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미세공정 확대로 연말까지 월 1억개(128M 기준)의 메모리를 생산하겠다는 방침은 ‘자력갱생’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하이닉스의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그동안 시장분석가들은 메모리 시장환경의 급속한 악화로 인해 지난해 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거의 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독자생존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즉 하이닉스가 미세공정에 힘을 쏟아온 타 메모리 제조업체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뒤져 후발업체에 추월을 허용함은 물론 자연도태가 불가피하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3분기부터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수요확대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정미세화 로드맵과 증산전략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의 공정미세화 전망=현재 하이닉스의 양산공정 미세화 수준은 0.15미크론이 31%이며 나머지 69%는 0.18미크론급 이상이다. 지난 수년 동안 하이닉스는 업계 수위인 삼성전자와 비슷한 미세공정 수준을 유지해 왔다. 2000년 1조75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설비투자에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투자금액이 2244억원에 불과해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물론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로지나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의 추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금의 수준이 지속된다면 내년 이후 전개될 메이저 업체간의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블루칩에 이은 프라임칩 프로젝트로 공정미세화에 박차를 가해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0.15미크론 공정을 7월부터 전체 디자인룰의 절반까지 확대하는 한편 8월부터는 0.13미크론 공정을 양산공정에 처음 적용한다. 0.15미크론 공정의 경우 7월 48%와 8월 61%를 거쳐 9월에는 63%까지 끌어올리고 0.13미크론 공정은 8월 1%로 시작해 10월 7%, 11월 22%, 12월 43% 등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공정미세화 수준은 12월까지 전체의 71%가 0.13미크론과 0.15미크론 이하로 확대되는 반면 현재 주종을 이루는 0.18미크론 이상의 공정은 29% 수준으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공정미세화를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하이닉스는 자체 개발한 블루칩과 프라임 프로젝트를 활용해 설비투자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0.18미크론 공정의 200㎜ 웨이퍼 팹 하나를 0.15미크론으로 미세화하는 데는 ‘KrF 스캐너’ 추가도입 등 28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지만 하이닉스는 종전 스테퍼를 사용, 비용을 730억원 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블루칩 기술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여기에 블루칩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스테퍼와 최소한의 KrF 스캐너로 0.13미크론을 구현하는 프라임칩 기술도 추가로 개발, 상용화에 필요한 검증을 마친 상태다.
◇메이저 이미지 굳힐 수 있을까=하이닉스가 0.15미크론에 이어 0.13미크론 공정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도래할 메모리 호황기에 실기하지 않겠다는 계획에서다. 통상 동일한 수율이 보장된다는 가정 하에 0.18미크론 공정을 0.15미크론으로 디자인룰을 변경할 경우 칩생산량은 30%가 증가한다. 또 0.15미크론을 0.13미크론으로 미세화하면 25%의 생산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이닉스는 이 같은 공정미세화를 통해 128M 기준으로 6500만개(6월 기준)인 메모리 생산량을 7월 6900만개, 8월 7900만개, 9월 8100만개, 10월 8600만개, 11월 9200만개 등을 거쳐 연말에는 1억100만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128M 기준으로 월 7500만개를 생산하던 삼성전자가 5월 현재 1억개 가량 생산중인 것에 비하면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약 6000만개, 인피니온이 약 4000만개 등을 생산했으며 이들 업체가 3분기 이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메모리 호황에 대비해 연말까지 생산량을 40% 가량 증산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선 외국 경쟁업체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더욱이 전문 시장조사기관들이 올해 메모리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55% 가량 늘어나는 반면 세계 메모리 업체들의 전체 공급량은 40∼45% 수준에 그쳐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메모리 증산전략은 이유있는 항변으로 해석된다.
하이닉스의 공정미세화 로드맵 및 증산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지난해 D램시장에서 14.47%의 점유율로 26.99%인 삼성전자와 19.06%인 마이크론에 이어 3위를 기록한 하이닉스는 9.73%였던 인피니온과의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론에 넘겨줬던 2위 자리도 다시 탐낼 만하다는 게 하이닉스의 분석이기도 하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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