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첫 선을 보인 전자개표시스템이 지난 13일 당일 일부 지역에서 조작 미숙과 미분류 투표지의 대량발생으로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국 개표소 가운데 유권자 수가 적은 2곳을 제외한 275곳에 설치된 650대의 자동개표기는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쉴새없이 투표용지를 분류한 후 제어용PC를 통해 집계된 후보자별 득표수를 곧바로 중앙위원회 서버로 전송했다. 본지 6월 13일자 1·9면 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을 통해 종합적인 개표상황을 실시간 제공함에 따라 참관인들이 개표결과를 파악해 휴대전화로 선거운동본부에 시시각각 알리던 풍경이 사라졌으며 집계결과에 대한 신뢰성도 크게 높아졌다. 지난 98년 2기 지방선거 때보다 1만명 가량의 개표인원을 줄인 것도 큰 효과였다.
그러나 개표 전부터 관심을 끌었던 시간단축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2시간 가량 지연되면서 개선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선거 중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만 전자개표가 적용된데다 개표시작 자체가 늦었던 점, 운영요원들에 대한 교육 부족으로 인한 기계작동 미숙 등 돌발요소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이번 전자개표시스템의 ‘첫 선’은 선거과정의 일부이긴 하지만 개표의 시스템화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전자민주주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널리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예상 외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올해말 대통령 선거에서 본격 도입할 전자개표시스템을 실전테스트하기 위해 지방선거에 시범도입한 것”이라며 “대선 때는 개표인력을 반으로 줄이고도 자정 직후 국민에게 개표결과를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시스템 구축과 관리를 맡은 SKC&C측은 “유권자들의 실수나 투표용지 인쇄불량으로 생기는 미분류표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지속적인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사용자들이 좀 더 사용하기 쉬운 시스템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SKC&C는 개표소마다 320여명의 기술인력을 배치하고 기계고장시 SK글로벌 물류망을 통해 최대한 빨리 새로운 기계로 대체하는 등 역사적인 전자개표시대를 배후지원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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