체들간 머리 싸움은 불가피하다. 협력과 공정경쟁을 위해 양국 정부는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용이하게 하도록 해야 하며 기업의 혁신이나 주도권에 간섭해서는 안된다. 기업들은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공동이익의 창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러게 되면 양국의 기업들은 단독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시장들을 용이하게 뚫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국제 많이 본 뉴스
-
1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2
LG이노텍, 고대호 전무 등 임원 6명 인사…“사업 경쟁력 강화”
-
3
AI돌봄로봇 '효돌',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 선정...조달청 벤처나라 입점
-
4
롯데렌탈 “지분 매각 제안받았으나, 결정된 바 없다”
-
5
'아이폰 중 가장 얇은' 아이폰17 에어, 구매 시 고려해야 할 3가지 사항은?
-
6
美-中, “핵무기 사용 결정, AI 아닌 인간이 내려야”
-
7
삼성메디슨, 2년 연속 최대 매출 가시화…AI기업 도약 속도
-
8
美 한인갱단, '소녀상 모욕' 소말리 응징 예고...“미국 올 생각 접어”
-
9
아주대, GIST와 초저전압 고감도 전자피부 개발…헬스케어 혁신 기대
-
10
국내 SW산업 44조원으로 성장했지만…해외진출 기업은 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