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월드컵과 텐트촌

 장면1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 최대 분수령이던 한국대 포르투갈전이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 우리 국민은 미국전에서 안타깝게 비기면서 또 다시 경우의 수를 헤아려야 했다. 이날 관중은 ‘대∼한민국’을 외치면서도 같은 시각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폴란드의 경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6만 관중의 우뢰와 같은 응원의 함성이 경기장에 울려퍼지고 있는 가운데 전반 20분께 한 관중이 “폴란드가 미국에 2대 0으로 이기고 있데요”라면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경기장 안내방송도, 소형라디오도 아닌 첨단통신의 결정체로 불리는 휴대폰에 수신된 뉴스메일을 통해서였다. 말 그대로 IT월드컵을 몸소 느끼고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장면2

 16강이 확정되자마자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전 월드컵경기장 주변에도 텐트촌이 형성되는 진풍경이 또 다시 연출되고 있다. 월드컵조직위가 입장권 매진을 공식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텐트족은 대구와 인천 경기 때처럼 잔여분 입장권에 대한 현장판매를 기대하면서 버티고 있다. 근처 중국식당에서 배달한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불편한 몸으로 2∼3일을 버티며 입장권을 구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투쟁에 가깝다.

 새천년 첫 한일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상반된 두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첨단 이동통신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곳에서는 입장권 배정과 교부를 담당해야 할 FIFA 입장권대행업체의 ‘무능’으로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무용지물로 전락, 수천명의 국민이 자발적 노숙(?)에 나서고 있다.

 텐트족을 단지 ‘광적인’ 축구팬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이들의 열정이 너무 뜨겁다. 또 외국기자들에게 한국의 축구사랑 열기를 소재로 한 재미있는 기사거리쯤으로 웃어넘기기에는 우리나라 IT산업의 수준이 너무 발전해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FIFA와 월드컵조직위의 입장권에 관한 행정은 첨단 영상기자재가 동원되고 전국민의 응원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는 이번 행사를 ‘한일월드컵=IT월드컵’이라는 등식으로 산출하는 데 있어 마이너스 요인으로 남고 있다.

 <정보가전부·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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