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경쟁력이다>(23)국내 IT교육기관은 외화 유출 발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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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격증 위주로 운용되는 국내 정보기술(IT) 교육 행태가 다국적 IT기업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45)이 일부 국내 IT교육기관을 향해 던지는 직격탄이다.

 다국적 IT기업들의 위탁교육물 중에서는 5주에 500만원짜리 코스가 있다. 또 165달러 이상인 자격증(CP:Certified Professional) 수험료, 수십만원대 교재비 등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국적 IT기업들은 한국에서 연간 40억∼150억원 상당의 교육 관련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 특히 일부 외국계 기업은 직접 교육센터를 운영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커리큘럼상의 교재판매·라이선스·수험료로만 연간 68억원을 수확하고 있을 정도다.

 또 다국적 IT기업 CP가 제품판매량을 증대시키는 밑거름(제품관리사)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IT교육기관들이 외국기업들에는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를 보장하는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CP를 취득했다고 해서 당장 창조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거나 시스템 장애 해결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조 사장은 “실무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다국적 IT기업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해당기업의 덤프(기출·예상문제)를 암기해야만 한다”며 “자격증만으로 실무능력을 검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국내 IT교육기관들이 전문가를 육성할 만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추지 못한 채 다국적 기업이 인증하는 페이퍼 IT자격증을 양산, 당초 목적인 국산 SW 경쟁력 배양과 다른 방향의 길을 걷고 있음을 방증한다.

 일선 기업의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전문기업인 코인텍(대표 서진구 http://www.kointech.com)은 연구개발 및 컨설팅 인력의 외부 위탁교육을 장려하되 자격증 보유여부를 인사관리에 반영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다국적 IT기업이 인증하는 자격증이 이론과 시험 위주의 평가이기 때문에 실무경험이 없을 경우에는 관련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현상을 간파, 자체적인 교육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실제 코인텍은 자격증 취득 위주로 진행해온 외부 위탁교육체계를 국제공인관리회계사·외국어·MBA 과정으로 바꾸는 한편 ERP프로세스·마이크로소프트 닷넷·C# 등 회사가 필요로 하는 실무교육을 내부에서 소화하는 모습이다.표참조

 이렇듯 국내 IT교육기관 CP 위탁교육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정부의 지원사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일반 IT교육기관과 국제공인자격(IRC)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생 1인당 300만원 한도 내에서 교육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노동부도 산업인력수급종합대책·직업능력개발훈련사업·고용보험환급제도 등 국내 IT교육기관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운용 중이다.

 결국 정부가 IT인력 육성지원이라는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단순히 다국적 IT기업의 교육 관련 매출증대에 일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국내 IT교육기관 모두가 실무교육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유일의 XX부 지원 IT과정 개설’이라는 식의 광고를 내세워 교육생 유치에만 혈안인 일부 IT교육기관에 대한 정부의 제재와 감시가 필요해졌다는 게 일선 IT기업들의 시각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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